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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

by 똥이아빠 2021. 8. 17.

세이빙 미스터 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2004년 영화배우 오약보가 납치범에게 납치된다. 오약보는 이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에서 형사 조강 역으로 출연하기도 하는데, 자신의 납치 사건을 다룬 영화에 주인공이 아닌, 범인을 쫓는 형사로 등장한 것이다.

영화는 시간을 앞뒤로 복잡하게 배치하면서, 납치범과 인질, 경찰 사이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려 한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핸드헬드 카메라는 계속 흔들리며 인물을 따라가고,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내기 위해 날짜와 시간을 화면에 보여준다. 즉, 사건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과 짧은 시간에 범인을 체포하기까지 경찰의 긴박하면서도 현명한 대응을 실감하게 되는 영화다.

영화는 사건이 발생한 시간 순서를 복잡하게 뒤섞어서 관객이 편하게 관람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것은 복잡하게 보이려는 의도와 함께, 극적 긴장을 높이려는 편집이다. 이 영화의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재배치하고, 내용을 살펴보자. 여기서 '사건 발생'은 '우 선생 납치' 사건을 말한다.

 

사건 발생 25일 전

납치범 화즈 일당은 사업가 쿵씨 형제 가운데 동생을 납치한다. 형에게 전화해 100만 위안을 보내라고 협박하고, 형은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00만 위안을 범인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화즈 일당은 동생을 살해한다.

사건 발생 20일전, 러시아 국경

화즈 일당은 러시아 마피아에게 총기를 다량 구입한다. AK-47을 비롯해 권총, 수류탄까지 구입한 이들은 본격 납치를 시작한다.

사건 발생 17일 전

거리에서 납치를 시도하던 화즈 일행은 범행에 실패하면서 경찰에 쫓기기 시작한다. 이때 피해자는 범인들의 인상을 경찰에게 알려주고, 경찰은 과거 전과자 사진에서 동일 범행을 저지른 화즈를 찾아낸다. 따라서 경찰이 화즈를 추적하는 것은 빠른 시간에 시작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15일 전

경찰이 화즈의 일당이었던 용의자 창즈와 강즈를 체포한다. 이들에게서 다른 일당과 주범인 화즈의 동선을 캐묻고, 화즈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화즈와 일당은 이렇게 경찰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우 선생'을 납치하게 되는 것이다.

사건 발생 1일 전

화즈 일당은 거리에서 청년 한 명을 납치한다. 청년의 이름은 도우. 이 청년은 끝가지 우 선생과 함께 묶여 있다가 생존한다.

그리고 마침내 음력 1월 13일, 사건 당일

음력 1월 13일, 중국은 설날 연휴로 떠들썩한 분위기다. 거리는 화려한 조명과 불꽃이 터지는 소리로 시끄럽고, 축제 분위기로 사람들은 들떠있다. 새벽 1시, 어느 고급 술집 앞에 나타난 형사들이 고급 자동차 주인이 누구냐고 직원에게 묻는다. 그때 술집에서 나오는 영화배우 우 선생과 투자자 청 선생. 시 소속 형사과 형사라고 배지를 내보이는 사람들은 우 선생을 강제로 차에 태우고 사라진다. 

함께 있던 청 선생이 경찰에 신고하고, 출동한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말한다. 그리고 경찰서로 가서 우 선생을 납치한 용의자의 얼굴을 확인한다. 동일 범행으로 전과자 가운데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화즈라는 걸 경찰도 예상하고 있었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맞았다.

경찰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화즈 일당은 경찰이 이렇게 기민하게 움직이는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고, 그들은 납치한 사람에게 돈을 최대한 뜯어낼 생각을 하고 있다.

사건 발생 45분 후

차를 노렸는데, 유명 영화배우가 나타나서 납치했다고 화즈가 말한다. 그렇다면 우 선생을 납치한 것은 우발적 사건이었다는 뜻이다. 이들은 계획한대로 인질을 가두어 놓을 장소로 이동한다. 그곳은 도시 외곽에 있으며, 사람들 눈에 거의 띄지 않는 곳이다.

화즈는 우 선생에게 24시간 안에 돈을 가져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 선생 앞에서 도우를 죽이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도우를 죽이려 하자 우 선생은 도우의 몫까지 돈을 줄테니 도우를 살려달라고 말한다. 우 선생은 도우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도우는 우 선생의 팬이었다고 말한다.

사건 발생 2시간 후

화즈는 우 선생이 준 아파트 키를 가지고 그의 아파트에 들어가 금고를 열고 현금과 카드를 찾는다. 금고에는 얼마의 현금과 우 선생이 말한 300만 위안이 들어 있는 신용카드가 있다. 이때 이미 경찰도 우 선생의 아파트에 접근하고 있었는데,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는 화즈가 10분 전에 떠난 뒤였다.

화즈는 다시 인질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 우 선생에게 금고에 현금과 카드가 없다고 거짓말을 한다. 우 선생은 절대 그럴 리 없다며 소리 치고, 화즈가 비디오카메라로 우 선생을 찍으려 하는데, 우 선생이 카메라를 부순다.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은 결국 인질을 죽이겠다는 뜻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3시간 후

우 선생은 가장 친한 친구인 수 사장(사업가)에게 전화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달라고 부탁한다. 자기가 지금 납치되어 있고, 돈을 마련해서 납치범에게 전달하면 목숨을 살려준다고 말한 다음, 경찰에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말한다. 우 선생의 전화를 받은 수 사장은 곧바로 경찰에 전화한다.

화즈는 수 사장에게 전화해서 은행이 문을 열면 곧바로 돈을 찾아서 자기가 지시하는대로 따르라고 말한다. 이때 이미 경찰은 수 사장의 전화를 받고 수 사장 집에 도착한다.

사건 발생 6시간 후

경찰은 우 선생이 납치당한 술집 앞에서부터 CCTV를 역추적하면서 화즈 일행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어디로 갔는지 확인한다. 화즈와 일당도 경찰의 추적을 피해 은거하던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사건 발생 8시간 후

오전9시가 넘어서 우 선생이 은행에 전화한다. 전화로 100만 위안의 인출을 승인하고, 우 선생의 친구 수 사장이 돈을 찾을 거라고 말한다. 화즈는 오전 10시에 은행 앞에서 만나자고 말하고, 화즈와 일당은 차를 가지고 은행 근처로 향하는데, 우 선생을 태운 차를 수상하게 본 트랙터 주인이 경찰에게 수상한 차라고 신고한다. 이 신고는 곧바로 납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본부로 전달되고, 경찰은 신고가 들어온 수상한 차에 대해 추적한다.

이때쯤, 우 선생은 납치해서 번 돈으로 무엇을 할 거냐고 묻고, 화즈는 납치한 돈은 계획의 일부라고 말한다. 화즈 일당은 돈을 마련해 더 많은 총과 무기를 구입한 다음, 금괴가 있는 은행 금고를 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오전10시, 수 사장이 돈을 찾아 기다리는 은행 앞과 안에는 변장한 형사들이 포진했고, 은행 주위 건물에도 스나이퍼들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화즈는 은행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근처 상동 쇼핑몰에서 수 사장에게 전화한다. 화즈는 돈을 받으러 나가면서 부하들에게 밤9시까지 자기가 돌아오지 않으면 우 선생과 도우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사건 발생 10시간 후

경찰은 화즈가 내린 택시를 CCTV로 확인하고 그 택시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추적한다.

사건 발생 11시간 후

은행에서 돈을 찾아서 가지고 있던 수 사장에게 화즈가 전화해서 밤에 연락하겠다고 말한다. 그 사이에도 경찰은 매우 기민하게 화즈 일당을 추적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12시간 후

경찰은 화즈 일당이자 지난 납치 사건의 용의자 보자이를 체포한다.

사건 발생 13시간 후

경찰은 화즈 일당이자 지난 납치 사건의 용의자 둥즈를 체포한다. 그리고 그에게서 교외 과수원 근처 작은집을 빌렸다는 진술 받아낸다.

사건 발생 15시간 후

화즈를 찾아 시내를 돌아다니는 경찰. 경찰은 체포한 일당들에게서 화즈에 관한 정보를 캐내고, 그 정보들을 짜맞춰서 화즈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지점에서 매복한다. 이때 화즈는 여자친구의 집에 있었고, 화즈는 자기가 경찰에게 매우 가깝게 추적당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사건 발생 17시간 후

경찰이 화즈가 탄 것으로 보이는 용의 차량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차의 타이어를 살짝 찢어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펑크가 나도록 만든다. 경찰이 화즈가 있는 곳을 직접 덥치지 못하는 것은, 화즈가 총과 수류탄을 항상 지니고 다닌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그의 일당들이 진술한다.

화즈는 여자친구의 집에서 나와 자기 차를 타고 움직인다. 이때 이미 경찰은 화즈의 존재를 확실히 알고 있었고, 여러 팀이 돌아가며 화즈의 차를 미행하고 있어서, 화즈는 자신을 미행하는 차가 없는지 계속 확인하지만, 경찰의 미행을 완전히 눈치 채지는 못한다.

차가 움직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퀴에서 바람이 빠지고, 펑크난 타이어를 수리하려고 화즈는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정비를 하는 사람에게 바퀴를 봐달라고 말하며 불안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사건 발생 18시간 후

경찰은 화즈가 모르게 접근해 화즈를 체포한다. 사건발생 18시간 20분, 용의자 화즈는 경찰에 체포되어 취조당하는 상황에 놓인다. 경찰은 화즈 애인(천천)의 집을 확인하고, 수색해 범행과 관련한 증거가 있는지 확인한다.

화즈는 자기가 알고 있는 걸 말할테니 먼저 애인 천천을 만나게 해달라고 말한다. 경찰은 어떤 꿍꿍이가 있는지 모르지만, 일단 천천을 만나도록 한다. 경찰차에 태워 천천이 있는 병원으로 가서, 병원 입구, 현관 앞에서 두 사람이 만나고, 잠시 포옹하는 사이, 천천이 화즈의 사타구니에 수갑 열쇠를 몰래 넣어준다. 하지만 이 시도는 곧 경찰에게 발각되고, 화즈는 다시 경찰서로 돌아온다.

같은 시간, 인질이 있는 집에서는 범인 가운데 한 명이 우 선생에게 화즈가 죽이라고 말했다는 걸 알려준다. 우 선생에게 우호적인 이 범인은 가능한 우 선생을 살려주고 싶지만, 다른 일당이 화즈의 명령대로 밤9시가 되면 두 사람을 죽이겠다고 마당에 미리 땅을 파놓고 시간이 되기를 기다린다.

범인들은 우 선생과 도우에게 마지막 식사라며 만두를 먹으라고 준다. 시간은 밤9시가 거의 다 되어가고, 화즈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범인들은 화즈가 돈을 받아서 곧바로 자기들을 버리고 도망했거나 아니면 경찰에게 잡혔거나 둘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한다.

이때 경찰은 우 선생과 도우가 잡혀 있는 건물을 포위하고 있었고, 이 건물을 정확하게 찾은 건 트랙터 주인의 신고, 화즈 일당인 둥즈의 자백, 범행 18시간만에 체포된 화즈의 진술을 종합해서 경찰이 찾아낸 획기적인 쾌거였다.

밤9시가 다 되었고, 범인들이 우 선생과 도우를 죽이려는 그때, 경찰이 진입해 범인들을 체포하고 우 선생과 도우를 구출한다. 이때는 우 선생이 납치되고 20시간이 될 때였다. 중국 공안은 납치사건을 20시간만에 해결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다. 

사건이 일어나고 10개월 후, 화즈는 주범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일당은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사형이 있기 전, 화즈는 엄마와 면회하면서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우 선생이 면회한다. 

 

화즈와 일당은 이미 여러 번의 납치, 살해를 한 흉악범들이고, 이들의 잔혹성은 영화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감정적이고 자극적이지 않게 그린 것은 이 영화가 범죄를 소모적으로 다루거나, 범죄 포르노처럼 보이도록 하지 않으려는 감독의 의도가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조금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건과 범인, 우 선생의 입장을 바라보도록 그리고 있다.

화즈와 일당은 매우 대담하게 범행을 저지르는데, 이들은 경찰로 신분을 속이고-경찰마크까지 가지고 다닌다-얼굴을 드러내놓고 길거리에서 사람을 납치한다. 이들은 인질의 가족에게 돈을 받지만 인질을 살해하는 악행을 저지른다. 이렇게 돈을 만들어서 더 많은 무기를 구입해 금괴가 있는 은행을 털겠다고 계획했다는데, 그건 납치 범죄에 대한 변명으로 들린다. 

화즈가 이미 과거에 같은 범죄를 저질렀고, 감옥에서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같은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경찰은 수상한 납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목격자들에게 화즈의 인상착의를 보여주면서 범인을 일찍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우 선생을 납치하기 전에 이미 몇 건의 납치 범죄를 저질렀고, 그 가운데 한 번 실패한 사건으로 화즈와 일당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경찰은 이들을 비교적 쉽게 추적할 수 있었던 것도 우 선생을 살릴 수 있는 행운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이 영화는 한국에서 곧 개봉할 영화 '인질'의 원작이기도 하다. 황정민 배우가 열연하는 '인질'을 이 영화와 비교하면서 봐도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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