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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IDA

by 똥이아빠 2015.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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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DA

별 네 개. 아름다운 흑백영화. 추천
아무런 정보 없이 본 영화. 무엇보다 카메라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화면이 압권이다. 흑백 영화가 보여주는 침착함과 무심함을 바탕으로, 한 장면, 장면이 모두 예술 작품 같은 정지화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영상 미학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의 반열에 오를만 하다.
게다가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의 내면에 드리운 아리고 고통스러운 역사의 기억이 묵직하게 깔려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슬프다. 
영화는 이다와 이다의 이모 완다의 과거를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다. 이다는 갓난아이 때부터 수녀원에서 자랐고, 완다는 자신이 겪은 과거의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객은 그들의 아픔이 얼마나 크고 강한지 알기 위해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다.

1960년대 초, 폴란드는 공산당이 지배하는 일당 독재국가다. 1947년, 공산당이 정권을 장악했고, 1990년까지 유지하다 공산주의를 포기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62년 현재. 이다는 스무살 안팎의 여성으로 곧 수녀 서원을 앞두고 있다. 고아로 자라 수녀가 되기 직전의 이다는 수녀원에서의 삶이 전부였다. 그런 이다에게 수녀원장은 유일한 혈육인 이모를 만나보라고 권한다.
이모 완다는 공산주의자이자 공산당 정부에서 지방법원 판사로 일하고 있다. 이 당시의 공산당 정부는 '친소' 노선이 아닌,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공산당이었다. 완다는 자신이 공산주의자임을 더 이상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듯 하다. 그가 과거에 '피의 완다'라는 별명으로 불리웠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자랑스러운 태도가 아니라, 피곤한 듯한 느낌으로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당시 폴란드 공산당의 정책이 마땅치 않음을 은연 중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자신이 공산주의자라는 사실 역시 자부심과 함께 죄의식도 동시에 가지고 있어, 그의 내면이 매우 혼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완다가 줄곧 담배를 물고 있는 장면, 늘 심각하고 우울한 표정, 죽은 동생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들른 호텔에서 뜬금없이 격렬하게 놀고 모르는 남자와 동침하는 장면 등이 완다의 혼란한 내면을 보여주고 있다.

폴란드는 유대인 학살에 있어 중심에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유대인들은 유럽에 많이 살고 있었지만 특히 독일, 폴란드, 러시아 등에 집중되어 있었고, 독일 나찌의 유대인 학살은 이들 지역에서 특히 잔혹하게 벌어졌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폴란드의 오시비엥침을 말한다. 1940년에 유대인을 수용하기 시작했고, 1941년부터 독가스로 유대인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이다의 부모 즉 이모 완다의 동생 부부는 초기에 폴란드인들의 보호로 일정 기간 생존해 있었지만, 1941년부터 1945년 사이에 자신들을 숨겨 준 폴란드인들에게 살해당한다. 
사실 완다 정도의 사회적, 정치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일찍 이런 사실을 밝혀내고, 동생 부부와 자신의 아이를 죽인 폴란드인을 처벌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완다는 이다가 성인이 되어 자기를 찾아올 때까지 과거를 묻어두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다에게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고 확인하라는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다에게 모든 것을 확인하도록 한 다음, 완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완다의 자살은 충격적이고, 그 이유를 관객은 알지 못한다. 다만 미루어 짐작하면, 동생 부부가 폴란드인에게 살행당하던 그 당시, 이다는 갓난아이여서 수녀원으로 보내졌지만, 함께 있었던 사내아이는 이미 할례를 받았고, 유대인임이 확실해서 함께 살해당하게 된다. 여기서 사내아이는 분명 완다의 아들이다.
전쟁(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당시, 완다는 공산주의자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아이가 있었지만 그 아이를 동생 부부에게 맡긴다. 완다처럼 유대인이면서 공산주의자로 활약하던 사람들은 꽤 많았다. 
완다는 공산주의자로 철저하게 살았지만, 정작 자기 동생 부부와 자기의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늘 시달리고 있다. 아마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완다가 동생 부부를 지켜줄 수 있었음에도 외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피의 완다'라 해도 그렇게 잔인하고 모진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동생 부부와 자기의 아들을 잃게 되었고, 그것이 이후 평생 죄책감으로 남게 되면서, '피의 완다'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그의 동지들이 칭송하는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그의 무덤 위로 울려퍼지는 인터내셜널가는 자랑스러움과 고통을 상징한다. 공산주의자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인터내셔널가는 그 자체로 피로 물든 노래이기도 하다. 적들에 의해 살해당한 무수한 공산주의자들의 노래이며, 같은 이념을 가진 '동지'라고 믿었던 자들에게 숙청당한 공산주의자들의 분노와 억울한 함성이기도 한 것이다.
완다는 '올바른 공산주의자'로 죽었지만, 그의 내면에 쌓인 인간적인 고통과 고뇌와 비애를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런 이모 완다의 죽음을 지켜보며, 이다는 수녀원 밖에서 벌어졌던 전쟁과 학살과 살육과 광기를 이해한다. 그리고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간다. 롱테이크의 핸드헬드 카메라가 흔들리는 이다의 마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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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로 수녀원에서 자란 소녀 ‘안나’는 수녀가 되기 직전,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의 존재를 알고 그녀를 찾아 간다. 하지만 이모는 ‘안나’가 유대인이며 본명은 ‘이다’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녀는 혼란에 빠진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 알고 싶어진 ‘이다’ 그리고 이모 ‘완다’는 자신들의 가족사에 얽힌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위해 동행을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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