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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베티 블루 37.2

by 똥이아빠 2011.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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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 때, 이 영화의 스틸컷은 선정적이었다.
그 선정성에 끌려 대충 보고말리라 했던 영화는 결국 3시간을 꼬박 볼 수밖에 없었고, 이 영화가 흔치 않은 훌륭한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나중에야 장 자끄 베넥스 감독이 프랑스의 BBC(레오 까락스, 뤽 베송, 장 자끄 베넥스) 가운데 한 명이라는 걸 알았고, 역시 유럽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미학적 완성도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예전에 봤던 '레오 카락스'의 '퐁뇌프의 연인들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관련이 있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베티와 조르그의 불행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했으므로 나는 좀 다른 면을 생각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내내 베티의 행동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 영화에서 베티는 몹시 충동적인 여자로 그려진다. 그의 행동은 예측하기 어렵고, 한번 충동적 발작이 일어나면 스스로도 제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그럼에도 베티는 조르그의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보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추동한다.
영화에서는 베티가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나오지 않는다. 남자 주인공인 조르그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부르주아의 자식들인지, 프롤레타리아의 자식들인지 분명하지 않다. 다만 현재의 모습으로 추측할 뿐이다. 그럼에도, 조르그는 소설을 쓰며, 피아노도 칠 줄 안다. 만약 조르그가 노동자의 자식이었다면, 노동자의 자식이라도 이 정도는 기본이 아니겠느냐는 유럽 문화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베티의 충동적 행동에 관해서는 어떠한 단서도 없지만, 그가 스무살이 안 된 상태에서 조르그를 만난 것, 그 전에 이미 혼자 살고 있었을 것을 추측하게 하는 대화를 통해, 십대부터 독립생활을 해 왔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두 주인공 모두 어떤 형태로든 가족과 연락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개인주의가 발달한 유럽이라 해도 정도가 심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베티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언어와 신체적 폭력이 모두 해당되고, 특히 부모에게 학대를 당한 경험이 그를 폭력적 충동과 과잉 반응, 자해,자살 충동 등으로 이끌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는 베티가 현실세계를 견디지 못하고 답답해 한다고 기술되고 있지만, 그것은 극도로 불안정한 베티의 태도가 조르그의 눈에 그렇게 비쳤기 때문이다.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불안, 분노, 고통을 내면에 간직한 사람이 어떻게 현실에 만족할 수 있을까.
결국 베티는 발작을 일으키고, 자기 눈을 도려내며 병원에 실려갔어도 쇼크를 일으키고 약물에 의해 반 식물인간이 된다. 조르그는 그런 베티를 바라보는 것이 고통스럽고, 마지막 결단을 한다.
나중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와 같은 사랑하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주어야 하는 아이러니를 통해 진실한 사랑에 도달하게 되는 영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조연들의 역할도 만만치 않아서, 그저 대충 넘어가는 인물이 하나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아주 짧은 시간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도 그 사람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어 인간의 고뇌와 갈등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3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훌륭한 영화. 별 네 개 반.

베티 블루 37.2
감독 장 자크 베네 (1986 / 프랑스)
출연 장-위그 앙글라드,베아트리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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