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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치욕의 대지

by 똥이아빠 2018. 1. 17.


[영화] 치욕의 대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서 살아가는 두 가족-백인 맥켈란 가족과 흑인 잭슨스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40년대의 미국 남부는 노예해방은 되었지만 여전히 흑인들의 지위는 노예나 다름 없는, 비참한 지경이었고, 백인들이 농장을 소유하고 흑인들은 소작인으로 살아가는 구조가 대부분이었다. 흑인은 육체적 구속으로는 해방되었지만 정치적, 사회적 억압은 여전해서 흑백 분리 정책과 KKK단의 폭력으로 흑인들은 숨막히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백인 가족과 소작인으로 살아가는 흑인 가족이 가까운 곳에 이웃하며 살게 된다. 백인 가족은 원래 번듯한 주택을 계약했지만 사기를 당하고 다 쓰러져가는 농장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맥켈란 가족의 둘째 아들 제이미와 잭슨스 가족의 장남 론셀은 각각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위해 유럽으로 가고, 두 가족은 농장주인과 소작인으로 함께 농사를 짓는다. 다행히 제이미와 론셀은 살아서 돌아오고, 가족들은 새로운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어 좋아하지만, 이들의 귀가 이후 사태는 오히려 나빠진다. 흑인 론셀은 유럽에서 차별 없는 세상을 보았고, 그곳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난다.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마음은 독일의 사랑하는 여자에게 있고, 미시시피의 인종차별이 그로 하여금 끊임없이 환멸을 느끼게 한다.
제이미는 폭격기를 조종하는 공군으로 참전했고, 동료들이 죽는 것을 보면서 겨우 살아남지만 집으로 돌아온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다. 그는 술에 의지해 살아가고,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는 참전용사 론셀과 인종을 초월한 우정을 나눈다. 하지만 집에서는 이미 술주정뱅이에 쓸모 없는 건달이라고 찍혀서 그의 형 헨리에게 집을 나가달라는 말을 듣는다.
가뜩이나 론셀의 태도를 건방지다고 생각하던 백인들과 제이미의 아버지는 론셀이 유럽에서 독일여자와 찍은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그를 잡아다 린치한다. 제이미가 말리지만 제이미도 KKK단에 구타당하고 반죽음이 된다. 론셀은 혀를 잘리고, 겨우 살아남은 제이미는 그 모든 일을 주도한 자기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미시시피를 떠난다. 론셀도 대서양을 건너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간다. 두 사람사이에는 이미 아이가 있었다.
힐러리 조던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감독은 신인 여성감독이다. 맥켈란 가족의 장남 아내로 나오는 캐리의 경우, 그 시대에 대학을 나와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재원이었지만 농장을 운영한다는 헨리를 중매를 통해 결혼하면서 자신의 삶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즉 여성의 눈으로 볼 때, 이 영화에서 여성들은 남자들의 그늘에 가려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삶을 강요당하고 있다. 론셀의 엄마는 흑인이지만 조산원으로 일을 해서 약간의 의학지식을 갖고 있는데, 캐리의 두 딸이 백일해에 걸린 것을 살려주면서 캐리와 우정을 나누게 된다. 여성들은 비교적 인종의 문제에 대해 차별적 시선을 덜 갖게 되지만 남성들은 인종적 차별의 태도가 매우 격렬한 것을 볼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인종차별의 분위기가 거의 없는 것에 비해 미국 남부는 여전히 노예제 사회에 버금가는 차별이 횡행하고 있는 것은, 백인들의 의식구조가 매우 뒤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편협하고 독선적인 백인들이 남북전쟁 이후에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발악을 하는 것이다. 고향을 떠난 제이미는 서부로 가서 정착하고, 대도시는 남부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비록 혀를 잘려 말을 못하게 된 론셀이지만 유럽에서 살아가는 것이 고향보다 더 행복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가난하더라도 적어도 차별을 드러내놓고 겪지는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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