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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출판/새로나온책

단편소설-가을 가뭄

by 똥이아빠 2012.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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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소리가 들렸다. 인적 없는 산 속에서 들리는 총성은 메아리로 울려 퍼지며 긴 여운을 남겼다.

“청설 잡는 포수들인가요?”

박씨가 앞서가는 장씨에게 물었다.

“군(郡)에서 나온 모냥이네.”

잣나무 군락지인 이곳에는 해마다 청설이 잣을 먹어 없애는 피해가 커지자 군에서 포수를 동원해 청설 사냥을 나섰다. 이번 가을에도 청설 잡는 포수들이 아침 일찍부터 마을 뒷산에서 청설을 잡고 있었다.

총소리가 그치자 서걱서걱 마른 잎 밟히는 소리만 크게 들렸다. 이제 막 기세 좋게 산 위로 떠오른 가을 햇볕은 따가웠고, 꽃등에, 꼭지파리가 눈앞에서 맴돌았다.

묵직한 배낭을 맨 등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작업복으로 입은 긴팔 와이셔츠는 이미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었다. 눈두덩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장갑 낀 손으로 훔치며 박씨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박씨, 벌써 지쳤나?”

앞서 가던 장씨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뒤돌아보며 한마디 던졌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가벼웠다. 장씨의 어깨에서 가볍게 흔들리는 긴 대나무 장대 끝에는 낫처럼 생긴 ㄱ자 모양의 쇠붙이가 달려 있었다.

“왠걸요. 형님이 너무 천천히 가길래 좀 봐주는 겁니다.”

박씨는 온 몸이 두드려 맞은 듯 아팠지만, 그 아픔이 주는 기쁨이 있었다. 이제 사흘째.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들이 고통스럽다고 엄살 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씨는 묵직하게 등을 내리누르는 배낭을 한번 추스르고 다시 발을 내디뎠다.

가을이라지만 끝여름의 더위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이미 석 달 가까이 가뭄이 들어 고추가 타들어가고 밭작물이 말라죽고 산에 있는 나무도 군데군데 멍이 든 것처럼 붉게 말라죽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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