<영화> Music Box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영화는 예전에 대한극장에서 한 「심문」과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한 「미싱(실종)」을 보았다. 정치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가브라스 감독의 작품은 언제나 설레임과 기대를 가지게 된다.
이 영화 「뮤직박스」도 나온지는 오래되었는데, 벼르고 있다가 지난번 텔레비젼에서 하는 것을 녹화해 놓았다가 이제 보게 되었다.
영화의 주제는 간단하다. 전범으로 기소된 아버지를 변호사인 딸인 변론을 해서 무죄를 끌어내지만 마지막에 뮤직박스에서 그 옛날 아버지가 특수부대에서 자행한 사진을 발견한 딸이 아버지를 고발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영화가 나오기까지, 그리고 우리에게 보여주기까지 그 긴 시간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유럽에서는 아직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자기 국가와 민족을 팔아먹은 전범들을 찾기 위해 전세계를 뒤지고 다닌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독립운동을 한 애국자들과 그 후손들은 배우지 못하고 끼니도 끓이지 못하는 처참한 현실이고 식민지 시대에 일본 제국주의놈들에게 아부하고 동족을 학대한 친일파놈들은 떵떵거리고 살아가는 현실이다. 민족정기니 뭐니 떠들기는 하지만 아직도 이 사회가 공평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쁜 짓을 한 놈들은 잘먹고 잘살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기 몸을 던져가며 싸운 분들은 굶주리고 고생하는 이 더러운 현실이 바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반민특위를 해체한 이승만과 일제의 악질 경찰출신인 노덕술 등이 한 짓을 보라. 그리고 만주군 출신인 박정희는 또 어떤가. 그 뒤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의 총칼은 어떤가. 동족을 잔인하게 학살하고 대통령이 된 전두환과 그 일당들이 그렇고 그 밑에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날뛰던 인간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바로 「뮤직박스」에서 전범자 마이클 라즐로(텔보트;전쟁때는 미쉬까)와 같은 인간들이다. 그들이 이 땅과 이 민족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는지 도대체 기가 막히고 분노가 치밀어 영화를 보면서도 어쩔줄을 몰랐다.
그들의 파렴치함은 바로 자기 자신을 기만하는 데 있어 극치를 이룬다. 자신이 사랑한다고 맹세하는 자식들에게까지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라즐로. 민주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체포해서 온갖 고문을 다한 이근안같은 인간들이 바로 그런 놈들이다. 자기 자식에게는 다정하고 멋있는 아버지로 보이길 원하면서도 다른 집 자식들을 물고문, 전기고문으로 잔인하게 죽이는 그런 극도의 이중성.
이땅에는 아직도 라즐로같은 인간들이 부지기수로 많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떵떵거리며 잘 살아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는 것이다. 뮤직박스를 보면서 인간의 이중성에 치를 떨었고, 아버지를 고발하는 역사적인 장면에서 그나마 위안을 얻었다.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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