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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사이런스

by 똥이아빠 2017.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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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이런스

마틴 스코시지 감독은 21세기 세계영화사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대단한 감독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초기 작품 '택시 드라이버'와 '성난 황소'만으로도 충분히 그랬다. 그의 페르소나인 하비 케이틀, 로버트 드 니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영화에 관한 한,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마틴 스코시지 감독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이고, 그 자신 '신앙을 잃은 가톨릭교도'라고 고백했듯이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종교관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일본의 17세기 기독교 전파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정작 일본에는 기독교도가 0.5%도 안 되는 숫자이니, 일본 사람들도 관심이 없을 것은 당연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특정 종교로 수난을 당하는 일본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을리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원작이 있다. 엔도 슈사쿠가 1966년에 발표한 소설 '침묵'이 원작인데, 마틴 스코시지 감독은 이 소설에서 인간의 딜레마를 다루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종교는 어디까지나 외피일 뿐, 자신이 소중하게 지키는 '신념'을 배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인간이 드러내는 갈등과 번민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 예수회 소속 신부들이 일본에서 포교를 하지만, 일본의 막부는 외래 종교를 철저하게 탄압한다. 신성모독을 통해 배교 행위를 증명해야 하는 일본인 신도들과 포르투갈의 신부들은 죽음으로 신앙을 지키려고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를 영화는 정면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믿는 신을 부정해야만, 그 신을 믿는 신도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기모순의 상황에 놓인 포르투갈의 신부들은 결국 현실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신을 부정한다. 신의 얼굴이 새겨진 물건을 발로 밟고, 십자가에 침을 뱉고, 신을 모독하는 말을 함으로써, 자신이 믿는 신을 부정하고, 더 이상 신을 믿지 않는다고 선언하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여전히 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나같은 무신론자들이 볼 때 이 영화는 더 없이 한심하고 멍청하며, 어리석고, 병신같은 내용이지만, 신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나름 절실한 면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 가운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절대자'를 추상하고, 그것에 기대려는 심리가 있다. 이것은 어쩌면 본능적인-그래서 비이성적인-행동이라고 본다. 종교에 매달리는 한, 그 사람은 결코 '이성적인 사람'이 될 수 없으며,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비이성적인 '신' 따위를 믿지는 않을 것이다.

무지와 편견과 어리석음이 판을 치던 예전의 시기에는 신을 믿는다는 행위만으로도 목숨을 잃거나 버려야 했다. 지금으로 보면, '다윈상'을 받을 만한 일인 것이다. 이 영화는 그동안 보아왔던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작품으로만 보면 퍽 실망스럽다. 그가 '택시 드라이버'나 '성난 황소'에서 보여주었던 인간의 모습을 보다 더 깊이 있게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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