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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다/양평에서 먹다

서종면 앤드유 3

by 똥이아빠 2022.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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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09_앤드유

 

2011년 결혼기념일에 앤드유를 방문했다. 그러고보면 '앤드유'는 특별한 날, 기념할 만한 날에만 방문한 듯하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멀리 가지 않고, 동네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분위기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다행이다.

이 해는 결혼 15주년 되는 해였고,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안학교에 입학한 해였다. 아이를 정규 중학교에 보내지 않고, 대안학교에 보낸 것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그건 다른 기회에 좀 더 깊이 있게 나눌 이야기이고,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일년이 조금 지난 시간이어서 여전히 기쁘거나 행복하다는 걸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어색하던 시기였다.

살면서 각종 기념일 - 생일, 결혼기념일, 돌잔치 등 -을 챙기는 건 내게 낯선 일이었지만, 아내의 말을 듣고 설득되었다. 우리가 살면서 그리 길지 않은 인생, 기쁘고 행복한 일보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많은데, 각종 기념일이라도 잘 챙기면서 매 순간 짧게라도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이 인생을 조금은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라는 말을 아내가 했다.

나는 내 생일도 스스로 챙겨 본 적이 없고, 결혼한 이후에도 나를 위한 기념일은 가능한 건너 뛰려 했다. 그런 배려와 관심이 부담스럽고 쑥쓰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은 그리 길지 않고, 우리는 거의 대부분을 외부의 힘에 밀리면서 살아간다. 돈을 벌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하고, 늘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야 하는 건, '나'의 의지가 아니라, 외부에서 강제한 힘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생일, 결혼기념일, 돌잔치를 비롯한 경조사는 인간의 삶에서 한 매듭을 짓는 과정이니 그만큼 중요하고, 의미 있다. 그런 매듭을 맺지 않고 지나가는 건 어쩌면 어리석은 태도일지 모른다.

 

2011-11-09 수요일 흐리다

결혼기념일

저녁-앤드유

 

투명하고 또렷한 보름달이다. 대기는 마치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아름답고, 시골마을은 어둠 속에서 고요하다. 맑고 상쾌한 가을 공기 속에서 아내와 달을 바라본다. 오늘은 결혼기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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