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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교

근현대문학사_2020_3학년_중간과제물

by 똥이아빠 202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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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명>

<근현대문학사> 교재에서 다룬 1960년대 소설 가운데 한 편의 작품을 선택하여 읽고, 다음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여 과제물을 작성하시오.

1. 해당 작품에 드러나는 1960년대 사회상(社會相)과 문화적 특징

2. 해당 작품의 문학사적 의의

3. 소설을 읽은 전체적인 감상

 

 

김승옥 : [서울, 1964년 겨울]

 

포장마차에서 세 명의 사내가 우연히 만난다. (), , 삼십 대 사내. 1964년은 박정희 소장의 쿠데타가 일어나고 3년이 지난 시점이다. 서울에는 전차가 다니고, 12시 통행금지가 있었다.

나는 사관학교에 지원했다 낙방해 지금은 구청 병사계에서 일하는 하급 공무원이다.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만난 은 대학원생이고,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다. 이때 대학원을 다닐 수 있다는 건 대단한 특혜였다. ‘의 아버지는 수천만 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고, ‘은 아버지에게 용돈을 받아 쓰고 있다.

60년대는 여전히 봉건 잔재가 남아 있었고, 남성들의 가부장 의식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다. ()미자와 성매매를 했다는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에게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느냐고 묻자, ‘은 자기의 경험을 말한다. 사람으로 가득 찬 버스에서 여성과 몸을 밀착해 팔목의 살을 대고 있기도 하고, 허벅다리를 비비는 이야기를 한다. 게다가 여자의 아랫배 쪽으로 천천히 시선을 보냅니다......여자의 아랫배가 조용히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의 말에 은 퍽 음탕한 말이라고 비난하지만, ‘은 결코 음탕하지 않다고 반박한다. 이렇게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대화가 오가는 것은, 작가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뒤이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나온다.

은 꿈틀거리는 것 가운데 사랑하는 것이라면서 데모라는 단어를 말한다. ‘그냥 꿈틀거리는 거라면서 데모를 말하는 것이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사회를 비판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내용은 이어지지 못하고 끊긴다.

이어서 김과 안은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눈다. 이들의 대화는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민중에게는 헛소리에 불과한 내용이다. 가난과 압제 상황에서 살아가는 민중의 삶과 유리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들의 정체성이 룸펜이기 때문이다.

의 경우, 부자 아버지를 두어 스스로 노동하지 않아도 잘 살고 있으며, 최고학부인 대학원을 다니는 것만으로 사회의 특혜를 받는 인물이다. ()는 원하는 군인이 되지는 못했으나 구청의 말단 공무원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절박하지 않은 인물이다.

두 사람(김과 안)의 대화를 듣고만 있다 두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자, 조용히 앉아 있던 사내가 끼어든다. 세 사람은 포장마차를 나와 중국요리집으로 들어간다. 비싼 음식과 술을 주문하고, 사내는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부탁한다. 겸손하고 소심한 인물이다.

사내는 오늘 아내가 죽었다고 말한다.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내가 급성뇌막염으로 사망했다고. 심지어 사내의 아내는 이전에 급성 맹장염, 급성 폐렴까지 앓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의 아내는 왜 그렇게 병약했을까.

여기서 사내의 아내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이 된다. 여성은 가부장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이며, 1961년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군부의 독재에서 신음하는 민주주의의 표상인 것이다.

사내의 아내는 이미 두 번의 급성 질환에 걸렸다 겨우 살아난다. 일제강점기와 4.19혁명이라는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급성 질병으로 치환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아내는 죽고 마는데, 이는 민주주의를 질식시킨 군사독재 때문이다. 아내의 친정이 대구 근처라고 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대구 바로 옆에 구미가 있고, 이곳은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소장의 고향이다.

사내는 서적 외판원이 직업이라고 말한다. 죽은 아내를 병원에 팔고 받은 돈이 사천 원, 사내는 두 사람에게 오늘 밤 돈을 다 쓰고 싶다고,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한다. 1964년의 사천 원을 환률로 계산하면 16만 원 정도가 된다. 사내는 중국집에서 천 원을 쓰고, 양품점에서 김과 안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느라 육백 원을 쓰고, 귤 장수에게 귤을 삼백 원어치 샀다.

돈을 방탕하게 쓰려는 것은 민주주의를 죽인 대가로 얻은 재물이 양심을 찌르기 때문이다. 아내의 주검을 대가로 받은 돈이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것을, 아내=민주주의로 치환하면 독재사회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부끄럽다는 걸 말하고 있다.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길거리에서 서성이다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소방차를 뒤따라 간다. 화재 현장 근처에서 불구경을 하는 세 사람. 갈 곳을 모르고, 목적지가 없이 서성이는 것은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드러낸다. 비겁하고 무능한 룸펜의 정체를 갈 곳 모르고 방황하는 인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들이 불구경을 하는 것 역시, 역사의 현장에서 뒤로 물러나 구경꾼으로 비껴 서 있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장면이다. 불이 난 현장은 군사쿠데타로 짓밟힌 한국민주주의의 현실이며, 이를 외면하는 것은 나약한 지식인, 룸펜의 허약한 역사인식과 비겁함을 말한다.

아내의 주검을 판 사내는 남은 돈을 불길에 던진다. 떳떳하지 않은 돈을 방탕하게 쓰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하지만 사내는 한밤중에 월부책 값을 받으러 가는 난감한 일을 벌이고, 결국 세 사람은 여관으로 들어가 각자 방 하나씩 차지하고 잠을 잔다.

다음 날 아침, ‘을 깨운다. 옆방의 서적 외판원 사내가 죽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여관을 몰래 빠져나온다. ‘은 사내가 죽을 거라는 예상을 했지만, ‘()’는 그런 짐작을 못했다고 말한다. 왜 두 사람의 생각은 다른 걸까. 아내의 주검을 병원에 팔고, 받은 돈을 그날 저녁에 다 쓰고 말겠다는 사내를 보면, 그리고 사내가 죽은 아내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았다는 고백을 듣고서도 사내가 절망과 비탄에 빠져 자살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은 사내가 자살할 것을 예상했지만 말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떻게 합니까?’라고 은 말한다. 민주주의가 질식하고, 군사독재 치하에서 돈을 벌어 먹고살긴 살지만, 결국 이대로는 살 수가 없어서 죽는다해도 그것을 말릴 수 없는 참담한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에게 말한다. ‘김 형, 우리는 분명히 스물다섯 살짜리죠?’라고. 그리고 우리가 너무 늙어버린 것 같지 않습니까?’라며 되묻는다. 이제 스물다섯 청년이 마치 노인이 된 듯 늙었다는 말은, 불과 4년 전에 민주주의 혁명이 불타오르는 현장에서 역사의 주인공으로 거리를 누볐던 이들이 일 년 만에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의 군화발에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걸 경험하면서, 폭력과 공포에 질려 육체가 급격히 노화된 느낌을 받는다는 걸 의미한다.

이 작품은 평범한 단편소설이지만, 형식의 알레고리를 해체하고, 시대 현실을 반영하면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당대의 사회현실에 관한 비판적인 의견을 전혀 드러내지 않으면서, 아내의 죽음, 아내의 주검을 판 사내, 받은 돈을 아무렇게나 쓰려는 태도, 불구경, 불속에 돈을 던지는 행위 등을 등장시키면서 짓밟힌 민주주의와 질식할 것 같은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이 외부자의 시선으로 사내를 바라보고 있다면, ‘사내는 곧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국민이자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서민이다. 외부자의 눈으로 본 사내는 죽을 수도 있고, 죽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가 질식한 사회에서 국민의 삶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사내의 자살은 곧 민중의 죽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군사독재 체제에서 사회를 비판하기 어려운 상황을 문학의 특징인 메타포로 포장해 현실 비판을 하는 작품이다. 이 정도의 작품을 발표하는 것도 큰 용기를 내야 할 만큼 독재의 칼날은 서슬 퍼랬다.

청년이 금방 늙어버린 것처럼 무서운 사회, 희망도, 행복도 찾아보기 어려운 사회의 현실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기록하고 있는 작품이고, 시대를 증언하는 사회비판적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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