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루
타임루프를 소재로 만든 영화. 제목 '하루'는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시간으로의 하루, 사람 이름으로의 하루가 그것이다. 주인공 준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다. 그가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내려 딸을 만나러 가는 과정부터 타임루프가 시작된다. 딸을 만나기 직전에 교통사고로 딸이 죽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다시 첫 장면인 공항에서 깨어나는 것인데, 준영은 딸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똑같다.
타임루프가 발생하는 이유는, 지금의 현실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과거의 어떤 일이 비정상적인 사건으로 인해 시공간이 비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에 비정상적인 사건을 겪은 모든 사람들이 타임루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타임루프는 '비정상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말한다. 사건이 발생하는 그 순간의 시공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정신적, 심리적 충격을 겪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이다. 그 '비정상적인 사건'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결되지 않거나, 정신적 충격이 치유될 수 있는 공감과 이해가 있지 않거나, 그 사건으로 발생한 분노, 원한, 슬픔, 원망, 고통의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한 트라우마는 마치 블랙홀처럼 그 경험자의 삶을 빨아들이게 된다.
준영은 자신이 겪는 타임루프가 어떤 이유로 시작하게 되었는지 알기 전까지는 자기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세계적인 의사로 유명인이 되었고,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며, 자신이 과거에 했던 일에 대해 나쁜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임루프를 통해 과거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가 저지른 행위가 의사로서는 물론 인간으로서도 해서는 안 될 행위였음을 깨닫게 되고, 무엇보다 그는 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특권이 주어지는 대신 그만큼 엄격한 직업 윤리를 부여받는다. 그가 딸을 살리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인 것은, 다른 사람들이 전혀 알 수 없도록 완벽하게 저지른 행동이라 해도, 그 자신만은 알고 있는 것이고, 그의 내면은 단 한 순간도 갈등을 멈추지 않는다. 무의식속에서도.
결국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자백하고, 잘못을 뉘우치면서 그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타임루프도 사라진다. 우리의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후회나 불안, 분노의 감정이 있다면, 양심에 따라 스스로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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