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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히든 피겨스

by 똥이아빠 2017.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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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 피겨스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멋진 영화. 1960년대 미국 우주항공국에 근무하는 흑인 여성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
미국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 가운데 가끔 깜짝 놀랄 만한 소재를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이 영화가 그렇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무의식적 편견 속에 '나사'는 남성들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우주선을 발사하는 기술과 수학, 물리학 이론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남성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야말로 남성우월주의에 뿌리 박힌 왜곡된 편견이다.

60년대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공공연히 일어나는 시대였고, 특히 여성들은 이중의 차별 속에서 고통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흑인 여성들 가운데 천재들은 많았고, 이들은 '나사'에서 말단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다. 미국 정부,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쏘련과의 우주 전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했고, 냉전체제 속에서 미쏘의 우주전쟁은 또 다른 체제 경쟁에 다름 아니었다.

미국은 냉전 체제와 인종 차별의 사회였고, 약자 가운데 약자였던 흑인 여성들이 사실은 미국의 운명을 좌우했었다는 내용의, 역사적이면서도 중요한 일화를 담고 있다. 제목인 '히든 피켜스'는 '감춰진 숫자'이기도 하지만, '감춰진 인물들'이라는 중의적 의미로 쓰일 수 있다. 즉,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흑인 여성들이 '나사'의 우주선 발사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본격 '여성영화'는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흑인 여성들이고, '나사'에서도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 여성 영화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아니다. 영화에서 백인 여성들과 흑인 여성들은 차별하고 차별당하는 관계이면서, 또 다시 이중 차별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흑인 여성을 위한 화장실이 없어서 무려 800미터를 뛰어다녀야 하는 주인공의 현실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은 참담하다. 건물 안에 백인 남성과 백인 여성을 위한 화장실은 있지만, 흑인 여성을 위한 화장실이 아예 없었다는 사실은 미국의 인종차별이 얼마나 극심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인종차별의 벽을 백인 관리자가 직접 나서서 해결한다는 설정은, 그것이 사실이라면 훌륭한 행동이지만, 영화적 설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흑인 여성은 유능해도 '관리자'가 될 수 없고,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어도 말단 계산원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 당시 '나사'의 현실이었지만, 그럼에도 흑인 여성들은 자신들의 벽을 끊임없이 깨부수며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백인들만 들을 수 있는 강의를 흑인 여성이 최초로 듣게 된 것도 바로 이 시기였고, 용기 있는 흑인 여성과 합리적으로 판단한 판사에 의해 역사는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런 장면들은 좁게는 미국 흑인 여성의 진보를 보여주지만 넓게는 세계 여성들의 진보적 발걸음인 것이다.
우리는 차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평등하다고 믿고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 영화는 이중, 삼중의 차별의 고통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 흑인 여성들의 빛나는 삶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 포스터의 문장처럼,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또한 세상의 모든 여성들은 평균적으로 남성들보다 재능 있고, 똑똑하며, 강인하다. 추천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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