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Crimson Peak
<퍼시픽 림>의 강렬하고 웅장한 액션 장면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고딕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로 돌아왔다. 19세기의 배경에 중세의 아름다운 장식을 만들어 넣은 영화는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어려서 엄마를 잃은 주인공 이디스는 유령을 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에게 나타나는 유령은 매우 제한적이고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인물들만 나오는데, 이건 유령이라기 보다는 이디스의 상상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 듯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바로 유령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유령은 온통 시뻘겋게 나오는데, 컴퓨터그래픽 티가 너무 심하게 나서 현실성이 많이 떨어졌다. 영화 전체를 통해 유령이 나오는 장면들이 영화의 진지함과 무게를 깎아먹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유령의 형상을 보통의 인물처럼 보이게 했어도 아무 문제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고, 시뻘건 유령의 형태보다는 유령이 하는 행동을 통해 스릴과 공포를 확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게다가 등장하는 유령들은 모두 이디스를 돕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존재들로 전혀 무섭지 않다. 단지 외모가 조금 무섭게 보일 뿐, 그들은 모두 피해자들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구성하는 미장센은 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멋지다. 소품부터 크림슨 파크까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영화가 리얼리티와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상상력은 우리의 경험까지 확장시키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 속 인간관계는 근친상간을 바탕으로 재산을 노린 연쇄살인이다. 여자 주인공인 이디스 역할의 미와 와시코브스카는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에도 출연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영화와 '스토커'는 분명 다른 영화임에도 느낌이 비슷했다.
그러고보면, '스토커'에서 주인공의 삼촌이 연쇄살인범으로 밝혀지고, 그 삼촌의 행동에서 희열을 느끼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은 비정상적 가족 관계라는 점에서 이 영화와 통하는 면이 있다.
미스테리 스릴러답게 조금 더 빠른 호흡과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크림슨 피크라는 이름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살인들이 은유적으로 처리되었는데, 차라리 '샤이닝'에서처럼 집 자체에 악령이 씌였거나, 주인공 이디스가 지하에서 토마스에게 살해당하는 과거의 신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연출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름답고 우아한 의상과 배경의 이면에 연쇄살인과 근친상간이라는 패륜범죄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감독은 인간의 추악함을 오히려 아름다운 외모로 드러냄으로써 인간의 이중성과 도덕과 인륜의 경계를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 별 세 개 반.
유령을 볼 수 있는 소설가 지망생 ‘이디스’(미아 와시코브스카)는 상류사회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으며, 글쓰기 외의 다른 것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영국 귀족 ‘토마스’(톰 히들스턴)를 만나게 되고, 둘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아버지 ‘카터’의 만류에도 불구, 이디스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영국으로 향한다. 아름답지만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대저택 ‘크림슨 피크’와 토마스의 누나 ‘루실’(제시카 차스테인)이 그들을 맞이한다. 이디스는 낯선 곳에 적응하려 하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존재들과 악몽 같은 환영을 마주하게 되고, 그녀 주변의 모든 것에 의문을 갖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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