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멋진 하루!/1970년대

1970년대-04

by 똥이아빠 2011. 10. 27.
728x90


70년대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과 의미를 갖는 사진 한 장.
70년대, 10대에 독서회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학교라는 집단에 속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최초의 '조직'을 경험했던 독서회 활동. 이 경험은 내 생각을 키우고, 교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이 시기의 독서회 활동은 대단히 활발해서, 처음 일요일 모임만 있던 것이 나중에는 일주일에 일곱번의 모임이 따로 조직되었다. 즉, 월요반, 화요반, 수요반, 목요반, 금요반, 토요반, 일요반이 생겼는데, 각 반마다 선의의 경쟁이 붙어 모임은 활기가 넘쳤다.
지금도 있는 사직공원 안의 종로도서관에서 열린 독서회 모임에서 많은 책을 읽고, 발표를 하는 경험을 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토론과 소식지 만들기,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을 자발적으로 했고,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던 것들을 이곳에서 배웠다.
독서회 회원들의 구성은 다양했는데, 노동자와 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사진 속의 얼굴들은 일요반 모임에서 가깝게 지내던 선배들이다. 초가을쯤 나들이를 가서 찍었는데, 계곡에 모여서도 책을 읽고 있는 다른 사진이 있다.
종로도서관에서 모였던 모임이 따로 떨어져나와 시흥동에서 별도의 독서회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 모임도 상당히 활발했다. 독서회를 통해 만난 친구들과 한동안 가깝게 어울렸고, 책과 인생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독서회는 나에게 대학이었다.
위의 인물 가운데 몇몇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만나지는 않는다. 모두들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이 사진의 기록을 찾았다. 1979년에 쓴 일기를 뒤적이다 찾았는데, 정확히 1979년 9월 23일 일요일에 강촌으로 나들이를 한 것이다. 이때 쓴 일기를 보자.

오늘은 회원들과 야회 발표회를 갖는 날이다.
아침 6시 동식이 형 댁에 가서 아침을 먹고 시흥역엘 가니까 용길이 형이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전철을 타고 잠시 종로5가에 들렀다가 성북역엘 가니 8시 40분. 무려 40분이 지각되었다. 박권진 형, 이진숙 누님 등 모두 와 계셨다. 모두 12명. 나중에 황경연 씨가 오셨으나 사정으로 인해 그냥 들어가셨다. 경춘선 9시 30분 차를 북적대이는 속에 즐겁게 약 2시간 정도 달리니 능션교. 강. 능선교를 지나 한참 걸어 들어가니 능선폭포가 있었는데, 능선교, 폭포 모두 입장권이 좀 비싼 것 같았다.
폭포도 선전만 과대했지 볼품도 없었다. 폭포를 지나 한참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나니 1시가 조금 지났다. 곧 식사준비. 쌀 앉히고 찌개를 끓이고 카레도 만들고, 최진옥 씨가 그중 수고가 많았다. 하옇든 무지무지하게 맛있고 즐거운 식사를 하고 곧 발표에 들어갔다. 발표가 끝나고 곧 하산. 폭포 앞에서(강) 배를 타고 강촌역까지 가니 막 임시 열차가 도착했다. 기차 안에서 부부게임으로 웃음보를 터뜨렸다. 지리한 줄 모르고 7시가 넘어서 성북역에 도착, 음료수를 한 잔 마시고 전철로 모두 헤어졌다.


역시, 일기를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느낀다.30년이 넘었지만,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나게 한다.
반응형

'멋진 하루! > 1970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70년대-03  (0) 2011.10.27
1970년대-02  (0) 2011.10.27
1970년대-01  (4) 2011.10.27
아버지  (1) 2011.10.27
1960년대-02  (0) 2011.10.27
1960년대-01  (4) 201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