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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by 똥이아빠 2017. 3. 24.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어둡고 무겁게 가라앉은 날씨처럼, 암회색의 암울한 풍경이 드라마 전체를 지배한다. 그것은 풍경 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내리누르며 우리의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보스톤에서 북동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작고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 나타나는데, 이 마을이 '맨체스터 바이 더 씨'다. 영국에 '맨체스터'가 있으니, 아마도 '바닷가 옆'에 있다는 걸 일부러 마을 이름으로 넣은 듯 한데, 인구 5천 여명의 이 작은 마을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작고 한적한 어촌이다.
보스톤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는 리 챈들러는 형 조 챈들러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형이 남긴 유산을 관리하고, 아직 미성년인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으로 그를 돌봐야 한다는 변호사의 말을 듣고 고민한다.
형수는 이미 형과 이혼해 이웃 마을인 에섹스에서 다른 남자와 살고 있고, 자신의 아내 역시 최근에 이 마을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된다. 리 챈들러는 이 마을 토박이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거리를 두려고 한다. 

리 챈들러가 당한 고통에 대해 쉽게 위로의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 그를 비난하기는 쉽지만, 그렇다고 그를 몰아부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그는 스스로를 이미 한계까지 내몰고 있으니 말이다. 폭설이 내리는 겨울의 풍경도,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바닷가의 풍경도, 쓸쓸하지만 외로운 이 시골 마을의 적적함은 인물들의 피폐한 마음을 표현하는 한편, 상처 받은 마음을 치료하는 의미로 보인다.
비극적인 사건만 아니라면, 이 영화는 아름다운 풍경과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런 일들이 아주 드물지만 일어나고, 살아남은 사람은 고통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 대구 지하철 사건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 삼풍백화점 참사의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비극적 삶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개인적인 비극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이 영화는 그런 비극 가운데 하나를 보다 깊이 들여다 보고 있다. 예전에 읽은 책 가운데 '4 빼기 3'이라는 책이 있다. 남편과 두 아이를 교통사고로 잃은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인데, 읽으면서 펑펑 울었다.
다른 사람의 비극에 공감하는 것은, 우리의 삶이 평범하고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비극의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는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들이 희생자 가족을 이해하고 공감해서 슬픔을 함께 나눈다 해도, 우리는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은 가득하지만 감정의 물리적, 정서적 거리감은 어쩔 수 없다. 영화는 그것까지도 담담하게 보여준다. 고통으로 인한 슬픔을 과장하지 않고, 그렇다고 애써 담담하지도 않게, 가능한 솔직하게 보여주려 한다.
리 챈들러는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딜레마에 놓인다. 그는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무덤이다.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된 것이다. 춥고 쓸쓸한 바닷가 마을의 풍경처럼 그의 삶도 그럴 것임을 영화는 꾸미지 않고 보여주면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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