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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유럽영화

<영화> Incendies

by 똥이아빠 2016.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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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Incendies

그을린 사랑. 드니 뷜뇌브 감독 작품. 충격적인 내용 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영화의 줄거리만 따라가서는 이 영화를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영화의 주요 모티브는 오이디프스 콤플렉스와 종교 전쟁, 모성애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속에서 엄마인 나왈이 겪는 시대적 배경은 레바논 내전이다. 세계의 근대사가 그렇듯, 중동에서도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당시 유럽인에 의한 분리정책으로 인해 레바논도 이슬람과 기독교 세력이 나뉘고, 그들은 세력 균형이 깨지는 것과 동시에 폭력 집단으로 돌변한다. 레바논에서 식민지 초기 기독교 세력이 강했을 때는 정치 권력의 분배가 비교적 원만한 상태였으나, 1970년대 들어서면서 이슬람 세력의 확장으로 기독교 세력의 입지가 좁아지자, 기독교 세력은 무장을 하고 민병대를 만들어 결국 내전으로 발전하게 된다.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 온 나왈은 이슬람 집안의 여성이었고, 그가 사랑한 남자가 팔레스타인 난민이라는 이유로 오빠들에게 살해당한다. 임신한 나왈은 할머니의 도움으로 아이를 낳아 고아원에 맡기고 도시에 나가 삼촌이 운영하는 신문사에서 진보적인 언론인으로 활동한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나, 나왈은 고아원에 맡긴 아이를 찾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다 기독교 민병대들에 의해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학살당하고 자신만 살아남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는다. 결국 고아원이 있던 자리도 기독교 민병대에 의해 불타버리고, 아이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자, 나왈은 이슬람 계열의 반기독교 투쟁집단에 들어가 기독교 세력집단의 주요 인사를 암살하고 15년 동안 감옥에 있다 출옥해 캐나다로 가게 된다. 
하지만 이미 감옥에서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상태였고, 두 아이는 출산을 도와 준 간호사가 맡았다가 나왈이 캐나다로 갈 때 함께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신화에서 가져 온 '오이디프스 콤플렉스'가 이 영화에도 나타난다. 이슬람교도의 딸을 엄마로 둔 아이는 고아원에서 자라 기독교민병대에 의해 기독교도로 키워진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종교가 결정되고, 종교 전쟁에 동원되며, 이유도 없는 증오부터 배우며 자라난다. 그리고 감옥에 갇힌 이슬람 여성을 성폭행한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엄마(나왈)의 유언장은 용서와 화해다. 모성애는 그 어떤 폭력과 종교와 이념을 뛰어넘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 모성애가 말하고 있다. 용서하고 화해하라고. 남은 자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충격적인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진실을 알고 사는 것이 옳은가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감독은 나왈의 유언장을 통해 현실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잔인하다 해도 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용서와 화해를 하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먼저 아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자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잔인한 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살아 있는 자들의 고통은 계속된다. 별 네 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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