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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다/양평에서 먹다

결혼 20주년

by 똥이아빠 2017.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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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0주년


우리 부부가 결혼하고 20년이 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 사이 우리에게는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십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하지만, 요즘 강산은 일년도 안 되어 몰라보게 바뀌는 듯 한데, 우리의 삶을 어떨까. 강산의 변화처럼 느리지만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그 변화가 우리의 삶을 조금이라도 풍요롭고,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꼭 그렇지 못할 수도 있으리라.

우리는 삼십대 중반에 이르러서 결혼을 했고, 양가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 없이, 오로지 우리의 힘만으로 결혼 준비부터 결혼식, 아파트 마련까지 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에서 결혼이 단지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는 걸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퍽 독립적으로 행동한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

결혼을 하게 되면 두 사람의 살림을 합치게 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이 합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건 두 사람의 마음이다. 우리는 연애를 오래 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잘 맞는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느꼈다. 말이 잘 통하고, 감정에 솔직하고, 겉멋을 부리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들이 그렇다. 그래도 결혼하고 나서 몇 년 동안은 참 많이 다퉜다. '싸웠다'기 보다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기의 이기와 고집을 버리고, 배우자의 의견을 듣고, 타협하고, 감정의 균형을 맞춰가는 시간들이 다투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이해한다. 물론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한쪽이 조금 더 성숙하고, 한쪽이 미숙한 것은 분명하다. 두 사람의 인성이 비슷한 정도라면 다툼도 많지 않겠지만, 우리 부부의 경우는 내(남편)가 인성이 부족하고, 사회성도 부족한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자신의 그런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람은 그렇다. 일정단 단계에서 자신의 본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면 자기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지만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매 단계에서 자신은 늘 완성된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내가 가진 알량한 지식을 바탕으로 온갖 우월감과 독선을 가지고 있었고, 30대에 그런 경향이 가장 강했다. 그런 남자를 만난 아내는 끈기 있게 참아주었고, 십년이 지나서야 남자(나)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깨닫게 되고,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아내에게 진심어린 고마움을 느낀다. 결혼이 좋은 것은, 이렇게 한 사람의 성숙에 배우자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시간동안 배우자(여기서는 아내)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보상은 가능한 것인지의 문제가 여전히 남기는 한다.

우리는 많은 신혼부부들이 선택하는 것처럼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림을 시작했고, 결혼하고 2년 뒤에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키우고, 아내와 나는 맞벌이를 하고, 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는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었다. 그러다 결혼하고 7년이 지나서 우리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들어왔다. 시골에 정착한 것에 특별한 의미가 있거나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우리는 도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출퇴근할 때의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심했기 때문에 이유가 있었다면 출퇴근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이유가 될 것이고, 우리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매우 시골이었던 곳을 우연히 찾았기 때문이다.

시골에서의 삶은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우리는 아파트를 팔아 시골에 집을 지었고, 그 집은 우리 가족이 생활하는데 든든한 반석이 되었다. 삶의 질은 도시에서 살 때보다 훨씬 좋아졌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우리가 도시의 화려함도, 시끄러움과 번쩍거림도 싫어하는 것은 분명했다. 시골은 조용하고, 일찍 밤이 찾아왔으며, 무엇보다 고요했다. 달빛이 처연하고, 달빛이 눈물겹다는 것을 시골에 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계속 도시에서 살았다면 이런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니, 이런 경험을 결코 돈과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이라고 우리는 단정한다.

이제 시골에서 살아 온 시간이 도시에서 살았던 시간보다 더 길다. 시골 분교학교에서 유치원에 들어간 아이가 성인이 되었다.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고, 이제는 자기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살았던 20년의 세월이 보람 있고, 헛되지 않았다는 다행함과, 삶의 소중함을 느낀다. 

결혼 20년이 되던 작년에는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왔다. 마침 하와이에 처제가 살고 있어서 여행을 결정하기가 쉬웠고, 하와이에 가서도 특별한 경험을 많이 하고 왔다. 올해는 만 20주년이어서 성인이 된 아들이 카톡으로 케익 선물을 보내주었고, 우리 부부는 마을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20주년을 기념했다.

우리 마을에 이렇게 고급한 레스토랑이 들어 선 것도 놀라운 일이다. 지난 10년 사이 이 지역에 변화가 많았다. 말하자면 '근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인데, 우리처럼 외지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많이 늘고, 유명한 카페도 들어서고, 지역을 대표하는 장터도 열리고 있다. 우리는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저녁 메뉴는 모두 10개의 코스였는데, 음식의 재료와 조화에 대해서 모두 설명을 해주었다. 이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수제 맥주로, 홉을 국내에서 생산한다고 했다. 맥주는 맛과 향이 훌륭했으며, 도수는 일반 맥주보다 높아서 약 7.9도 정도라고 했다. 

공갈빵. 한입에 쏙 들어간다.

앤초비. 우리나라의 멸치젓과 비슷하다.

병아리콩 스프. 거품처럼 부드럽다.

연어구이. 연어를 숙성해 고기가 매우 부드럽다.

청어 조림. 새콤한 맛과 오이의 아삭한 맛, 양파의 맛이 어우진다.

파스타의 한 종류. 라코타치즈가 들어 있다. 

파스타. 버섯향이 독특하고 맛도 훌륭하다.

아이스샤베트. 중간 입가심.

오리 고기 가슴살 스테이크.

대구 스테이크.

수박 샤베트.

새콤하고 달콤한 디저트.

커피.

초콜릿과 머랭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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