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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Still Life

by 똥이아빠 2015. 11. 3.



<영화> Still Life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별 네 개.
영화는 심심하다 못해 적막하다. 연고가 없는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는 구청공무원 존 메이는, 꼼꼼하지만 성실한 공무원이다. 그 역시 혼자 산다. 아주 작은 아파트에서, 참치캔과 식빵 한 조각으로 식사를 하고, 마치시계처럼 정확하게 생활한다. 그의 삶은 단조롭고, 고요하다.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은 음식, 장례식, 공무원의 노동조건이다.
영국은 세계를 정복한 제국으로 성장했지만 신기하게도 식탁만큼은 형편없다. 존 메이가 먹는 음식은 사실 음식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형편없다. 참치캔하고 식빵 한 조각이라니. 게다가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물고기와 감자튀김'이라는 사실은, 영국에 '식문화'라는 것 자체가 아예 없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실제로, 영국의 샌드위치 가운데는 식빵 사이에 식빵을 끼워 넣어 먹는 샌드위치도 있다고 하는데,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쓰럽기조차 하다. 영화라서 조금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에 비해 영국의 음식문화가 형편 없는 것은 사실이다.

존 메이의 성실함과 친절함 덕분이겠지만, 고독사한 사람의 장례식도 예의를 갖춰 치러주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가족을 찾아 장례식에 참석하도록 애쓰고, 그마져도 안 되면 존 메이 혼자서라도 장례식에 참석해 고인의 명목을 빌고, 연고가 없는 사망자의 묘지를 만들어 주고, 화장한 유해를 가능한 오래 보관하는 그의 마음은,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되돌아보게 한다.

존 메이는 22년이나 공무원으로 일했지만 어느날 갑자기 해고된다. 상사의 말 한마디로 해고되는데, 이게 과연 정상적인 상황인지 의문이다. 일반 기업도 아니고 국가공무원인데, 해고가 이렇게 쉽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철밥통 공무원의 지위를 생각할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대처 정권 이후 모든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노동유연제'를 제도화 한 결과가 이런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자본가들은 끊임없이 '노동유연제'를 주장한다. 이 말은 곧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다.
노동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다면, 노동조합은 유명무실해진다.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은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 폭주기관차처럼 노동자를 지금보다 더 악랄하게 착취할 수 있게 된다. 자본가는 노동자를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저 이윤을 위한 하나의 소모품, 부속품으로 여길 뿐이다. 
자본가도 아니면서 자본가의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본가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얻어먹는 알량한 개밥에 만족하는 노예근성이 강한 자들이거나,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는 천박한 쓰레기들이 대부분이다. 

영화는 단조롭지만, 느리고 고요한 삶의 모습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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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고, 지인들을 찾아 초대하는 직업을 가진 존 메이. 런던 케닝턴 구청 소속 22년차 공무원인 그의 주 업무는 잊혀진 의뢰인의 유품을 단서 삼아 아무도 듣지 못할 추도문을 작성하는 것이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길로 출근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혼자 살던 그에게 어느 날 예상하지 못한 의뢰인이 나타난다. 존의 아파트 바로 맞은편에서 살던 ‘빌리 스토크’가 죽은 채 발견된 것. 같은 날 회사로부터 정리해고를 통보 받은 존은 자신의 마지막 의뢰인인 ‘빌리 스토크’를 위해, 처음으로 사무실에서 벗어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그의 삶을 뒤쫓기 시작한다. 비록 알코올중독자로 홀로 생을 마감했지만 풍부한 역사를 가졌던 빌리 스토크의 인생은 단조롭던 존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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