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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다/양평에서 먹다

051105_행복한의자나무

by 똥이아빠 2022.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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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05_행복한의자나무

 

이 식당도 없어진지 오래다. 서종면에서 식당들이 몰려 있는 수입리에 있었고, 이 식당의 사장이 주민자치위원이어서 가끔 들렀던 식당인데, 처음 가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은 문을 닫고, 사장도 서종면을 떠났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하는데, 어떤 일 때문인지는 알 길이 없고, 일부러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음식은 평범했다. 나쁘지 않았지만 훌륭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수입리 도로 옆에는 이런 종류의 음식을 파는 식당이 한줄로 길게 늘어서 있다. 음식은 개인의 선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만큼, 음식 맛을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또한, 같은 식당이라도 언제, 어떤 기분으로, 누구와 함께 가서 먹는가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식당에 갔던 날 일기가 있어 꺼내봤다.

 

11월 5일 토요일

오전에 차를 가지고 나가 천호동 공영주차장에 세워놓고 전철을 타고 인사동으로 갔다. 인사동에서 0용님이 내년에 전시회를 할 갤러리를 찾았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올라왔던 모양이다.

결국 가나아트센터에서 대관 문의를 했더니 지난번 목수 김씨가 전시했던 바로 그 자리-가나아트 스페이스의 2층-가 적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곳을 다시 가보고, 계약에 관해 문의했다. 가능한 빠른 답변을 주겠노라고 해서 예전에 했던 전시도록을 건네주고 나왔다.

인사동에서 전철을 타고 을지로에서 내려 청계천을 쭉 걸었다. 공구상가가 밀집한 청계3가부터 벼룩시장이 있는 청계8가까지 걸어 올라가며 구경을 했다.

‘복원’을 마쳤다는 청계천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명박이 ‘실적’을 위해 밀어붙인 ‘노가다 정신’의 결과물인 청계천은 일직선으로 뻗은 개천이 정말 한심했다.

청계천 헌책방에서 책을 구입하고(4만원), 보세 옷을 파는 곳에서 바지(5만원)를 구입했다.

집에 돌아와 조금 쉰 다음, 세영이네 가족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 수입리에 있는 [행복한 의자나무]라는 한식당이었는데, 간장 게장, 양념 게장이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모두 면사무소에 있는 공연장에서 판소리 흥보가를 듣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자 0재네 마당에 불이 켜져 있고 떠들썩한 소리가 나서 우리도 올라갔다.

0재네, 0영이네, 새로 이사온 0빈이네가 마당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우리집에서 가져간 맥주를 마시며 한참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0용님도 함께 자리했다.

 

새벽에 잠이 깼는데,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것 같았다. 마침 집에 두드러기약이 있어서 그걸 먹었더니 곧바로 가라앉았다. 약의 효과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드러기만 나면 거의 죽을 것 같았는데, 약의 효과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늘 약을 상비해야 할 것 같다.

.....

저 무렵에는 친구로 지냈던 0용 씨도 이후로 친구 관계를 끊었다. 사람의 인연은 때와 시기가 있어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마을의 시골 분교에 입학한 학생과 학부모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졸업하고 곧바로 마을을 떠났다.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살기 위해서 들어왔고, 아이가 학교를 졸업하는 것과 무관하게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의 삶을 선택한 것이니 아이의 졸업이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오로지 아이의 교육만을 위해 시골분교까지 왔다가, 졸업하면 다시 도시의 학교로 진학하는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사람들과는 인연도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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