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 편의 위대한 개츠비
소설로도 읽은 '위대한 개츠비'를 그동안 나온 영화 가운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1974년판과 2013년판으로 봤다. '위대한 개츠비'는 소설로 발표한 직후부터 영화로 만들어졌고, 가장 최근작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2013년 판까지 만들어졌다.
하나의 이야기가 꾸준히 영화로 만들어 진다는 것은 대중들에게 그만한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여러 버전으로 영화, 연극, 오페라 등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대중이 좋아하는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새로운 스타일로 제작된다. 이런 예술작품을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소설을 읽고 나서 퍽 실망했다. 소설 내용은 이미 따로 썼으니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미국인들이 '개츠비'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존중하더라도, 문학으로서의 '위대함'을 갖추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 소설이 1920년대 미국의 부르주아 세계를 비꼬고 풍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소설 내용이나 영화에서 풍자를 읽을 수는 없었다. 혹은 이 소설 자체가 당대의 미국 현실을 풍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영화의 결말이 '개츠비'에게 일방적으로 온정적이다.
1974년판 '개츠비'는 로버트 레드포드와 미아 페로우가 주연으로,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사는 소설에 있는 대사와 거의 같다고 봐도 좋다. 이 영화는 특히 시나리오를 이제는 유명한 감독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썼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전형적인 드라마 형태로, 지고지순한(?) 일편단심(?)의 개츠비가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만을 바라보는 내용인데, 개츠비의 정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점, 나레이터이자 개츠비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본 톰이 개츠비를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그나마 개츠비를 알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즉, 톰의 입장에서 개츠비는 타고난 부르주아가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번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이었고, '위대하다'는 표현은 그 사람이 진짜 '위대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가 짧은 시간에 상류층에 진입하게 된 것을 두고 놀라움과 비웃음이 반씩 섞인 감탄의 표현으로 썼다고 느꼈다.
2013년판 '개츠비'는 전체 스토리는 같지만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도 아주 잘 만들었으며 흥미롭고도 재미있는 미장센을 보여주고 있다. 진부한 스토리를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면들로 커버한 것도 대단하고, 이런 연출을 한 감독의 재능도 놀랍다. 예전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리메이크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놀라움을 주었는데, 그 영화의 주인공인 로미오 역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
모든 예술작품은 그것을 대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영화의 원작소설 역시 나처럼 삼류소설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미국의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소설이든 영화든 작품의 본질에서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다뤄야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이 작품에서 그런 인간의 내면에 관한 묵직한 성찰이나 고뇌를 읽지는 못했다. 그것이 나의 빈곤한 내면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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