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PK
개봉예정. '세 얼간이'의 재미와 감동을 또 다시 느낄 수 있는 영화. 추천. 별 네 개.
인도영화는 여전히 낯설다. 그것은 우리가 속한 삶이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백인계 나라들과 깊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근대의 역사는 식민지의 연속이었고, 일본의 강점으로 인한 식민지배를 당한 것과 달리,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경제적 속국으로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군사작전권까지도 미군에게 넘겨준 것은 이 나라가 '독립되어 있는 국가'가 아니라, 미국의 속국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속국의 노예로 살아가길 원하는 자들이 권력을 잡고 있고, 많은 사람들은 속국의 노예로 사는 것에 동의하고 안심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의 태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종주국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어 있다. 우리는 주로 미국의 입장과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래서 우리도 '아메리카를 발견'했다고 말하고, 흑인을 차별하며, 백인 이외의 인종을 낮춰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근대 이전의 조선이나 고려, 신라는 오히려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중동과 깊은 연결을 맺고 있었다. 실크로드가 가장 중요한 증표이며, 살아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땅에 살았던 많은 중들은 말을 타거나 걸어서 인도(천축국)까지 수행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공부를 하고, 많은 경전을 말에 실어 이 땅으로 가져왔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까지도 얻어왔다.
오래 전의 이 땅에 살았던 사람들은 인도라는 나라를 아주 가깝게 생각했으며, 그들의 문화가 지금보다 훨씬 활발하게 전해졌다. 심지어 인도의 한 부족의 공주가 가야국의 왕에게 시집을 온다는 설화도 있다. 이것은 우리가 그만큼 인도를 가깝게 여기고 있었다는 증거다.
최근 들어 인도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도로 가는 여행은 유럽에 가는 것과는 달리 '신들의 나라'라고 부르는 인도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신'들의 모습을 인도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신'은 과연 무엇인가? 이 영화는 인도사회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신'에 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도영화들이 주로 대중의 오락을 위한 즐겁고 흥겨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주류였다면, 재미있고 감동적인 내용에 철학적인 깊이까지 더한 영화가 바로 라주쿠마르 히라니 감독의 '세 얼간이'와 이 영화다.
인도영화는 비교적 저예산 영화임에도 영화 제작의 부족함을 스토리로 극복하고 있다. '세 얼간이'도 그렇고 이 영화도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만든 영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영화를 보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데, 화려한 액션도 없고, 헐리우드의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도 않지만, 인도 사람들의 삶을 통해 우리를 되돌아 보게 되는 힘이 있다.
이 영화는 '신'을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인도에서 '신'은 그들의 삶이자 생활이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렸다간 큰일이 나게 된다는 것을 감독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인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신'의 존재에 관해 대중들이 알아 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질문을 한다. '신들의 나라'인 인도에서도 '신'으로 인한 문제는 매우 심각해서 종교분쟁으로 인한 전쟁과 학살, 테러로 거의 날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
인도 뿐 아니라 지구의 모든 나라에서 '신'은 이제 더 이상 인간에게 유용한 존재가 아니다. 당연히 인간이 만든 신은, 인간의 지혜와 이성이 발달하면서 존재의 이유가 사라졌는데도 여전히 '신'을 팔아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고, 또 미개한 수준의 사람들은 '신'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통해 정신적 위안을 얻기도 한다.
사실, 미개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여전히 '신'을 팔아 먹는 장사꾼들이 많다는 점에서, 지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성적인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바라보면서 한심하고 웃기면서도 역겹다.
인도 사회에서 '신'은 곧바로 불평등 구조를 재생산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인도의 계급 사회는 그들이 믿는 '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배자들은 '신'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지키고,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90% 이상의 인민들은 '신'을 부정하는 순간 자유의 몸이 된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 걸까. 하긴 수 천년된 '종교 이데올로기'가 짧은 시간에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도에서도 인간의 존엄성, 평등사상 등이 퍼져나가고 있으니 '신' 또는 종교로 인한 차별과 억압이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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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놈이 지구에 왔다! 별에서 온 얼간이 '피케이' 집(우주)으로 돌아갈 리모콘을 도둑 맞은 외계인 피케이(아미르 칸).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 각종 종교 의식을 행하며 신을 찾아 헤매는데.. 우리를 만든 신! 우리가 만든 신! 당신이 믿는 신은 누굽니까? 9월 3일, 신에 대한 발칙한 도발이 시작된다!
피케이: 별에서 온 얼간이 (2015)
PK
10
- 감독
- 라즈쿠마르 히라니
- 출연
- 아미르 칸, 산제이 더트, 아누쉬카 샤르마, 보만 이라니, 사우라브 슈끌라
- 정보
- 코미디, 드라마, 판타지 | 인도 | 129 분 | 201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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