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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범죄도시 2

by 똥이아빠 2022. 5. 20.
범죄도시 2
 
'범죄도시'를 보고 리뷰를 쓴 것이 2017년이었으니 벌써 5년이 지났다. 배우 마동석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각인한 영화로, 조선족 범죄자 '장첸'의 이미지도 기존 한국 범죄영화의 악역 배우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캐릭터 영화'였다.
'범죄도시'는 '마동석 장르'가 탄생한 영화여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배우 마동석이 2004년 단역으로 데뷔한 이후 2017년 '범죄도시'로 확고한 주연의 위치, 자기 캐릭터의 완성, 장르로서의 마동석으로 탄생하기까지 약 4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고, 이 영화 가운데 몇 편에서 주연도 했지만, '범죄도시'의 강력한 캐릭터와 비슷하게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는 '비스티 보이즈'와 '부산행', '성난 황소' 등이 있었다. 
'범죄도시'는 개봉하고 약 7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는데, 영화관에서도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OTT 서비스에서도 인기 많은 영화로 손꼽힌다.
마동석은 '범죄도시' 이후 2019년 '악인전'에서 '마동석 캐릭터'를 한번 더 진하게 각인한다. 범죄집단의 우두머리면서 싸이코패스에게 죽을 뻔한 인물로, 형사와 함께 싸이코패스를 체포하는 악당이면서 악당 잡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범죄도시'와 '악인전'에서 마동석이 보여준 강한 캐릭터는 그동안 한국영화에서는 발견하지 못한 신선한 캐릭터였다. 외국영화에서는 아놀드 슈워제네거나 드웨인 존슨 같은 배우가 있었는데, 우연이지만 이 배우들 모두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가졌다.
 
마동석 캐릭터가 관객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한국의 시대상황과 맞물려 있어서다. 문명이 발달한 국가에서는 '사적 복수'를 법으로 금지한다. 대신 국가는 '공권력'으로 이름하는 '국가 폭력'으로 개인의 복수를 대신하는데, 이것을 '사법체계'라고 부른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는 그런 '사적 복수'를 다룬 영화다. 학생 때 입을 가볍게 놀린 죄로 30대의 오대수는 영문도 모른 채 15년 동안 사설 감옥에서 만두만 먹으며 죽지도 못하고 살아남는다. '친절한 금자씨'도 사적 복수에 관한 영화다. 자기 아이를 납치한 백선생의 협박으로 대신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갔던 금자는 오로지 복수만 생각하며 산다. 결국 그는 백선생을 납치해 다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백선생을 살해하는데, 이건 현재의 국가 사법체계에서 보면 명백한 범죄다.
미국영화 '모범시민'에서 클라이드는 국가의 사법체계가 범죄자를 올바로 징벌하지 못한다는 걸 확인하고는 자기가 직접 정의를 구현한다. 법을 주무르는 판사, 검사, 범죄자의 변호사 등을 모두 살해하고, 자기 가족을 살해한 범죄자를 납치해 잔혹하게 고문하고 살해한다.
국가는 범죄자에게 희생당한 사람과 그 가족을 위해 범인을 체포하고, 재판해서 구금한다. 때로 사형도 하지만, 사형제도 자체가 '국가폭력에 의한 살해'라는 주장에 따라 사형제도를 없애거나, 사형제도가 있어도 유명무실한 국가들이 많다.
국가가 아무리 피해자와 그 가족을 위해 대리 복수를 한다 해도 '사법체계'는 엄연히 그 사회의 구조적 차별과 부조리로 인해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죄를 짓고도 떵떵거리며 살아간다. 한국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상식이 될 정도다.
 
'범죄도시'에서 형사 마동석은 공무원 신분으로 피해자들을 대신해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인물이다. 그것도 점잖게 서류를 꾸미는 방식이 아니라, 온몸으로 부닥쳐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고, 그 폭력이 나쁜놈, 가해자, 범죄자를 향하고 있으므로 관객은 폭력의 부당성이라는 당위에서 벗어나 마음 편하게 마동석의 폭력을 지켜보며 대리만족한다.
거대한 몸집과 코뿔소 갑옷 같은 근육으로 뒤덮인 형사 마석도가 조직폭력배, 깡패, 양아치들을 주먹 한 방으로 제압할 때, 강력한 펀치, 시원한 따귀, 폭력과 폭력이 부딪치는 통렬한 타격감, 나뒹구는 범죄자들의 몸뚱아리를 보며 소시민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평범한 소시민은 폭력에 노출될 기회도 적지만, 폭력 앞에서 늘 당하기만 하는 나약한 존재다. 법과 경찰이 없는 세상, 공권력과 국가 사법체계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하면, 약육강식, 원시의 무법천지라는 걸 잘 알기에, 국민은 기꺼이 세금을 내고, 치안과 개인의 안전을 국가가 지켜주는 계약을 한다.
'범죄도시 2'에서 마석도와 반장이 베트남에서 한국에서 도망친 흉악범을 추적하자, 영사관 형사가 베트남 법을 따라야 한다며 말린다. 이때 마석도는 '나쁜 놈 잡는데 이유가 어디 있나, 나쁜 놈이니까 잡는 거지'라며 일갈한다.
나같은 서민이 바라는 경찰의 모습은 범죄자에게는 흉포하지만, 시민에게는 다정한 마석도 같은 형사다. 정의로운 정신을 가졌지만 육체는 괴물처럼 파괴적이고, 범죄자와 맞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폭력을 휘둘러 범죄자를 제압하는 강한 공권력, 강력한 정의를 보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살인마 조규환을 잡는 강동경찰서 강력계 강철중 형사나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2세 범죄자 조태오를 잡는 광역수사대 강력계 서도철 반장 같은 인물도 마석도와 같은 계열의 경찰이다. 이들은 상대가 누구인가를 계산하지 않고, 범죄를 저지른 놈이라면 반드시 잡아서 형법이 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사회가 썩어간다고 느끼는 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올바르게 하지 않고, 대상에 따라 정치적 계산을 하는 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며, 이들이 돈과 권력의 편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순간, 상식과 정의는 무너지고 불법과 편법 즉 범죄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형사 마석도는 단순한 인물이지만 자신의 역할, 의무에 관해서 누구보다 철저한 사람이다. 형사는 범죄자를 잡는 것이 의무이고, 그 과정에서 범죄자와 맞붙었을 때, 범죄자의 폭력보다 훨씬 강한 폭력으로 범죄자를 압도하는 형사 마석도를 보면서 관객은 환호한다.
 
'범죄도시'에서 가리봉동 일대의 조직폭력배를 싹 쓸어 잡아들이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특히 연변에서 온 극악한 살인마 장첸 일당을 체포하는 과정이 백미였다. 이 영화에서 형사 마석도의 존재는 다른 모든 캐릭터를 압도했으며, 가리봉 일대 조직폭력배를 한순간 잔인한 폭력으로 제압하고, 그들에게 두려운 존재로 떠오른 장첸마져도 우습게 여기며 일대 일로 싸워 범죄자를 반쯤 죽여 놓는 그의 폭력은 한국사회에서 사라진 '정의'를 떠올리며 관객의 박수를 받는다.
 
'범죄도시 2'는 전편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범죄자가 등장한다. 범죄자가 악행을 극악하게 저지를수록 형사 마동석이 휘두르는 폭력의 통쾌함이 비례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범죄도시' 시리즈는 등장하는 악당의 범죄 행위가 상상을 뛰어넘을 걸로 예상한다.
이 영화는 전편 '범죄도시'에서 등장하는 인물과 에피소드가 곳곳에 깨알같이 박혀 있어서, 전편을 본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배우들의 애드립도 자주 보이는데, 영화 소재로만 보면 끔찍한 범죄를 다루고 있어 무겁고 심각한 내용이고, 액션도 몸과 몸이 직접 부딪쳐 만드는 강렬한 타격감으로 사실감을 살리고 있어 가벼운 내용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배우들의 대사나 덜 심각한 상황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영화는 전편과는 달리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았다. 전편이 '18세 이상 관람가'로 무려 688만 명이 봤으니, '15세 이상 관람가'라면 1천만 명에 가까운 성과를 낸 것으로 봐도 좋겠다. 이 영화도 폭력 수위가 상당히 높은데,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은 걸 보면 작품의 내용이 권선징악이고, 곳곳에 웃음을 터뜨리는 코믹한 장면이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캐릭터 영화는 서사보다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품을 말하는데, 여기서 형사 마동석은 절대 강자로 등장한다. 이런 인물은 서양 특히 미국에서 보여주는 '수퍼 히어로'의 한국형 버전으로, 고대 설화에 등장하는 '영웅'의 현대적 해석이다.
미국의 마블이나 DC코믹스에 등장하는 수퍼 히어로들은 최근까지 인간과는 거리가 먼 초월적 존재로서 인간 위에 군림했지만, 최근에는 수퍼 히어로도 인간적 고뇌와 물리적, 심리적 한계를 느끼는 약한 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과거 그리스, 로마의 '신'을 비롯해 '수퍼 히어로', 고대 신화의 '영웅'들이 현대에서는 인간처럼 고뇌하고, 심신의 한계를 느끼는 '인간형 영웅'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형사 마동석은 인간의 외모를 하고 있으나 그는 설화 속 영웅의 현현이다. 그는 인간을 대신해 악마와 싸우며, 인간이 악마에게 당한 수모와 고통과 슬픔과 아픔을 악마에게 그대로 되갚는, 나약한 인간이 간절하게 소망하고 갈망하던 '강한 인간'의 상상이 현실로 소환된 아바타다.
 
사회에서 힘없는 사람에게 연민을 갖고, 폭력을 휘두르는 자에게 폭력으로 응징하고, 집단(사회)가 약속한 윤리와 정의의 기준에 따라 질서를 바로 잡는 영웅의 존재는 역사 이래 민중이 꿈꾸던 이상 사회의 영웅이자 신의 모습이다. 민중은 이상화한 상상의 존재를 영웅 또는 신으로 만들었고, 부도덕한 사회, 권력을 남용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그들에게 경고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예술작품들이 '권선징악'을 말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사회진화론에서도 인류가 생존하는 최선의 방식은 악행보다는 선행이 사회를 지배해야 한다는 걸 본능과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사회는 집단을 이루고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집단이 유지되려면 구성원들이 서로 배려하고, 돕고, 선행을 베풀어야 하는 걸 인류는 배웠다.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집단이 커지고, 집단 내부에서 이기적이고 폭력성이 강한 존재들이 나타나면서 집단의 결속이 흔들리는 경우, 그 극소수의 반란자를 처치하는 것이 전체 집단의 생존에 유리하다는 건 당연한 결론이다. 생존 방식으로 체득한 권선징악과 소수자 처벌은 근현대로 들어오면서, 권력을 가진 자(집단)가 경쟁자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쓰이면서 폭력은 이중성을 드러낸다.
 
범죄자의 등장, 사적 폭력의 금지, 공권력(국가폭력)의 정당성 등은 오늘날 다시 해석해야 할 여지가 많은 주제들이다. 그리스의 직접 민주주의, 플라톤이 말하는 엘리트가 경영하는 정치, 왕이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왕권시대를 거쳐 절대 다수인 민중이 권력의 주인이라고 말하는 '민주주의'에서도 대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하고 빈틈이 많으면 악의적으로 훼손될 수 있는가를 우리의 현실을 보면서 실감한다.
이렇게 대의 민주주가 망가지고, 권력이 특정 소수 집단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권력을 가진 자(집단)가 권력으로 사사로운 이익과 욕망을 추구하는 부조리한 세상으로 타락하면서, 온몸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마동석의 존재는 시민의 영웅으로 등장한다. 관객이 형사 마동석을 응원하는건, 타락한 사회에서 희망을 보여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강한 물리적 힘을 바탕으로, 합법적 국가권력의 대행자이며 악한 자에게는 무자비하고, 사회가 만든 정의의 기준을 수호하려는 인물, 궁극으로 국민의 안녕과 사회 안전을 지키는 것은 그 시대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귀결하지만, 시민 개개인의 입장에서 형사 마동석은 '공공의 적'을 처치하는 영웅이자, 친하게 지내고픈 동네 형이자, 내 말을 들어줄 것 같은 든든한 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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