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이 결정된 이후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몇 번의 후보토론회를 방송으로 지켜본 다음, 이 사안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생각을 기록한다. 나는 지금과 같은 정치판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정치나 정치인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고, 거의 말하지도 않지만,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만은 사실이니, 싫다고 외면하는 것이 옳은 태도도 아니다.
지금은 모든 언론과 네트즌들이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두고 설왕설래 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조금 바꿔서 5월 9일 저녁, 대통령이 결정된 이후를 생각해 본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고, 그 후보가 되었을 때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좋지 않을지를 내 기준으로 평가해 보는 것이다. 나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지만, 위의 다섯 후보가운데 세 명은 내 관심권에서 완전히 사라진 사람이고, 두 사람이 그나마 '차악'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1.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우리 사회는 비교적 안정 국면으로 들어설 확률이 다른 후보들보다 높아 보인다. '문재인 정권'은 '대통령 문재인'과 '민주당'이라는 두 개의 관점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는데, '대통령 문재인'은 부족함이 많다. 그는 스스로도 밝혔듯, 진보정당에 비해 자신이 내 건 공약이 덜 진보적이라는 한계를 알고 있다.
예전 '노무현 정권'이 사실은 '삼성공화국'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것 역시 그의 한계다. '노무현 정권'에서 실세로 권력을 잡고 있었던 사람인 만큼, 국제정세를 비롯해 국내외의 여러 현안들에 대해서는 다른 후보들보다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문재인 철학'이라고 할만한 그의 통치 철학이나 세계관이 뚜렷해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그 자신, 민주화운동을 했던 진보적인 인물이며, 상식에 기반한 건전한 사고방식과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해 비교적 관심을 갖고 있는 좋은 대통령임에 틀림없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주었던 카리스마는 없는 것 같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망가뜨린 환경과 경제 분야를 어느 정도 추스리고, 국가의 운영체제를 정상 범주에 올려 놓는 것이 그의 역할로 보이며, 거기까지만 해도 상당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과연 얼마나 단호하게 4대강 사기꾼 이명박과 국정농단과 무능, 부패의 화신인 박근혜를 처벌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예전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전두환과 노태우를 '국민대화합' 차원에서 사면했고, 그것이 오늘날 여전히 악의 뿌리가 살아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장한 것처럼, 친일매판세력을 단호하게 응징하고, 이명박과 박근혜는 물론 그 주위에 기생해서 나라를 좀먹고 썩게 만든 잔당들을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명박과 박근혜의 사기와 농단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조중동을 포함한 썩은 언론들이다. 국론을 분열하고, 기득권을 장악하려는 기존 언론을 해체하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민주주의로 전진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을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과 대기업의 이익에 앞장 서는 순간, 그를 지지했던 많은 국민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재벌 개혁과 대기업의 횡포를 근절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었고, 그것이 진보정당의 후보지만 지지율이 낮은 심상정 후보가 더 마땅한 인물임을 알면서도 문재인을 선택한 이유였다.
단지 '무난한 정권'으로 남으려는 태도가 보인다면, 그것 역시 무능한 정권임을 증명하는 것임을 '문재인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쓰레기 언론사를 청소하며, 재벌과 대기업을 개혁하고, 사회 전반에 부정과 부패를 쓸어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정권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정권이 들어설 것이고, 상식에 기반한 한국사회가 될 것이다.
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이 정도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개혁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2. 홍준표 대통령
돼지흥분제를 여성에게 몰래 먹여 성폭행을 하려는 친구를 도와 준 것에 대해서 '오래 된 일이고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는 그가 대통령이 되면, 이 사회는 남성들이 여성을 공공연하게 성추행, 성폭행하는 사회가 될 지도 모른다. 지금도 한국사회는 남성이 여성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가해하고 있는데, 대통령이라는 자의 전력이 '성폭행 모의범'이라면 과연 그 세상은 어떨까.
전과 14범의 이명박이 '경제 대통령'이라고 사기를 치고 당선된 이후, 5년 동안 한국사회를 얼마나 망가뜨리고,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거나 빼돌리고, 국가를 수익사업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의 부를 쌓았는지 국민은 똑똑히 보고 알고 있다. 그 결과 4대강은 완전히 썩어서, 다음 정권에서는 4대강 공사를 완전히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말이 나온 상황이다.
홍준표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신의가 없고, 말이 허황되며,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해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서민을 위한 정책을 거의 없고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정책을 펴는 대통령이어서 국민은 제2의 이명박 정권을 맞이하는 것과 같은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보수'라는 말이 결코 나쁜 말이 아님에도, 홍준표 대통령은 '보수'를 주장하면서 스스로를 '수구'로 규정하고 있다. '보수'와 '수구'는 완전히 다르다. 홍준표 대통령은 '수구' 즉 극우 집단을 대표하며, 그의 뿌리는 새누리-신한국-민정당-공화당으로 이어지는 친일매국 군사독재에 있다. 박정희 독재정권과 전두환 학살정권의 뿌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홍준표 대통령이 과연 미래의 한국 사회를 건강하고 상식적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이 된다.
대통령으로서의 비전과 철학, 세계관도 보이지 않고, 즉흥적으로 말하고, 자신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사람으로 보여, 비유하자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이미 파면된 박근혜 대통령을 섞어 놓은 듯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판단되며, 그의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인해 한국 사회는 평정을 찾지 못하고, 늘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게 될 것이고, 주변 국가로부터 조롱이나 받는 존재 즉 루쉰이 말하는 '아Q'같은 존재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3. 안철수 대통령
개인의 인기를 바탕으로 급조한 정당에서 대통령이 되었으니 지지기반도 약하고, 존재감도 희미하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폭넓은 공부를 한 적이 없으므로 그 역시 대통령 업무를 수행할 뛰어난 자질이나 능력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그가 얻은 대중적 인기는 '안철수'라는 개인의 탁월함 때문이 아니라, 안철수보다 못한 인물들이 권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 호감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작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다른 정당들이 협조를 하지 않고,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박지원을 비롯한 노회하고 부패한 인물들이 끊임없이 안철수 대통령을 흔들기 때문에, 자신만의 국정철학을 펼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 과정에서 보여 준 그의 민낯은 그동안 그가 보여주었던 성공신화의 아우라를 완전히 벗겨냈으며, '개인 안철수'는 금수저로 시작해 운이 좋아서 성공한 벤처 사장의 이미지에 머무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보여 준 정치활동의 과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으며, 신선하지도, 새롭지도, 혁신적이지도 않았다. 따라서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한국사회에 신선하고 새로운 바람이 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친재벌, 친대기업 정책이 강화될 것이고, 이것은 안철수 대통령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명박과 박근혜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진부한 보수 정권의 탄생일 뿐임을 국민들이 기억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4. 유승민 대통령
'합리적 보수'를 내세운 유승민 대통령은 한국사회를 어느 정도 안정된 사회로 만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는 비교적 합리적인 인물이고, 정치권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국정 운영도 무난하게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를 보수적인 분위기로 바꿔갈 것이고, 기업과 서민 모두를 아우르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여 국정 지지도는 평균 정도를 보이겠지만, 그가 가진 한계는 뚜렷하다.
유승민 대통령은 합리적인 부분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얻겠지만, 그가 가진 선입견 또는 편견 때문에 그의 보수성 즉 비합리성이 드러나는 순간, 사회는 분열과 갈등이 생기게 된다. 즉 유승민 대통령이 개혁적인 정책을 '합리적인 이유'로 펴는 순간, 보수 진영에서는 그를 공격할 것이고, 보수적인 정책을 실행하려고 하면, 진보 진영에서 그를 공격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일 확률이 높다.
'합리적 보수'는 언듯 듣기에 좋은 말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회주의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은 이미 알고 있다. 보수에게서도 표를 얻고, 진보 진영 또는 중도 진영에서도 표를 얻으려는 의도로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고 있다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의 성격에서 본다면, 어떤 정책이든 무조건 왼쪽으로 가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그것은 지난 10년 동안 이명박과 박근혜가 한국사회를 너무나 많이 오른쪽으로 돌려 놓았기 때문에 그렇다. 즉 어떤 정책을 펴든 조금은 개혁적인 정책이어야만 한국 사회가 그나마 중간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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