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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by 똥이아빠 2017.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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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

류승완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하드보일드 여성 버디무비. 류승완 감독의 초기 작품들은 지금 봐도 매우 훌륭하다. 장편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독특한 연출로 액션키드의 가능성을 보였던 류승완 감독의 두번째 영화는 약간 과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액션이라는 점에서 영화사의 한 획을 긋는 뛰어난 작품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레전드'급이라는 점이다. 요즘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지만 한때 주연과 조연으로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름을 날렸던 배우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주인공인 전도연과 이혜영, 정재영은 물론이고 신구, 류승범, 정두홍, 이영후, 백일섭, 김영인, 백찬기, 김수현, 이문식, 안길강, 임원희, 크라잉 넛, 임필성 그리고 봉준호 감독도 잠깐 등장한다. 이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재미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돈가방을 빼돌리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격렬하다못해 처절한 난투극이 볼거리다. 또한 우연히 발생한 사고로 만나게 되는 주인공 수진(전도연)과 경선(이혜영)의 겉도는 듯 하지만 속 깊은 우정이 마음을 움직인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기구한 운명을 안고 살아가는데, 다만 영화에서 끝까지 단 한마디도 말을 하지 않는 인물, KGB(신구)의 보디가드로 등장하는 실제 무술감독 정두홍이라는 인물만은 삶 자체가 수수께끼다. 주인공 경선은 가수지망생이지만 눈 아래 흉터가 있어 꿈을 포기한 상태다. 그 흉터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고 동거하고 있는 독불(정재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독불은 프로복서로 한때는 꽤 유망한 선수였지만 지금은 사채업자의 하수인이 되어 불법투견장을 관리하는 인물이다. 그는 좌절한 자신의 꿈을 폭력적으로 발산하면서 동거하는 수진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택시운전을 하는 경선은 사채빚에 내몰려 날마다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는데, 정작 그는 돈을 만져본 적도 없다. 그의 전 남편이 경선의 이름으로 사채를 빌려쓰고 도망간 것이다. 경선 역시 과거에는 절도범으로 전과가 여러 개 있지만 지금은 아이를 위해 마음 잡고 살아가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녹치 않다.

사채업자 KGB 김금봉(신구)은 피도 눈물도 없는, 돈밖에 모르는 악랄한 인간이다. 그는 사채업을 하면서 많은 돈을 모았지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지방의 호텔을 인수하고 불법투견장을 운영하는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보디가드 침묵맨(정두홍) 역시 김금봉의 명령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린치하는 냉혹한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얽히고 설킨 사람들이 돈가방을 두고 끝장을 보게 된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독불이(정재영)의 연기를 보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만큼 자신의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데, 영화가 아닌, 실제 인물이 실제 상황을 살아가는 것 같은 뛰어난 사실성이 이 영화의 하드보일드한 성격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재영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연기가 모두 훌륭한 점도 이 영화가 빛나는 이유다.

영화는 시나리오의 힘이지만 캐릭터의 역할과 능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좋은 시나리오에 훌륭한 배우들이 결합해 최고의 영화로 만든 본보기가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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