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Act of Killing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대충만 알고 있던 인도네시아의 현대사를 깊이 있게 알게 된 것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벌어졌던, 또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모든 살육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대단한 점은, 학살의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을 잔인하게 학살한 바로 그 자들이, 세월이 흘렀다고는 해도, 여전히 인간 도살자들인 그 악마같은 놈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이 했던 행동을 재연하도록 만든 것이다.
1965년, 수하르토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후, 체제 비판적인 사람들을 한꺼번에 학살했는데, 그 숫자가 무려 150만 명에서 350만 명 사이라고 한다.
이때 동원한 집단이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조직폭력배 집단이자 준 군사조직인 '판차실라' 청년단인데, 이들 뿐 아니라 지역의 깡패, 양아치, 범죄자들이 모두 동원되어 비판적 지식인,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노동자, 사회주의자들을 고문하고 학살했다.
지금도 여전히 인도네시아는 '판차실라'가 활동하고 있고, 부통령과 장관이라는 놈들이 공공연하게 조직폭력배 집단을 비호하고 폭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나라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현대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48년에 벌어진 제주도 4.3 사건은 제주도의 양민 약 8만여 명이 극우 세력에게 학살당한 사건이고, 거창양민 학살사건은 한국군이 같은 남한의 양민을 700명 넘게 학살한 사건다.
보도연맹 학살 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남한의 군대와 극우단체가 무려 20만 명이 넘는 사람을 학살한 사건이었으며, 국민방위군 사건은 남한의 군대에서 국민병을 동원해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굶어죽거나 얼어죽도록 만든 사건이다.
전두환은 1980년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광주의 시민을 학살했고,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지금도 집권여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의 역사 속에서, 양민 학살의 증거는 무수히 많이 드러나고 있으며, 지금의 서양 강대국은 거의 예외 없이 다른 민족과 인종을 학살한 전과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내용-조직폭력배와 극우세력이 조직되어 체제에 조금이라도 비판을 하는 양민을 때려 잡는 내용-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불안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다시 '서북청년단'이 생기고, 이들은 자신들과 조금만 다른 말을 해도 서슴없이 폭력을 행사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집권세력도 이들 테러집단에 우호적이고, 체제를 비판하면 반드시 보복을 당할 것 같은 위협을 여러 형태로 하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인도네시아처럼 나라 전체가 피범벅이 되지나 않을까 몹시, 매우 걱정된다.
군부독재는 물론이고, 독재를 지향하는 정권은 반드시 '조직폭력배'를 사냥개로 써먹게 된다. 이때 사냥개인 조직폭력배들은 자신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정권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폭력과 많은 폭력을 사용하게 되고, 힘없는 사람들은 저항도 할 수 없게 된다.
인도네시아는 무려 2억 3천만 명이나 되는 인구 가운데 거의 모두가 이슬람을 믿는 종교국가다. 그럼에도 종교를 가진 자들이 오직 정권이 싫어한다는 이유만으로 양민을 잔혹하게 살해하면서 낄낄대고 좋아한다는 것을 보면, 역시 종교는 -한때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인류에게 나쁜 영향만 끼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국에서도 참혹한 피비린내가 진동하지 않도록 하려면 오직 민주주의의 회복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정의롭고 양심적인 정권이 범죄자들과 싸우고, 친일파와 매국노를 때려잡고, 군부독재자와 그 일당을 감옥에 보내고, 그 모든 범죄자의 재산을 몰수해 정의가 이 나라에 바로 서는 것을 볼 수 있다면, 한국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과연 그럴 때가 올 것인가. 별 다섯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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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인도네시아, 쿠데타 당시 군은 ‘반공’을 명분으로 100만 명이 넘는 공산주의자, 지식인, 중국인들을 비밀리에 살해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현재, 대학살을 주도한 암살단의 주범 '안와르 콩고’는 국민영웅으로 추대 받으며 호화스런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들의 ‘위대한’ 살인의 업적을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당신이 저지른 학살을, 다시 재연해보지 않겠습니까?”
대학살의 리더 안와르 콩고와 그의 친구들은 들뜬 맘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며 자랑스럽게 살인의 재연에 몰두한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대학살의 기억은 그들에게 낯선 공포와 악몽에 시달리게 하고, 영화는 예기치 못한 반전을 맞는다.
“당신이 저지른 학살을, 다시 재연해보지 않겠습니까?”
대학살의 리더 안와르 콩고와 그의 친구들은 들뜬 맘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도 하며 자랑스럽게 살인의 재연에 몰두한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대학살의 기억은 그들에게 낯선 공포와 악몽에 시달리게 하고, 영화는 예기치 못한 반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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