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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재키 브라운

by 똥이아빠 202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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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브라운 Jackie Brown
 
영화는 한 여성의 옆모습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인물이 움직이지 않고, 배경이 움직이도록 하면서 인물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관객은 그의 옆모습만 보게 되는 이 장면은 관객이 주인공을 강렬하게 인식하는 시간이다. '재키' 역을 맡은 팸 그리어는 '미스 콜로라도'로 선출된 공인된 미인이었으며, 70년대 헐리우드에서 여러 영화에 출연해 흑인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한때 잘 나가던 배우였지만 그뒤로는 인기가 시들해졌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팸 그리어의 연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자기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 만한 시나리오를 썼다.
이 작품 '재키 브라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창작이 아닌, 엘모어 레너드의 원작 소설 '럼 펀치'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엘모어 레너드는 하드보일드 장르의 대표 작가로 알려졌고, '럼 펀치'는 그 가운데서도 대표작으로 볼 만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에서 주인공 이름은 '재키 버크'로 나오는데, '재키 브라운'이 된 이유는 원작 소설의 이름 '재키'와 팸 그리어가 20대 초반, 첫 주연을 했던 영화 '폭시 브라운'에서 '브라운'을 따와 지은 이름이다.
재키는 공항의 평면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그녀는 도도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그녀는 조금 바쁘게 움직이는 듯 하더니 점점 빠르게 걷다가 마지막에는 달려간다. 그렇게 겨우 비행시간을 맞춰 탑승한다. 승무원 복장의 재키는 도도하게 보이지만, 그녀의 삶은 몹시 고단하다.
 
소파에 앉은 오델은 옆에 있는 루이스에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총기를 설명한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여러 종류의 총을 직접 쏘면서 총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장면은 매우 역설적이다. 여성과 살상무기, 여성의 성 상품화와 살상무기로 돈을 버는 자본, 돈을 벌 수 있다면 여성의 성은 물론, 사람을 죽이는 무기까지 어떤 것도 취급한다는 절대자본주의의 아이러니를 볼 수 있다.
오델은 총에 관해 퍽 박식한 척 말을 하지만, 그의 애인 멜라니는 오델이 무식한 인간이라고 루이스에게 알려준다. 오델과 멜라니는 애인 사이인 것처럼 보이지만 둘의 사이는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미워하는 것도 아닌, 아니, 그 둘이 뒤섞여 한꺼번에 분출되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둘은 마치 싸움닭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인상 쓰고, 오델이 말하면 멜라니는 마지 못해 억지로 행동한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루이스는 감옥에서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은 늙은 범죄자다. 오래 전 감옥에서 오델을 만나 알게 되었고, 오로지 '감방 동기'라는 것만으로 루이스는 먹고 살려고 오델을 찾아온 상황이다.
그때 전화가 오고, 경찰에 잡혀 있다는 보먼의 전화를 받은 오델은 '체리 보석보증소'의 맥스 체리를 찾아간다. 단지 보석금 1만 달러를 내고 보먼을 빼내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오델은 체리가 보먼의 집행유예 상황을 알려주자 보먼이 유치장에서 나온 날 저녁, 보먼을 찾아간다. 보먼은 오델과 잘 알 뿐아니라 오델을 위해 일을 했던 부하이기도 한데, 짧게 등장하는 보먼은 꽤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다. 보먼 역을 하는 배우는 '크리스 터커'로 매우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배우다. 성룡과 함께 주연을 연기한 '러시아워' 시리즈와 '제5원소' 등에서 코믹하면서 유쾌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잠깐 등장하지만, 연기는 상당히 훌륭하고 인상적이다.
오델은 집에서 나오고 싶지 않은 보먼을 설득하기도 하고, 협박도 하면서 결국 차에 태운다. 그것도 트렁크에. 오델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관총 두 대를 한국인들에게 팔겠다고 말하는데, 이 영화를 만들 때가 1997년이고, LA 폭동사태가 발생한 때는 1992년이어서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때를 생각하면, 한국인들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불법 무기상에게 기관총 같은 중무기를 구입한다는 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보먼이 마지 못해 집에서 나오게 되는 것도 오델이 이렇게 설득력 있는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총을 들고 트렁크에 숨어 있으라는 오델의 말을 듣고 마지 못해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는 보먼. 차는 집앞을 한바퀴 돌아 빈터에 서고, 오델은 트렁크 문을 열고 보먼을 살해한다. 그리고는 루이스의 집 앞으로 가서 루이스를 불러내 트렁크를 열어 죽은 보먼을 보여주고, 자기가 왜 보먼을 살해했는지 설명한다. 오델은 매우 철두철미하고 잔인한 인물이라는 걸 보여준다. 이건 루이스에게 경고를 하는 장면이다.
 
멕시코로 비행을 하고 LA로 돌아온 재키에게 경찰이 다가온다. 마크는 LA 경찰이고, 동료 레이는 무기단속국 형사다. 두 사람은 재키의 가방을 뒤져 5만 달러를 찾아낸다. 그건 이미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는 뜻이고, 재키가 거짓말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크는 이 정도 불법이면 2년 징역에 25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말은 부드럽지만 강력한 경고이자 협박이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재키의 과거가 드러난다. 재키는 대형 항공사의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괜찮은 삶을 살았지만, 마약 문제로 해고당하고 그 이후에는 작은 항공사에 겨우 취업해 연봉 1만6천 달러의 적은 임금을 받으며 살고 있다.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다.
형사들은 조사 과정에서 '보먼'의 이름을 꺼낸다. 그들은 보먼의 입에서 재키 브라운이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했고, 형사들이 잡고 싶은 인물이 따로 있다는 것도 말한다. 즉 재키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키에게 돈 심부름을 시킨 자를 잡으려는 것이다. 재키는 형사들의 말을 들으면서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다. 형사들은 협조하지 않으면 재키를 세관에 넘기겠다고 협박한다. 그건 재키에게 가장 나쁜 상황이다. 이때 재키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면서 한동안 재키의 미묘한 얼굴 모습이 비치는데, 이 표정 연기를 하는 팸 그리어의 연기가 대단하다. 무표정한 듯 보이지만, 그녀의 얼굴 근육, 입술 가장자리의 미묘한 떨림, 한쪽 눈썹과 오른쪽 입꼬리의 비틀림 등 매우 매력적이고 복합적인 표정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재키가 가져온 5만 달러 돈봉투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약이 나오면서 상황은 더 나빠진다. 결국 재키는 재판을 받게 되고, 보석금 1만 달러가 선고된다. 재키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 오델이 앉아 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델은 다시 맥스를 찾아간다. 보먼에게 내려던 보석금 1만 달러를 재키의 보석금으로 써달라고 말하는 오델의 태도는 싸이코패스처럼 보인다. 자기가 보먼을 죽이고도 마치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먼의 죽음을 객관의 태도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스는 오델의 말과 그의 태도를 보면서 오델이 보먼을 죽였다고 '거의' 확신한다.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이 바닥에서 19년을 일하면서 말을 할 때와 입을 다물 때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보통 보석보증소 사무실을 운영하는 건 퇴직한 경찰이나 경찰과 끈이 닿는 사람들이 하는데, 여기서 맥스의 과거는 나오지 않지만, 짐작컨데 전직 경찰일 가능성이 높다.
맥스는 오델이 준 보석금 1만 달러를 내고 재키 브라운을 데리고 온다. 경찰서에서 풀려나 문쪽으로 걸어오는 재키를 처음 본 맥스는 한눈에 그에게 반한다. 이 장면은 특히 감상적으로 보이는데, 재키를 발견한 맥스의 놀라는 눈과 부드러운 음악, 두 사람의 클로즈업된 얼굴과 대화는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두 사람은 재키의 집 근처 호텔 바에 마주 앉는다. 재키가 담배를 권하자 맥스는 3년 전 담배를 끊었다고 말한다. 다시 재키가 살이 쪘냐고 묻자 맥스는 4.5kg이 쪘다고 말한다. 재키는 직업을 잃을까 걱정하고, 맥스는 자신이 19년 동안 한 1만5천 건의 보석 가운데 80%가 마약 건이라고 말한다. 
이때까지도 재키는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키는 오델의 돈 운반책이고 경찰은 오델을 잡으려 재키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재키는 해고당하면 밑바닥으로 떨어질까 두려워한다.
재키가 집에 도착하고, 오델이 그의 집을 찾아간다. 두 사람은 평온하게 보이지만, 재키는 오델이 한밤중에 집에 찾아온 목적을 알고 있다. 오히려 오델이 재키의 속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델은 보먼을 살해한 것처럼, 경찰에 협조하려는 재키를 살해해서 자신의 범죄를 감추려고 생각하고 있다. 오델과 재키는 현재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과거의 한때 연인이었을 가능성은 높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마약 이야기가 나오는데, '워커'와 '멜라니'가 언급된다. 이름만 등장하는 '워커'는 멕시코에서 오델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인데, 멜라니와는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로 보인다. 멜라니가 개인적으로 워커에게 부탁해 오델에게 보내는 돈봉투에 마약을 넣어달라고 했고, 이 사실은 오델도, 재키도 모르고 있었다. 결국 오델은 재키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오델은 자기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재키가 경찰에게 정보를 털어놓을까봐 재키를 죽이려 한다. 재키는 보먼이 오델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곧 자기도 죽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이 예상은 정확하게 맞았다. 재키는 맥스의 차 글로브박스에 있던 총을 훔친다. 이 장면은 두 개의 화면으로 분할되어 관객의 이해를 돕는데, 이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맥스는 자기 총을 재키가 가져간 걸 알고는 중무장을 하고 오델의 집으로 가서 오델을 기다린다. 만약 오델이 재키를 죽이고 집에 도착하면, 맥스의 총에 맞아 죽었을 것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재키는 오델이 자기를 죽이려는 걸 알지만, 오델을 죽여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오델에게 협상안을 제안한다. 경찰에게 오델의 정보를 넘겨주지 않고 침묵하면 재키는 감옥에 가니까 그 대가로 10만 달러를 달라고 한다. 1년 미만, 집행유예일 경우 그렇고 1년 이상 형을 받으면 10만 달러를 더 내놓으라고 말한다. 오델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돈은 멕시코에 있다. 재키는 멕시코에 있는 돈을 가져와야 하고, 오델과 재키는 협상에 합의한다.
이제 재키는 본격 줄타기를 시작한다. 경찰과의 협상과 오델과의 협상 사이에서 어느 한쪽이라도 관계가 어긋나면 재키는 감옥에 가거나 죽임을 당하게 된다. 죽지 않고, 돈까지 빼돌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영화의 스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음 날 아침, 맥스는 재키의 집을 찾아온다. 재키는 당연히 맥스가 올 것을 알고 있었고, 먼저 총을 몰래 훔친 것을 사과한다. 재키가 커피를 타러 주방으로 갈 때, 그의 거실벽에 걸린 그림이 선명하게 눈에 띄는데, Frank Frazier의 작품이 걸려 있다. 이 작품은 프랭크 프레지어가 1988년에 그린 것으로 제목은 'Untitled'다. 가로 20인치, 세로 26인치 크기의 스크린프린트 작품으로 모두 33개를 찍었는데, 재키의 집에 걸린 그림은 원본이 아닌, 복사본 포스터로 싼 가격이다. 작품 아래 Vision in Black은 프랭크의 아내 주디(Judy)가 운영하는 갤러리 이름이다.
재키는 커피를 내리는 사이 LP를 꺼내 음악을 재생하는데, '델포닉스'의 Didn't I (Blow Your Mind This Time)가 흘러나온다. 맥스는 이 음악을 누가 불렀는지 묻는다. 델포닉스의 이 노래는 1969년에 발표했고, 그 해에 빌보드 3위까지 올라갔을 정도로 유명한 노래지만, 백인인 맥스는 흑인 그룹의 음악에 그동안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걸 보여준다.
두 사람은 오델의 돈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재키는 자신의 진심을 맥스에게 털어놓는다. 오델보다 더 무서운 건, 자신의 삶이 뚝뚝 끊기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라고,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재키는 경찰서를 찾아가 레이와 마크에게 협조하겠다고 말한다. 재키는 직장 복귀와 출국허가서를 요구하면서 오델이 불법 무기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형사들에게 말한다. 이 사실은 경찰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재키는 고자질을 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시간, 쇼핑을 하고 돌아온 오델과 루이스는 소파에 누워 대마초를 피워대는 멜라니를 본다. 마침 걸려온 재키의 전화를 받은 오델은 외출하고 두 사람은 사사로운 이야기를 나눈다. 루이스와 멜라니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았던 사이였다. 멜라니는 오델의 애인이지만 루이스를 유혹해 섹스한다. 이때까지는 멜라니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조금 시간이 지나서 멜라니는 루이스에게 오델과 재키가 멕시코에 있는 돈 50만 달러를 가져온다는 걸 말하고, 그 돈을 루이스와 둘이 빼돌리자고 제안한다.
오델은 재키를 만나 재키가 멕시코에서 돈을 무사히 가져오는 방안에 관해 설명을 듣는다. 재키는 돈을 가져오기 전에 예행연습을 한 번 하고, 두번째 50만 달러를 가져오겠다고 설명한다. 오델은 그 방법에 동의하고, 결정적 실수가 없는 한 돈은 오델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 오델과 재키는 델라모 쇼핑몰에서 만난다. 돈을 전달하는 방법을 다시 확인한 오델은 자리를 뜨고, 우연히(?) 맥스가 그 근처를 지나가다 재키를 만난다. 이 영화에서 오델과 재키가 쓴 모자는 kangol 브랜드인데, '캉골'은 영국 캠브리아 지역에서 1938년 시작한 모자 전문 브랜드다. 모자의 소재가 니트와 앙고라, 울이어서 이 이름을 합성해 지은 것이 KANGOL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에게 모자를 납품하면서 돈도 벌고, 이름도 알렸으며 1954년에는 특수한 소재의 베레모504를 선보여 크게 성공한다.
재키는 맥스에게 출처가 없는 돈 50만 달러가 생기면 그 돈을 갖고 튀겠느냐고 묻는다. 맥스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다른 말을 한다.
 
재키는 멕시코에서 1만 달러를 가져온다. 레이와 마크가 그 돈을 확인하고,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쇼핑백이 바뀌는 걸 감시한다. 그 사이 맥스도 근처에서 이 모든 상황이 진행되는 걸 보고 있다. 재키에게 나타난 사람은 오델의 집에 살고 있는 셰론다로,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다. 재키는 셰론다가 가져온 쇼핑백을 들고 먼저 자리를 뜨고, 셰론다도 재키가 미리 놓아둔 쇼핑백을 들고 자리를 뜬다. 형사들은 셰론다를 쫓아가고, 맥스는 재키와 셰론다가 있던 좌석 옆 자리에 있던 다른 여성을 유심히 지켜보며 미소짓고 그 여성의 뒤를 따라가 자동차 번호를 적어둔다.
 
다음 날, 재키는 오델의 집을 찾아가 오델에게 심하게 따진다. 자기가 준비했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다. 오델은 이중으로 준비를 해서 셰론다와 시몬을 동시에 투입했다. 경찰은 셰론다를 따라갔지만, 돈을 가진 것은 시몬이었고, 이 과정은 재키도, 경찰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맥스는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오델은 진짜 돈(50만불)을 가져올 때는 시몬이라는 여자를 투입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시몬을 지금 여기로 부르라고 루이스에게 말하지만 시몬은 전화를 받지 않아서 재키는 시몬의 이름만 듣고,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다.
저녁에, 재키는 레이를 만난다. 재키는 오델과 진행하는 상황을 레이에게 알려주고, 레이가 무심코 흘리는 말에서 재키는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다. 루이스와 함께 살고 있는 여성이 '시몬'이라고 레이가 말하는데, 재키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말한다. 재키는 멜라니, 셰론다, 시몬을 모두 알게 된다.
 
재키는 맥스에게 멕시코에서 50만 달러를 가져온다고 말하고, 돈을 빼돌릴 방법을 알려준다. 그때 오델이 전화해서 시몬이 예행연습으로 가져온 돈 1만 달러를 들고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몬 대신 멜라니가 역할을 할 거라고 알려준다.
마침내 재키는 멕시코에서 돈을 가져오고, 레이와 마크에게는 우선 5만 달러만 가져온다고 미리 알려서 5만 달러를 보여준다. 남은 돈은 가방의 아래쪽에 있고, 이걸 들키면 모든 계획은 수포가 된다. 오델은 재키가 50만 달러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고 있고, 경찰들은 5만 달러로 알고 있으며, 이 돈은 델라모 쇼핑몰의 여성 의류 매장 탈의실에서 빼돌리는 것으로 결정된 상황이다.
승무원 복장의 재키는 빌링슬리 매장으로 들어가 미리 봐두었던 여성 의류 코너로 가서 정장 한 벌을 사 입는다. 탈의실에서 잠깐 기다리자 멜라니가 들어와 준비한 쇼핑백을 건네고, 재키도 미리 준비한 쇼핑백을 멜라니에게 건낸다. 이 과정까지가 재키가 오델에게 설명한 돈 빼돌리기 작전인데, 이제부터는 재키와 맥스가 준비한 작전이 펼쳐진다.
 
멜라니는 계획대로 재키에게 쇼핑백을 건네받아 밖으로 나온다. 재키는 레이와 마크를 찾아 백화점 1층을 헤매다 둘을 만나서 멜라니가 돈을 들고 튀었다고 말한다. 경찰은 이 전체 작전을 모르고 있고, 멜라니는 쇼핑백만 들고 나오는 역할만 할 뿐이고, 루이스는 멜라니가 돈을 들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루이스는 매장 앞에서 맥스를 발견하지만,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멜라니가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나오자 루이스는 쇼핑백을 뺐아 주차장으로 나간다.
하지만 차를 쉽게 찾지 못하고 - 쇼핑몰이 워낙 넓어서 출입구가 수십 군데가 되고, 그 건물 주변이 전부 주차장이어서 길을 잃는 것이 가능하다 - 짜증이 나는데, 멜라니가 계속 깐족거리며 루이스의 신경을 긁는다. 결국 루이스는 총으로 멜라니를 쏘고, 혼자 주차장을 떠난다.
멜라니가 재키에게서 돈이 든 쇼핑백을 받아 떠나고, 재키가 옷을 구입한 다음, 경찰을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간 다음, 맥스는 매장 직원에게 '아내가 놓고 간 쇼핑백을 찾으러 왔다'고 말한다. 이제 돈은 맥스의 수중에 있고, 맥스가 마음만 바꾸면 돈을 갖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재키는 맥스를 믿었지만, 맥스가 진짜 배신하지 않을까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호프집에서 기다리던 오델은 쇼핑백을 갖고, 차를 가지고 온 루이스를 만난다. 오델은 멜라니가 없는 걸 이상하게 여기고, 루이스는 멜라니가 신경을 긁어서 총으로 쐈다고 말한다. 그리고 쇼핑백을 확인하는데, 돈은 4만 달러밖에 없다. 오델이 받아야 하는 돈은 55만 달러인데, 돈이 사라진 것이다. 루이스가 멜라니를 총으로 쐈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델은 상황을 정리하고, 루이스는 매장에서 맥스를 봤다는 말을 한다. 그러자 재키와 맥스가 돈을 빼돌렸을 거라고 확신한다. 루이스가 맥스를 봤다는 말을 하자 오델은 화가 끝까지 난다. 루이스의 멍청함과 재키의 교활함 모두 오델의 신경을 긁은 것이다. 오델은 차안에서 루이스를 살해한다.
재키는 레이에게 5만 달러의 행방을 모른다고, 멜라니가 들어와서 쇼핑백을 강탈했다고 말한다. 경찰들은 재키가 백화점에 들러 옷을 구입할 줄은 모르고 있었다. 재키는 경찰에게 약속 시간을 조금 늦게 알려주었고, 멜라니에게 추적 표식이 되어 있는 1만 달러를 따로 건네서 갖도록 했다. 경찰은 루이스의 사체를 발견하고, 재키의 주장에 빈틈을 찾아내지 못한다.
 
오델은 맥스에게 전화해 재키와 공모한 걸 알고 있다고 말하고,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맥스는 오델의 집을 찾아가 재키가 지금 자기 사무실에 있고, 돈도 가지고 있으며, 돌려주겠노라고 말한다. 맥스는 멜라니와 재키가 공모해서 돈을 빼돌려 반씩 나눠 갖기로 했으며, 재키가 돈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썼노라고 말한다. 물론 이 말은 거짓말이다.
오델과 맥스는 재키가 기다리고 있는 맥스의 사무실로 간다. 달리는 차안에서 오델은 델포닉스 음악이 흘러나오자 맥스에게 '델포닉스를 좋아하는 줄 몰랐는 걸'하고 말한다. 흑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이지만 백인이 좋아하는 건 드물기 때문에 의외라고 말하는 것이다.
맥스의 사무실은 불이 꺼졌고, 어둠 속에 재키가 앉아 있다. 의심이 많은 오델은 잔뜩 경계하며 맥스에게 사무실 문을 열게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재키가 소리치고, 레이와 마크가 오델을 사살한다. 
사흘 후, 재키는 맥스의 사무실을 찾는다. 청바지에 하얀 티와 자켓을 입은 재키는 밝고 환한 분위기다. 줄곧 칙칙하고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었던 재키의 삶이 이제부터 달라질 거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맥스는 정확히 10%의 수수료를 떼고 재키에게 수표를 우편으로 보냈다. 재키는 스페인으로 가는데, 함께 가자고 말하고, 맥스는 재키의 제안을 거절한다. 맥스는 자신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외롭고, 우울한 날들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것,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걸 아프지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재키는 그런 맥스를 뒤로 하고 혼자 떠난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재키는 복잡한 심경이다. 큰돈을 갖게 되었고, 더 이상 가난한 승무원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되며, 40년 인생의 우울과 힘든 나날에서 해방된 것은 행복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사랑한 남자를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은 쓸쓸하고 고통스럽다. 재키의 미묘한 표정과 눈에 아련하게 어리는 눈물이 그녀의 마음을 진실하게 보여준다.
 
'재키 브라운'을 서너 번 봤지만, 이번처럼 몰두해서 본 것은 처음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좋지만, 이 작품은 특히 훌륭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재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 영화를 배우 팸 그리어를 위해 바치는 헌정영화로 만들었다. 팸 그리어는 훌륭한 연기로 감독의 의도를 만족시켰고, 유혈이 낭자하지 않아도, 인간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수준 높은 영화가 되었다.
<영화> 재키 브라운 Jackie Brown
 
영화는 한 여성의 옆모습을 롱테이크로 보여준다. 인물이 움직이지 않고, 배경이 움직이도록 하면서 인물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만, 관객은 그의 옆모습만 보게 되는 이 장면은 관객이 주인공을 강렬하게 인식하는 시간이다. '재키' 역을 맡은 팸 그리어는 '미스 콜로라도'로 선출된 공인된 미인이었으며, 70년대 헐리우드에서 여러 영화에 출연해 흑인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한때 잘 나가던 배우였지만 그뒤로는 인기가 시들해졌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팸 그리어의 연기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자기 영화에 출연할 수 있을 만한 시나리오를 썼다.
이 작품 '재키 브라운'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창작이 아닌, 엘모어 레너드의 원작 소설 '럼 펀치'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엘모어 레너드는 하드보일드 장르의 대표 작가로 알려졌고, '럼 펀치'는 그 가운데서도 대표작으로 볼 만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에서 주인공 이름은 '재키 버크'로 나오는데, '재키 브라운'이 된 이유는 원작 소설의 이름 '재키'와 팸 그리어가 20대 초반, 첫 주연을 했던 영화 '폭시 브라운'에서 '브라운'을 따와 지은 이름이다.
재키는 공항의 평면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그녀는 도도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그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그녀는 조금 바쁘게 움직이는 듯 하더니 점점 빠르게 걷다가 마지막에는 달려간다. 그렇게 겨우 비행시간을 맞춰 탑승한다. 승무원 복장의 재키는 도도하게 보이지만, 그녀의 삶은 몹시 고단하다.
 
소파에 앉은 오델은 옆에 있는 루이스에게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총기를 설명한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여러 종류의 총을 직접 쏘면서 총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장면은 매우 역설적이다. 여성과 살상무기, 여성의 성 상품화와 살상무기로 돈을 버는 자본, 돈을 벌 수 있다면 여성의 성은 물론, 사람을 죽이는 무기까지 어떤 것도 취급한다는 절대자본주의의 아이러니를 볼 수 있다.
오델은 총에 관해 퍽 박식한 척 말을 하지만, 그의 애인 멜라니는 오델이 무식한 인간이라고 루이스에게 알려준다. 오델과 멜라니는 애인 사이인 것처럼 보이지만 둘의 사이는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미워하는 것도 아닌, 아니, 그 둘이 뒤섞여 한꺼번에 분출되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둘은 마치 싸움닭처럼 서로를 바라보며 인상 쓰고, 오델이 말하면 멜라니는 마지 못해 억지로 행동한다.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는 루이스는 감옥에서 나온 지 며칠 되지 않은 늙은 범죄자다. 오래 전 감옥에서 오델을 만나 알게 되었고, 오로지 '감방 동기'라는 것만으로 루이스는 먹고 살려고 오델을 찾아온 상황이다.
그때 전화가 오고, 경찰에 잡혀 있다는 보먼의 전화를 받은 오델은 '체리 보석보증소'의 맥스 체리를 찾아간다. 단지 보석금 1만 달러를 내고 보먼을 빼내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오델은 체리가 보먼의 집행유예 상황을 알려주자 보먼이 유치장에서 나온 날 저녁, 보먼을 찾아간다. 보먼은 오델과 잘 알 뿐아니라 오델을 위해 일을 했던 부하이기도 한데, 짧게 등장하는 보먼은 꽤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다. 보먼 역을 하는 배우는 '크리스 터커'로 매우 유명한 코미디언이자 배우다. 성룡과 함께 주연을 연기한 '러시아워' 시리즈와 '제5원소' 등에서 코믹하면서 유쾌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잠깐 등장하지만, 연기는 상당히 훌륭하고 인상적이다.
오델은 집에서 나오고 싶지 않은 보먼을 설득하기도 하고, 협박도 하면서 결국 차에 태운다. 그것도 트렁크에. 오델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기관총 두 대를 한국인들에게 팔겠다고 말하는데, 이 영화를 만들 때가 1997년이고, LA 폭동사태가 발생한 때는 1992년이어서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때를 생각하면, 한국인들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불법 무기상에게 기관총 같은 중무기를 구입한다는 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보먼이 마지 못해 집에서 나오게 되는 것도 오델이 이렇게 설득력 있는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총을 들고 트렁크에 숨어 있으라는 오델의 말을 듣고 마지 못해 트렁크 안으로 들어가는 보먼. 차는 집앞을 한바퀴 돌아 빈터에 서고, 오델은 트렁크 문을 열고 보먼을 살해한다. 그리고는 루이스의 집 앞으로 가서 루이스를 불러내 트렁크를 열어 죽은 보먼을 보여주고, 자기가 왜 보먼을 살해했는지 설명한다. 오델은 매우 철두철미하고 잔인한 인물이라는 걸 보여준다. 이건 루이스에게 경고를 하는 장면이다.
 
멕시코로 비행을 하고 LA로 돌아온 재키에게 경찰이 다가온다. 마크는 LA 경찰이고, 동료 레이는 무기단속국 형사다. 두 사람은 재키의 가방을 뒤져 5만 달러를 찾아낸다. 그건 이미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는 뜻이고, 재키가 거짓말을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크는 이 정도 불법이면 2년 징역에 25만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한다. 말은 부드럽지만 강력한 경고이자 협박이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재키의 과거가 드러난다. 재키는 대형 항공사의 승무원으로 근무하던 괜찮은 삶을 살았지만, 마약 문제로 해고당하고 그 이후에는 작은 항공사에 겨우 취업해 연봉 1만6천 달러의 적은 임금을 받으며 살고 있다. 거의 최저임금 수준이다.
형사들은 조사 과정에서 '보먼'의 이름을 꺼낸다. 그들은 보먼의 입에서 재키 브라운이라는 이름이 나왔다고 했고, 형사들이 잡고 싶은 인물이 따로 있다는 것도 말한다. 즉 재키를 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키에게 돈 심부름을 시킨 자를 잡으려는 것이다. 재키는 형사들의 말을 들으면서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다. 형사들은 협조하지 않으면 재키를 세관에 넘기겠다고 협박한다. 그건 재키에게 가장 나쁜 상황이다. 이때 재키의 표정이 클로즈업되면서 한동안 재키의 미묘한 얼굴 모습이 비치는데, 이 표정 연기를 하는 팸 그리어의 연기가 대단하다. 무표정한 듯 보이지만, 그녀의 얼굴 근육, 입술 가장자리의 미묘한 떨림, 한쪽 눈썹과 오른쪽 입꼬리의 비틀림 등 매우 매력적이고 복합적인 표정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재키가 가져온 5만 달러 돈봉투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마약이 나오면서 상황은 더 나빠진다. 결국 재키는 재판을 받게 되고, 보석금 1만 달러가 선고된다. 재키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 오델이 앉아 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델은 다시 맥스를 찾아간다. 보먼에게 내려던 보석금 1만 달러를 재키의 보석금으로 써달라고 말하는 오델의 태도는 싸이코패스처럼 보인다. 자기가 보먼을 죽이고도 마치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먼의 죽음을 객관의 태도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스는 오델의 말과 그의 태도를 보면서 오델이 보먼을 죽였다고 '거의' 확신한다. 하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는다. 이 바닥에서 19년을 일하면서 말을 할 때와 입을 다물 때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보통 보석보증소 사무실을 운영하는 건 퇴직한 경찰이나 경찰과 끈이 닿는 사람들이 하는데, 여기서 맥스의 과거는 나오지 않지만, 짐작컨데 전직 경찰일 가능성이 높다.
맥스는 오델이 준 보석금 1만 달러를 내고 재키 브라운을 데리고 온다. 경찰서에서 풀려나 문쪽으로 걸어오는 재키를 처음 본 맥스는 한눈에 그에게 반한다. 이 장면은 특히 감상적으로 보이는데, 재키를 발견한 맥스의 놀라는 눈과 부드러운 음악, 두 사람의 클로즈업된 얼굴과 대화는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심상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두 사람은 재키의 집 근처 호텔 바에 마주 앉는다. 재키가 담배를 권하자 맥스는 3년 전 담배를 끊었다고 말한다. 다시 재키가 살이 쪘냐고 묻자 맥스는 4.5kg이 쪘다고 말한다. 재키는 직업을 잃을까 걱정하고, 맥스는 자신이 19년 동안 한 1만5천 건의 보석 가운데 80%가 마약 건이라고 말한다. 
이때까지도 재키는 뚜렷한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키는 오델의 돈 운반책이고 경찰은 오델을 잡으려 재키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 재키는 해고당하면 밑바닥으로 떨어질까 두려워한다.
재키가 집에 도착하고, 오델이 그의 집을 찾아간다. 두 사람은 평온하게 보이지만, 재키는 오델이 한밤중에 집에 찾아온 목적을 알고 있다. 오히려 오델이 재키의 속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델은 보먼을 살해한 것처럼, 경찰에 협조하려는 재키를 살해해서 자신의 범죄를 감추려고 생각하고 있다. 오델과 재키는 현재 연인 사이는 아니지만, 과거의 한때 연인이었을 가능성은 높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마약 이야기가 나오는데, '워커'와 '멜라니'가 언급된다. 이름만 등장하는 '워커'는 멕시코에서 오델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인데, 멜라니와는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로 보인다. 멜라니가 개인적으로 워커에게 부탁해 오델에게 보내는 돈봉투에 마약을 넣어달라고 했고, 이 사실은 오델도, 재키도 모르고 있었다. 결국 오델은 재키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오델은 자기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재키가 경찰에게 정보를 털어놓을까봐 재키를 죽이려 한다. 재키는 보먼이 오델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곧 자기도 죽일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이 예상은 정확하게 맞았다. 재키는 맥스의 차 글로브박스에 있던 총을 훔친다. 이 장면은 두 개의 화면으로 분할되어 관객의 이해를 돕는데, 이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맥스는 자기 총을 재키가 가져간 걸 알고는 중무장을 하고 오델의 집으로 가서 오델을 기다린다. 만약 오델이 재키를 죽이고 집에 도착하면, 맥스의 총에 맞아 죽었을 것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재키는 오델이 자기를 죽이려는 걸 알지만, 오델을 죽여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서, 오델에게 협상안을 제안한다. 경찰에게 오델의 정보를 넘겨주지 않고 침묵하면 재키는 감옥에 가니까 그 대가로 10만 달러를 달라고 한다. 1년 미만, 집행유예일 경우 그렇고 1년 이상 형을 받으면 10만 달러를 더 내놓으라고 말한다. 오델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돈은 멕시코에 있다. 재키는 멕시코에 있는 돈을 가져와야 하고, 오델과 재키는 협상에 합의한다.
이제 재키는 본격 줄타기를 시작한다. 경찰과의 협상과 오델과의 협상 사이에서 어느 한쪽이라도 관계가 어긋나면 재키는 감옥에 가거나 죽임을 당하게 된다. 죽지 않고, 돈까지 빼돌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영화의 스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음 날 아침, 맥스는 재키의 집을 찾아온다. 재키는 당연히 맥스가 올 것을 알고 있었고, 먼저 총을 몰래 훔친 것을 사과한다. 재키가 커피를 타러 주방으로 갈 때, 그의 거실벽에 걸린 그림이 선명하게 눈에 띄는데, Frank Frazier의 작품이 걸려 있다. 이 작품은 프랭크 프레지어가 1988년에 그린 것으로 제목은 'Untitled'다. 가로 20인치, 세로 26인치 크기의 스크린프린트 작품으로 모두 33개를 찍었는데, 재키의 집에 걸린 그림은 원본이 아닌, 복사본 포스터로 싼 가격이다. 작품 아래 Vision in Black은 프랭크의 아내 주디(Judy)가 운영하는 갤러리 이름이다.
재키는 커피를 내리는 사이 LP를 꺼내 음악을 재생하는데, '델포닉스'의 Didn't I (Blow Your Mind This Time)가 흘러나온다. 맥스는 이 음악을 누가 불렀는지 묻는다. 델포닉스의 이 노래는 1969년에 발표했고, 그 해에 빌보드 3위까지 올라갔을 정도로 유명한 노래지만, 백인인 맥스는 흑인 그룹의 음악에 그동안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걸 보여준다.
두 사람은 오델의 돈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재키는 자신의 진심을 맥스에게 털어놓는다. 오델보다 더 무서운 건, 자신의 삶이 뚝뚝 끊기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라고, 다시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재키는 경찰서를 찾아가 레이와 마크에게 협조하겠다고 말한다. 재키는 직장 복귀와 출국허가서를 요구하면서 오델이 불법 무기를 팔아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형사들에게 말한다. 이 사실은 경찰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재키는 고자질을 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시간, 쇼핑을 하고 돌아온 오델과 루이스는 소파에 누워 대마초를 피워대는 멜라니를 본다. 마침 걸려온 재키의 전화를 받은 오델은 외출하고 두 사람은 사사로운 이야기를 나눈다. 루이스와 멜라니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았던 사이였다. 멜라니는 오델의 애인이지만 루이스를 유혹해 섹스한다. 이때까지는 멜라니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조금 시간이 지나서 멜라니는 루이스에게 오델과 재키가 멕시코에 있는 돈 50만 달러를 가져온다는 걸 말하고, 그 돈을 루이스와 둘이 빼돌리자고 제안한다.
오델은 재키를 만나 재키가 멕시코에서 돈을 무사히 가져오는 방안에 관해 설명을 듣는다. 재키는 돈을 가져오기 전에 예행연습을 한 번 하고, 두번째 50만 달러를 가져오겠다고 설명한다. 오델은 그 방법에 동의하고, 결정적 실수가 없는 한 돈은 오델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 오델과 재키는 델라모 쇼핑몰에서 만난다. 돈을 전달하는 방법을 다시 확인한 오델은 자리를 뜨고, 우연히(?) 맥스가 그 근처를 지나가다 재키를 만난다. 이 영화에서 오델과 재키가 쓴 모자는 kangol 브랜드인데, '캉골'은 영국 캠브리아 지역에서 1938년 시작한 모자 전문 브랜드다. 모자의 소재가 니트와 앙고라, 울이어서 이 이름을 합성해 지은 것이 KANGOL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에게 모자를 납품하면서 돈도 벌고, 이름도 알렸으며 1954년에는 특수한 소재의 베레모504를 선보여 크게 성공한다.
재키는 맥스에게 출처가 없는 돈 50만 달러가 생기면 그 돈을 갖고 튀겠느냐고 묻는다. 맥스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다른 말을 한다.
 
재키는 멕시코에서 1만 달러를 가져온다. 레이와 마크가 그 돈을 확인하고, 쇼핑몰 푸드코트에서 쇼핑백이 바뀌는 걸 감시한다. 그 사이 맥스도 근처에서 이 모든 상황이 진행되는 걸 보고 있다. 재키에게 나타난 사람은 오델의 집에 살고 있는 셰론다로,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다. 재키는 셰론다가 가져온 쇼핑백을 들고 먼저 자리를 뜨고, 셰론다도 재키가 미리 놓아둔 쇼핑백을 들고 자리를 뜬다. 형사들은 셰론다를 쫓아가고, 맥스는 재키와 셰론다가 있던 좌석 옆 자리에 있던 다른 여성을 유심히 지켜보며 미소짓고 그 여성의 뒤를 따라가 자동차 번호를 적어둔다.
 
다음 날, 재키는 오델의 집을 찾아가 오델에게 심하게 따진다. 자기가 준비했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다. 오델은 이중으로 준비를 해서 셰론다와 시몬을 동시에 투입했다. 경찰은 셰론다를 따라갔지만, 돈을 가진 것은 시몬이었고, 이 과정은 재키도, 경찰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만, 맥스는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오델은 진짜 돈(50만불)을 가져올 때는 시몬이라는 여자를 투입할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시몬을 지금 여기로 부르라고 루이스에게 말하지만 시몬은 전화를 받지 않아서 재키는 시몬의 이름만 듣고, 얼굴을 확인하지 못한다.
저녁에, 재키는 레이를 만난다. 재키는 오델과 진행하는 상황을 레이에게 알려주고, 레이가 무심코 흘리는 말에서 재키는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다. 루이스와 함께 살고 있는 여성이 '시몬'이라고 레이가 말하는데, 재키는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말한다. 재키는 멜라니, 셰론다, 시몬을 모두 알게 된다.
 
재키는 맥스에게 멕시코에서 50만 달러를 가져온다고 말하고, 돈을 빼돌릴 방법을 알려준다. 그때 오델이 전화해서 시몬이 예행연습으로 가져온 돈 1만 달러를 들고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시몬 대신 멜라니가 역할을 할 거라고 알려준다.
마침내 재키는 멕시코에서 돈을 가져오고, 레이와 마크에게는 우선 5만 달러만 가져온다고 미리 알려서 5만 달러를 보여준다. 남은 돈은 가방의 아래쪽에 있고, 이걸 들키면 모든 계획은 수포가 된다. 오델은 재키가 50만 달러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고 있고, 경찰들은 5만 달러로 알고 있으며, 이 돈은 델라모 쇼핑몰의 여성 의류 매장 탈의실에서 빼돌리는 것으로 결정된 상황이다.
승무원 복장의 재키는 빌링슬리 매장으로 들어가 미리 봐두었던 여성 의류 코너로 가서 정장 한 벌을 사 입는다. 탈의실에서 잠깐 기다리자 멜라니가 들어와 준비한 쇼핑백을 건네고, 재키도 미리 준비한 쇼핑백을 멜라니에게 건낸다. 이 과정까지가 재키가 오델에게 설명한 돈 빼돌리기 작전인데, 이제부터는 재키와 맥스가 준비한 작전이 펼쳐진다.
 
멜라니는 계획대로 재키에게 쇼핑백을 건네받아 밖으로 나온다. 재키는 레이와 마크를 찾아 백화점 1층을 헤매다 둘을 만나서 멜라니가 돈을 들고 튀었다고 말한다. 경찰은 이 전체 작전을 모르고 있고, 멜라니는 쇼핑백만 들고 나오는 역할만 할 뿐이고, 루이스는 멜라니가 돈을 들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루이스는 매장 앞에서 맥스를 발견하지만,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멜라니가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나오자 루이스는 쇼핑백을 뺐아 주차장으로 나간다.
하지만 차를 쉽게 찾지 못하고 - 쇼핑몰이 워낙 넓어서 출입구가 수십 군데가 되고, 그 건물 주변이 전부 주차장이어서 길을 잃는 것이 가능하다 - 짜증이 나는데, 멜라니가 계속 깐족거리며 루이스의 신경을 긁는다. 결국 루이스는 총으로 멜라니를 쏘고, 혼자 주차장을 떠난다.
멜라니가 재키에게서 돈이 든 쇼핑백을 받아 떠나고, 재키가 옷을 구입한 다음, 경찰을 찾아 아래층으로 내려간 다음, 맥스는 매장 직원에게 '아내가 놓고 간 쇼핑백을 찾으러 왔다'고 말한다. 이제 돈은 맥스의 수중에 있고, 맥스가 마음만 바꾸면 돈을 갖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재키는 맥스를 믿었지만, 맥스가 진짜 배신하지 않을까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호프집에서 기다리던 오델은 쇼핑백을 갖고, 차를 가지고 온 루이스를 만난다. 오델은 멜라니가 없는 걸 이상하게 여기고, 루이스는 멜라니가 신경을 긁어서 총으로 쐈다고 말한다. 그리고 쇼핑백을 확인하는데, 돈은 4만 달러밖에 없다. 오델이 받아야 하는 돈은 55만 달러인데, 돈이 사라진 것이다. 루이스가 멜라니를 총으로 쐈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델은 상황을 정리하고, 루이스는 매장에서 맥스를 봤다는 말을 한다. 그러자 재키와 맥스가 돈을 빼돌렸을 거라고 확신한다. 루이스가 맥스를 봤다는 말을 하자 오델은 화가 끝까지 난다. 루이스의 멍청함과 재키의 교활함 모두 오델의 신경을 긁은 것이다. 오델은 차안에서 루이스를 살해한다.
재키는 레이에게 5만 달러의 행방을 모른다고, 멜라니가 들어와서 쇼핑백을 강탈했다고 말한다. 경찰들은 재키가 백화점에 들러 옷을 구입할 줄은 모르고 있었다. 재키는 경찰에게 약속 시간을 조금 늦게 알려주었고, 멜라니에게 추적 표식이 되어 있는 1만 달러를 따로 건네서 갖도록 했다. 경찰은 루이스의 사체를 발견하고, 재키의 주장에 빈틈을 찾아내지 못한다.
 
오델은 맥스에게 전화해 재키와 공모한 걸 알고 있다고 말하고,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맥스는 오델의 집을 찾아가 재키가 지금 자기 사무실에 있고, 돈도 가지고 있으며, 돌려주겠노라고 말한다. 맥스는 멜라니와 재키가 공모해서 돈을 빼돌려 반씩 나눠 갖기로 했으며, 재키가 돈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방법을 썼노라고 말한다. 물론 이 말은 거짓말이다.
오델과 맥스는 재키가 기다리고 있는 맥스의 사무실로 간다. 달리는 차안에서 오델은 델포닉스 음악이 흘러나오자 맥스에게 '델포닉스를 좋아하는 줄 몰랐는 걸'하고 말한다. 흑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악이지만 백인이 좋아하는 건 드물기 때문에 의외라고 말하는 것이다.
맥스의 사무실은 불이 꺼졌고, 어둠 속에 재키가 앉아 있다. 의심이 많은 오델은 잔뜩 경계하며 맥스에게 사무실 문을 열게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재키가 소리치고, 레이와 마크가 오델을 사살한다. 
사흘 후, 재키는 맥스의 사무실을 찾는다. 청바지에 하얀 티와 자켓을 입은 재키는 밝고 환한 분위기다. 줄곧 칙칙하고 어두운 색상의 옷을 입었던 재키의 삶이 이제부터 달라질 거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다. 맥스는 정확히 10%의 수수료를 떼고 재키에게 수표를 우편으로 보냈다. 재키는 스페인으로 가는데, 함께 가자고 말하고, 맥스는 재키의 제안을 거절한다. 맥스는 자신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외롭고, 우울한 날들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것,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걸 아프지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재키는 그런 맥스를 뒤로 하고 혼자 떠난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재키는 복잡한 심경이다. 큰돈을 갖게 되었고, 더 이상 가난한 승무원의 삶을 살지 않아도 되며, 40년 인생의 우울과 힘든 나날에서 해방된 것은 행복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사랑한 남자를 두고 떠나야 하는 마음은 쓸쓸하고 고통스럽다. 재키의 미묘한 표정과 눈에 아련하게 어리는 눈물이 그녀의 마음을 진실하게 보여준다.
 
'재키 브라운'을 서너 번 봤지만, 이번처럼 몰두해서 본 것은 처음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좋지만, 이 작품은 특히 훌륭하다. 어떤 사람들은 이 작품이 다른 작품보다 재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 영화를 배우 팸 그리어를 위해 바치는 헌정영화로 만들었다. 팸 그리어는 훌륭한 연기로 감독의 의도를 만족시켰고, 유혈이 낭자하지 않아도, 인간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수준 높은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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