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중국영화

<영화> 화양연화

by 똥이아빠 2016. 10. 29.
728x90


<영화> 화양연화

1962년의 어느날 홍콩. 신문사 편집 기자인 주모운(양조위) 부부가 상하이 출신 사람들이 모여사는 아파트로 이사온다. 얼마 있지 않아 이 곳에 진씨 부부도 이사 온다. 진씨는 일본인 무역 회사에 근무하여 해외 출장이 잦다. 주모운은 진씨의 아름다운 부인 소려진에 눈길이 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자신들의 남편과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와 동시에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게 된다. (나무위키)
---------
지금은 이름이 희미해졌지만, 십여년 전에 왕가위는 대단한 감독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뛰어난 작품성으로 세계의 영화팬에게 감동을 주었고, 세계영화사에 남는 이름이 되었다.
열혈남아, 아비정전, 동사서독, 중경삼림, 타락천사, 춘광사설 그리고 화양연화. 이들 일련의 영화들은 홍콩영화의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을 선보이며 '왕가위'라는 감독의 이름을 영화사에 각인시켰다.
나이가 들어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아무래도 젊었을 때보다는 결혼해서 나이들어 봤을 때, 영화의 감정을 보다 진지하고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영화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이 나이나 경험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살다 보면, 아무래도 경험에서 오는 다양한 층위와 질감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있다고 본다.
여기, 이웃하고 있는 두 부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내밀한 이야기는, 너무도 사사롭고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대단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가 스펙타큘라 해야한다는 당위나 전제는 없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룰 수 있고, 내밀한 사생활을 다룰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영화'라는 예술적 표현방식을 통해 우리의 삶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을 얻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영화는 두 남녀의 내밀한 감정의 긴장 관계와 영화적 미장센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장만옥과 양조위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둘 사람이 갈등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감정을 내면에서 끌어내는 표현은 쉽게 하기 어려운 연기다.
또한 두 배우와 함께 감독이 보여주는 연출은 극도로 절제되어 있고, 감정을 오히려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관객은 영화에 몰입하게 되고, 영화를 보면서 질감을 갖게 될 정도가 된다. 영화에서 질감을 느낀다는 것은 현실성, 리얼리즘, 감정이입 등과 비슷한데, 그들의 고통과 번민과 갈등이 나의 감정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루어질 수도 없고 이루어져서도 안 되는 비극적인 사랑이 있다는 것 또는 스스로의 기준과 외부의 도덕적 기준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억제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규범 속에 사는 사람들의 행동, 이성적인 판단이 감정을 억제하고, 행동을 억누르는 안타까움을 스스로 알면서 해야 하는 갈등하는 인간의 비겁한 내면 등을 이 영화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아름답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도 우연히 만난 남녀가 며칠 함께 지내면서 그 이후 평생 만나지 못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두 사람의 마음 속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랑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은 그런 존재일 수 있다. 단 한 번을 보고도 사랑에 빠질 수 있고, 미칠 듯이 사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애틋하고 안타까운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그 감정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결국 만나지 못하지만, 분명 잊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 장면은 보여주고 있다.


반응형

'영화를 보다 > 중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하고인  (0) 2021.01.21
지아장커의 다큐멘터리  (0) 2021.01.20
천주정  (0) 2021.01.18
[영화] 침묵의 목격자  (0) 2017.11.02
[영화] 자객 섭은낭  (0) 2017.01.07
<영화> 盲山 : Blind Mountain, 2007  (0) 2015.08.12
<영화> 世界 The World  (0) 2015.07.25
<영화> 跟蹤(영어 : Eye in the Sky, 한국어 : 천공의 눈)  (0) 2015.07.16
귀신이 온다  (0) 2012.05.09
난징  (0) 2011.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