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먼저 그리는 스케치와 같다. 즉, 완성된 작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감독이 들으면 퍽 서운한 말이겠지만, 내가 본 느낌은 그렇다.
그렇다면 완성된 작품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책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를 영화로 만든다면, 레닌그라드의 방어전은 완성될 것이다.
레닌그라드의 방어전은 제2차 세계대전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뒤바꾼 전쟁이며, 추축국에 대한 연합국의 승리의 토대를 마련한 가장 중요한 전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많은 사람들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연합군의 승리를 '미국'의 참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미국은 끝까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으며, 일본의 도발이 있기 전까지 강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었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초기부터,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쏟아부어 이웃 국가들을 점령해 나갔다. 특히 독일은 전쟁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이미 쏘련을 침공하여 우크라이나 지역을 점령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연료 공급'이었다. 석유가 많이 나은 우크라이나 지역을 손에 넣어면, 무제한 연료공급을 통해 독일군은 유럽 전역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레닌그라드 전쟁은 바로 그런 히틀러의 계획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822일 동안의 고립 속에서 200만명의 아사자를 만들면서도 쏘련 민중의 처절한 투쟁은 마침내 독일을 패퇴시키는 놀라운 힘을 보여주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독일은 쏘련을 침공했으나 실패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똑같은 양상을 보였다. 결국 독일은 이 레닌그라드 전투에서 수 십만 명이 포로로 잡혔고, 히틀러의 계획은 무산되었으며, 독일군의 전력은 마치 한쪽 팔이 잘린 것과 같은 형태가 되고 말았다.
레닌그라드 전투의 주인공은 레닌그라드 시민들이었으며, 그들은 영웅 칭호를 듣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인육까지 먹어야 했던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음에도 그들은 항복하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 독일군에게 항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감한다.
스탈린은, 그가 매우 잔인한 성격임을 감안해도, 레닌그라드의 시민들이 모두 아사한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스탈린은 레닌그라드 전투에서 매우 무능하고, 우유부단했으며,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마침내 쏘련군이 반격에 성공하고 수 십만 명의 독일군 포로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스탈린 휘하에 뛰어난 장군들이 몇 명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매우 스케일이 큰 전쟁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개개인이 겪는 고통도 당연히 세밀히 묘사되어야 하지만, 전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3-4시간짜리의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 영화로 만들어, 전쟁으로 인간이 당하는 고통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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