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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by 똥이아빠 2022. 4. 10.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세번 봤다. 처음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감독판으로 한번, 어제 다시 넷플릭스에서 한번. 지금 다시 보니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었다. 영화는 환타지고, 현실은 시궁창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영화의 결말이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다.

언론, 자본, 권력의 삼위일체가 어떻게 기득권을 유지하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가를 보여주는데,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환타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언론 권력을 가진 자가 깡패에게 상납받고, 언론 권력이 정치 권력을 만들고, 자본 권력은 돈으로 정치 권력을 후원하면서 자본의 이익을 최대로 만드는 법안을 만들도록 한다. 이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이며, 서로 '더럽고 부패한 관계'이다. 그들도 이런 커넥션을 정상이라고 여기지 않지만, 욕망의 충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는 '내부자' 즉 내부고발자인 주인공이 '검사'로 등장하지만, 현실에서 이렇게 정직하고 의로운 검사는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있어도 그들은 살아남지 못한다. 현직 검사가 내부고발자라는 설정 때문에 이 영화는 '환타지' 영화다. 

언론 권력에 줄을 댔던 깡패(이병헌)가 주제 넘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팔이 잘리고, 화장실에서 팁을 받으며 생활하는 양아치로 전락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권력'이다. 영화에서도 검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고, 그의 친구인 언론사 주필이 뒤를 밀어준다. 재벌 회장은 그런 국회의원을 불법으로 지원하고, 이들은 이너써클을 이루며 '이익동맹'을 맺는다.

언론사 주필 이강희는 '대중은 개돼지에 불과해서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어버린다'라고 말한다. 대중은 개돼지에 불과한 존재라는 것이 이들 기득권, 권력자들의 시각이다. 이건 실제로 교육부 관료가 자기 입으로 한 말이기도 하다. 현실에서도 고위 공무원들 가운데 일부가 이런 생각을 실제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그러니 공무원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진 자들이라면 대중을 개돼지로 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부패 커넥션을 그리고 있지만 당연히 환타지다.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사하라 사막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것처럼 불가능하다는 걸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 부패 커넥션의 일부가 드러나긴 한다. 예전에 삼성그룹의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경우, 가징 기본적인 법이 지켜지기만 했어도 한국은 훨씬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가 되었을 것이지만, 당연히 그 심각한 사건들은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가진 자'들이 벌리는 온갖 추잡한 작태의 단면을 본다. 그것은 정치적 권력 관계나 이해관계 속에서 삐져나오는 경우일테고, 괜찮은 언론의 집요한 추적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기업 또는 기업을 운영하는 자본가들이 빼돌리는 비자금이나 외국은행에 숨겨둔 돈의 출처를 집요하게 추적해서 그 범죄를 밝히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고 순서겠지만, 어쩐 일인지 한국에서는 경제범죄나 자본가들이 연루된 범죄는 더 이상 범죄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4조원이 넘는 돈을 사기치고 중국으로 밀항한 조희팔 일당의 경우, 경찰이 보호까지 해주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범죄로 벌어들인 돈이 정치, 경제, 사법 분야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주장이 틀린 말도 아니다.

심지어 한 나라의 가장 큰 정당에서도 자동차로 검은돈을 건네 받아 선거자금으로 쓸 정도이고, 그 때문에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으니, 정치권력과 관련된 범죄는 항상 면죄부를 받는다는 것을 널리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서글픈 환타지다. 정치권력과 언론의 부패를 조직폭력배를 통해 응징할 수밖에 없는 사회라면 희망이 없는 사회가 아닌가. 

이 영화에서 정치가를 만들고, 대통령 후보를 만들고, 정치가에게 스폰서(뒷배를 봐주는 재벌)를 붙여주는 역할을 하는 자가 언론인이었다. 언론이 썩은 사회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는 그나마 정의로운 검사가 한 명이라도 있었지만, 지금 한국에 정의로운 검사가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여타의 검사들은 제외하고 정치검찰이라고 불리는 자들이 권력의 개가 되어 '물라면 물고, 뜯으라면 뜨는' 말 잘 듣는 개가 된 상황에서,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을 기대하는 것은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이 평등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특히 천민자본주의 국가이자 파쇼국가인 한국에서는 이런 불평등은 더욱 심각하고 강력한 사회적 긴장 관계를 만들고 있다. 정치권력은 부패하고, 다수의 인민은 멍청하고 어리석다. 

이럴 때, 똑똑하고 정의로운 내부자들이 많이 나와주는 것이 사회를 살리는 수단이 되겠지만, 그것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먹고 살기 위해 몸을 사리고, 튀어나오면 망치를 맞게 되는 송곳이 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판. 3시간짜리 영화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처음 개봉한 영화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이야기의 흐름도 매끄럽다. 이미 먼저 개봉한 일반판을 본 상태여서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치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 재미있었다.

정치권력, 재벌의 돈, 언론의 여론몰이가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뭉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한국의 사회현실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이 영화가 '픽션'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한국에는 이렇게 정의로운 검사가 없다는 점에서 '픽션'이고 '환타지'이며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말이 맞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 진짜 범죄자들이 누구인가를 알게 하는데는 도움이 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캐릭터는 역시 언론인 이강희 주필이다. 그의 논설은 구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정치인을 만들고, 국회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며, 노동조합을 박살내고, 사회의 기득권자, 자본가, 권력을 가진 자들을 보호하며, 노동자, 농민, 서민을 노예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가장 두려워 하는 것이 바로 언론이고, 그래서 언론을 망가뜨리고, 매수해서 권력의 노예로 만드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한다.

지금 한국에서 '언론'의 역할을 하는 언론기관이 있을까 반문한다. 소수의 독립언론이 고작이다. 소위 주류언론으로 분류되는 공영방송과 공중파 방송의 언론은 이미 권력의 노예가 되었고, 신문도 마찬가지다.

 

언론인 이강희는 연필을 무기로 휘두르지만, 자본가는 자신의 하수인을 시켜 직접적인 폭력을 사용한다. 자본은 경쟁을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문제 해결은 폭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조폭 안상구의 팔목을 자른 것도 자본(가)이다. 물론 언론인 이강희가 뒤에서 사주를 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재벌 자본가는 조폭 양아치 하나쯤은 가볍게 죽일 수 있는 존재다.

안상구와 우장훈의 연합은 우리사회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범죄자를 잡는 검사가 조폭과 손을 잡고 사회의 기득권 세력의 범죄를 드러낸다는 설정은 이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얼마나 강고한가를 말하는 것이고, 범죄자의 힘을 빌릴 만큼 기득권 세력의 범죄행위가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분명 영화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이 사회가 얼마나 썪었는지, 기득권 세력이 얼마나 악랄하고 잔인하며 이기적인 놈들인지 잘 알게 된다. 별 세 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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