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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1970년대

1970년대-01

by 똥이아빠 201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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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남은, 동무들과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마포의 한 사진관에서 찍었는데, 영원한 우정을 다짐하던 동무들은 지금 없다. 사진 왼쪽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명석해 보이는 동무는 '친구란 하나의 육체에 깃든 두 개의 영혼'이라고 생각했던 동무다.
그도 젊은 시절, 괴로운 시간 속에서 헤매다 세상을 떠났다. 그가 가진 뛰어난 재능도 그가 살아가는 희망이 되지 못했다. 조금 더 참고 살았다면 어땠을까.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다니며, 결혼하고, 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이 되었을까.
1990년. 너무도 갑작스러운 그의 부고를 듣고, 그의 장례를 치른 후, 내 삶도 그 시간에서 멈췄고, 더 이상의 시간은 그냥 살아갈 뿐이라고 생각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 기억도, 추억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무뎌진다. 그렇지 못하면 사람은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추억하는 동무의 이야기를 더 해보자. 가운데 친구는 그때는 친했을지 모르지만 그 이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친구' 또는 '동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그 첫번째 인물이 바로 사진 왼쪽의 동무다.
국민학교 5학년때, 마포국민학교, 우리반으로 전학 온 이 동무는 반듯했다. 머리도 좋고, 운동도 잘 하고, 무엇보다 반듯했다. 이목구비도, 몸도, 마음도 반듯한 동무였다. 우리집에 놀러와서 어머니가 만든 막걸리 빵을 맛있게 먹던 기억이 난다. 그는 가난했지만 중학교에 진학했고, 나는 그렇지 못했다. 저 사진 속 인물의 머리칼 길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학생이었고, 나는 '사회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이 될 때마다 서로의 집을 찾아가 만났고, 만나지 못하면 편지를 주고 받았다. 학연, 지연이 없던 나에게 유일한 벗이었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였던 동무는 서른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어려서 인상을 쓰던 꼬마는 청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짝눈이 되어 인상을 쓰고 있다. 이 청년은 무지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로 세상에 뛰어들었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다. 그에게는 사회적 롤모델도 없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것이 핑계가 될 수는 없었지만,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고 깨달아가야했던 소년에게 사회는 홀로 사막을 건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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