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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Everest

by 똥이아빠 2015.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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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Everest

다큐멘터리보다 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별 네 개.
산과 관련된 영화는 거의 다 찾아보는 편이다. 산을 자주 오르지 못하고, 또 체력이 형편 없어서 산에 오르기도 무척 힘들어 하지만, 산을 늘 좋아하고, 경외했다. 옛날 말에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좋은 사람들이다. 
물론, 요즘처럼 비싼 등산복과 장비로 치장하고 동네 뒷산을 가면서 8천미터 산에 오르는 듯 요란을 떠는 장비병에 들린 사람들이나,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산에서 술, 담배를 하는 사람들,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수준 낮고 멍청한 인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진짜' 산악인이라면 결코 그런 한심하고 역겨운 짓은 하지 않는다.
산은 높거나 낮거나 저마다 개성 있는 모습을 간직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런 산의 품으로 들어가 자연과 동화되기를 바란다. 산은 대개 무심하지만, 우리는 산이 품고 있는 넉넉함과 경이로움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 깊이 두려움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영화는 실화를 재구성했다. 실제 있었던 일이니 더욱 비극적이고, 그 비극적 사건을 재구성함으로써, 우리는 산이라는 거대한 자연에 대해, 그리고 산을 오르는 행위와 마음가짐에 대해 새삼 깊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지금은 에베레스트 트래킹 코스가 있을 정도로 보편화 된 산행이 마련되어 있다. 해발 고도 5천미터 수준에서 일반인들도 돈만 있으면 '에베레스트 바로 아래까지 갔다 왔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상업등반'이라는 말이 생긴 것도, 사람들이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을 얼마나 만만하게 여기는가를 반증하는 것이다. 좋은 장비와 가볍고 용량 많은 산소통이 등장하고, 정상 바로 아래까지 베이스캠프를 세울 수 있게 되면서, 3-4천미터 산에 다니던 사람들도 욕심을 내게 된 것이다.
물론, 진짜 산악인이라면 그런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산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면, 섣불리 8천미터에 도전하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오르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은 늘 있기 마련이고, 그들은 많은 돈을 들이면서 에베레스트를 찾는다.
영화는 군더더기도 없고, 과장도 없이 깔끔하고 담백하게 진행된다. 네팔에 도착하고, 셀파들과 함께 짐을 나르고,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제1, 제2, 제3, 제4 캠프를 차례로 오른다. 현지 적응을 위한 시간도 넉넉하게 준비하고, 모든 역량과 컨디션을 정상에 오를 준비에 바친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날씨 정도고, 정상에 오르는 날부터 본격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10시간 이상이 걸려야 하고, 밤 늦기 전에 어느 정도 아래로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캠프에서 출발은 보통 새벽 2시 전후여야 한다. 그것도 날씨가 매우 청명하고, 바람이 없는 경우에 그렇다.

이 영화에서도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위험하지만 큰 사고 없이 무난했다. 모두들 긴장을 하고, 그동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한 달 동안의 적응기간과 함께 최고봉에 오르겠다는 강한 의지까지 있으니, 날씨만 변덕이 없다면 무난한 산행이 되리라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최적의 상태라고 해도, 인간의 육체가 느끼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면, 산은 그 자체로 악몽이 되고 만다. 누구처럼 '진정으로 온마음으로 원하면 우주가 알아서 도와준다'는 헛소리는 산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육체는 물리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저산소 상태, 탈진, 피로, 추위 등에 노출되면서 급격하게 체력이 저하되고, 정신력과는 관계 없이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결국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폭풍을 만나고, 그 폭풍 속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면서 산은 난폭한 표정이 된다. 그것은 산의 탓도 아니고, 인간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그 산에 오른 인간이 만나게 되는 필연적인 산이 모습일 뿐이다.

폭풍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도 있고,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이 영화는 비극적 결말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 비극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결코 고통스럽거나 슬프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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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가장 뜨거웠던 1996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상업 등반 가이드 ‘롭 홀’(제이슨 클락)과 치열한 경쟁 시장에 갓 뛰어든 등반 사업가 ‘스캇 피셔’(제이크 질렌할), 그리고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최고의 등반대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한다. 지상 위 산소의 1/3,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영하 40도의 추위, 뇌를 조여오는 극한의 기압까지. 높이 올라갈수록 열악해지는 기후에 맞선 이들은 마침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눈사태와 눈폭풍이 에베레스트를 뒤덮고 수많은 목숨을 위협하는 예측불허의 극한 재난이 펼쳐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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