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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국내여행을 하다

3박4일 진도 여행 - 02

by 똥이아빠 2024.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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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에서 바라보면 이런 풍경이 보인다. 조명이 사라진 건물은 이국적이지만 평범해 보이고, 저 바다는 변함 없이 빛나고 있다. 부지런한 여행자들은 이 시간에 이미 리조트를 떠나 여행을 시작하고 있겠으나, 우리는 아무 계획 없이, 느긋한 여행을 하기로 했으므로 서두르지 않고 리조트에서 아침 뷔페를 먹으러 갔다.

밥값으로만 보면 리조트에서 아침 뷔페를 먹는 게 비싸지만, 이런 곳에 오랜만에 놀러왔으니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 아침 뷔페를 한번쯤 먹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우리가 묵는 '타워C' 빌딩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쏠비치 신비의 바닷길'이 나온다. 물때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내려가면, 바닷물이 빠지면서 길이 드러나는 걸 볼 수 있고, 그 길을 건너 섬(소삼도)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진도에서 '진짜' 신비의 바닷길은 '쏠비치 진도'에서 자동차로 약 5분 정도 가면 나오는 '회동'에 있다. 다만 '회동'의 바닷길은 해마다 3월에만 세 번이 열리기 때문에 날짜와 시간에 맞춰 일부러 찾아와야 한다. 이곳 '쏠비치 바닷길'은 하루에 두 번씩 열리므로, 누구나 쉽게 건널 수 있다.

바닷길이 열리고, 섬에 도착하면 온통 대나무숲인 입구가 보인다. 이 길로 조금 올라가면 바로 섬의 꼭대기에 닿는데, 섬을 한바퀴 돌아 내려올 수 있는 산책길이 잘 되어 있다.

섬에서 바라 본 리조트 풍경.

섬에서 바라 본 무저도.

완전히 열린 바닷길.

썰물로 드러난 바닷길을 보고 돌아와 팽목항으로 갔다. 올해로 꼭 10년. 세월호 침몰 사건을 두고 무능한 모습을 보인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해 권좌에서 끌려 내려왔고, 그 뒤를 이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세월호 침몰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누가 사실을 은폐하는가 밝혀낼 걸로 기대했으나 끝내 진실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도로 여행한다는 결정을 한 건 아내였지만, 나도 마음으로 진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내와 내 생각이 서로 말하지 않았어도 같다는 걸 확인하고는 퍽 기뻤다. 우리는 결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가족'을 잊지 않았으며, 마음 한쪽에 늘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질 때, 진도 주민들께서도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을 지, 진도 주민들의 헌신적이고 따뜻한 마음이 있어 그나마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버티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실용적으로 생각해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는 많은 분들이라면, 일부로 진도 여행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진도는 '세월호 참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고통스럽고 슬픈 모습도 있지만, 그것까지도 우리가 감싸 안고, 진도 여행을 통해 진도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팽목항(진도항)에 있는 '세월호 기억관'은 기대보다 훨씬 황량해서 충격이었다. 무능한 정권이 '세월호 참사'의 사실과 진실을 은폐하려다 탄핵당해 쫓겨났는데, 여전히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고, 박근혜의 뒤를 이은 수구 정권에서 또 다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결국, 대형 참사의 올바른 원인 규명을 하지 않아 대형 참사가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면면을 다시 보면서, 새삼 잊으려 했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은 물론, 아직 어린 자식을 그렇게 비통하게 보낸 부모와 가족의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나도 자식을 둔 부모된 마음으로, 여기, 참사의 현장에서 가까운 곳에 서니, 단지 뉴스로만 듣고, 머리로만 생각했던 '세월호 참사'의 실체가 구체적 현실로 생생하게 느껴졌다. 억울한 국민의 한을 풀어주지 못한다면, 정부와 나라는 왜 있는 걸까. 나는 결코 박근혜와 윤석열을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일으킨 정권이 바로 그 둘이고, 그들은 이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지도 않고, 심지어 공감도 하지 않는 사악한 인간들로 보인다.

슬픔과 고통은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피해자와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고, 그들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 유가족의 한이 풀어지고, 희생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다. 이걸 하지 않는 정권은 모두 무능하거나 반 민주 정권이라고 단정해도 좋다.

팽목항 '세월호 참사 기억관'에서 10년이 되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리고 돌아오는 길에 '운림산방'을 들렀다. 이곳은 진도에서도 자랑하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계획하지 않고, 그때마다 목적지를 정하기로 해서,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결론부터 말하면, 진도에 가면 '운림산방'은 꼭 들러보길 권한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이라면 더 좋다. 넓은 정원과 미술관이 있어 훌륭한 작품을 감상하고, 정원에서 사진도 찍으며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소치 허련부터 시작해 그의 5대손까지 이어지는 한국화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작품 전시관도 잘 되어 있고, 정원과 연못, 건물 등을 훌륭하게 관리하고 있어 정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넉넉해진다.

리조트로 돌아와 저녁은 간단하게 냉면과 국밥으로 해결했다. 리조트 바깥 식당에서 밥을 사 먹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 여의치 않았다.

해가 떨어지면 객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리조트에는 오락실도 있고, 술을 마실 곳도 있고, 카페도 있지만, 숙소에서 마음 편하게 보내는 시간이 가장 좋았다. 둘째 날은 팽목항의 '세월호 참사 기억관'과 '운림산방'을 다녀 온 것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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