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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중국영화

[영화] 자객 섭은낭

by 똥이아빠 2017.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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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객 섭은낭

'비정성시'의 감독 허샤오시엔이 오랜만에 만든 작품이자 유일한 무협영화. 이 영화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 정성일 평론가의 설명이 매우 자세하다.


당나라 시대의 짧은 소설로 겨우 세 페이지짜리 내용에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이 영화를 만드는 기간이 무려 8년.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미장센이다. 어찌보면 겉으로 드러난 영화의 전부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장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공을 많이 들이고, 화려하며,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치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는 당나라 시대의 이야기지만, 이들의 의상을 보면 모더니즘 패션쇼를 보는 듯 하다. 지나치게 화려한 미장센과 이야기의 구조 사이에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성일 평론가도 이야기의 구조와 인물의 관계에 관해서만 말하고 있을 뿐,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화려한 미장센의 의미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정성일 평론가도 말했듯, 이 영화는 무협영화도 액션영화도 아니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모호하고도 애매한 관계를 통해 이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가족 관계라는 것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관객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다. 감독은 왜 이야기를 모호하게 이끌어 관객이 자신의 영화를 이해하기 어렵도록 만든 것일까. 그 의도는 무엇인지 알 방법이 없다.
허샤오시엔의 예전 영화들도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 까다롭진 않았다. 그가 예술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강박 때문은 아니었을까? 영화에서는 압축과 절제를 할수록 예술영화에 가까워진다. 아니 어쩌면 모든 예술이 다 그럴 것이다. 여기에 '메타포'와 '아이러니'를 얹으면 금상첨화가 된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평론가들이 훌륭한 영화라고 받들어도, 관객에게 불편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관객에게 불편한 영화일수록 작품성이 있는 영화라는 도식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평론가들이 자신들의 이너써클을 만들어 관객을 따돌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영화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재미없는 영화다. 미장센은 화려하지만, 내용은 단순하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를 복잡하고 애매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훌륭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관객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호불호가 결정되는데,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함의를 무시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어서 이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게 되면 결국 영화와 관객 사이에 갈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씨네21'에서 2016년 외국영화상 1위로 많은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꼽았기에 일부러 찾아보았지만, 오히려 '로스트 인 더스트'보다 덜 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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