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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그리고 한 인생 사흘 그리고 한 인생 피에르 르메트르 장편소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곧바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빠른 전개와 속도감 있는 문장, 심리 스릴러의 긴장이 팽팽하게 느껴진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주인공의 눈에 비치는 가족과 이웃의 모습이 재해석되고 있다. 작가는 시작하면서 독자를 향해 묵직하게 한방을 날린다. 겨우 열두 살인 주인공 앙투안이 여섯 살이던 옆집의 꼬마, 귀엽고 자기를 잘 따르던 착한 꼬마 레미를 살해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주인공이 아이를 살해한 것을 보면 싸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앙투안이 레미를 살해한 이유를 억지로 들어 변명하자면, 레미의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 윌리스는 앙투안을 매우 잘 따랐다. 앙투안이 혼자 숲속에서 .. 2022. 11. 28.
팟캐스트-업튼 싱클레어의 '정글' 팟캐스트-업튼 싱클레어의 '정글' www.podbbang.com/ch/12743?e=22121532 정글_업튼 싱클레어 1천만 사용자와 함께 즐기는 국내 최대 팟캐스트 방송 서비스 www.podbbang.com 팟캐스트 '오래된 책읽기'의 1회-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입니다. BBC 선정 세계 100대 명작에 들어간 훌륭한 사회소설입니다. 2022. 11. 28.
파친코 파친코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애플TV'에서 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겠다고 2018년에 발표했고, 지금 촬영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소설이 미국에서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판되었고,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소설이 미국의 주류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현상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인은 미국에서 소수민족이며, 그리 주목받지 못한 대상으로 100년을 살았다. 한국인의 미국 이민과 일본 거주는 20세기 초반의 비극적 역사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공통의 기원이 있다. 1910년, 일본의 강제병합 이후 조선인의 삶은 고통과 울분, 비통의 연속이었다. 비참한 삶에서 벗어나려던 조선인들은 가까운 일본으로 건너가거나 하와이, 쿠바, 멕시코의 .. 2022. 11. 28.
문밖의 사람들 문밖의 사람들 1988년 무렵에 나는 구로공단에 있는 영세한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삼미금속'이라는 회사였는데, 도금 공장이었다. 일당을 많이 벌려면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이 나았고, 군대 입대 전에는 3년 정도 배관공으로 일을 한 경력도 있어서 나는 공사현장이나 매형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노동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는 중동 건설 붐이 일고 있었고, 몇 년만 다녀오면 집을 한 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여서 인기가 높았다. 나는 그런 기회를 잡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는 바람에 중동에 가지 못했다. 구로공단의 영세한 공장에 들어가게 된 것은 내 밥벌이도 있었지만, 그때 함께 공부하던 선배들의 권유에 따른 것이다. 70년대 후반부터 알게 된 독서회는 번성했고, 내가 살던 지역에 새로운 독서회가.. 2022. 11. 28.
레드 로자 레드 로자 80년대, 사회과학 공부를 할 때는 로자 룩셈부르크를 몰랐다. 시간이 지나서 '레닌보다 뛰어난 이론가'였던 로자의 평전을 읽었다. 로자의 비범함은 물론이지만, 당시 유명한 사회주의자들의 비겁한 태도를 보면서, 유럽에서 혁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로자가 살던 시대는 '혁명의 시대'였다. 로자는 1871년, 폴란드의 도시 자모시치에서 태어났다. 이 도시는 폴라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국경 쪽으로 붙은 도시였고, 유대인들이 전체 주민의 약 30%를 차지할 만큼 많았다. 현재의 자모시치 구 시가지는 1992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자모시치 시는 폴란드의 귀족이었던 얀 자모이스키가 16세기에 세운 도시로, 서유럽과 북유럽을 연결하는 무역로에 세운 도시다... 2022. 11. 28.
악마의 일기 악마의 일기 - 박건웅 잠자기 전에 조금이라도 책을 읽고 자는 습관이 있는데, 어제는 막 도착한 이 책을 손에 들었다. 몇 페이지만 읽으려다 그만 다 읽고 말았다. 80년대 중반 그러니까 20대 중반에 선배들과 사회과학 공부를 할 때 정치, 경제, 철학, 역사를 집중해서 공부했는데, 한국근현대사도 그때 기본을 배웠다. 한국 역사-통사-를 처음 배울 때, '민중사'의 관점으로 배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지배자의 관점으로 쓴 역사이거나, 친일 역사의 관점으로 쓴 역사를 배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역사는 정치와 뗄 수 없으며, 정치는 경제와 뗄 수 없는 관련이 있다는 걸 바탕에 깔고 공부해야 한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1984년 동학혁명부터 1987년 노동자대투쟁까지-를 올바르게 공부한 사람이라면, 결코 일베.. 2022. 11. 28.
만화와 영화의 화학적 결합 만화와 영화의 화학적 결합 -이동은, 정이용의 《환절기》, 《당신의 부탁》 만화는 영화보다 훨씬 오래된 예술형식이다. 영화는 현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예술이지만, 만화는 원시시대부터 있었던 그림에서 나왔다. 현대만화의 시작은 19세기 초반이라고 하지만, 사람을 비롯해 모든 생물과 무생물을 과장, 축소, 비약, 간략화 한 이미지는 이미 그 자체로 만화적이다. 늦게 출현한 영화는 서사에서 만화와 소설에게 빚지고 있는데, 그건 필연적 결과이기도 하다. 서사의 역사가 짧기도 하고, 서사의 다양성, 양적 측면에서도 영화는 만화나 소설을 따라가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영화의 탄생 이후 수 많은 영화가 만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새롭게 해석되어 나왔으며, 이럴 경우 관객은 원작 만화(또는 소설)와 영화를 비교하거.. 2022. 11. 28.
아리랑 제목 : 아리랑 작가 : 박건웅 출판 : 동녘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 영웅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재능이 따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상은 시대에 조응하는 인간이며, 역사에 온몸을 내던지는 사람이어야 한다. 김산은 열다섯 살에 독립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집을 떠난다. 지금의 중학생 정도의 어린 소년이 조국의 운명을 스스로 짊어지고 혁명가가 된다. 소년이 일본경찰과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 신흥무관학교에 입학한 것은 그의 운명을 결정하는 계기가 된다. 조선공산당이 1921년에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김산의 행동은 자생적 공산주의자 1세대에 해당한다. 김산은 당시 독립운동가, 혁명가들이 판단하고 있던 것처럼, 중국공산당의 혁명과 함께 해야만 조선의 독립을 쟁취할 수 있다고 믿었.. 2022. 11. 28.
메즈 예게른 제목 : 메즈 예게른 작가 : 파울로 코시 출판 : 미메시스 오스만 투르크(터키)가 아르메니아인 약 150만 명을 학살한 사건은 의외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1915년에 일어난 이 학살은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한 사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세계사적 범죄였음에도 그동안 조직적으로 은폐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터키는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그런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터키가 '한국전쟁' 때 한국에 참전해서 함께 싸웠기 때문에, 우리의 우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터키는 아르메니아인을 무려 150만 명이나 학살한 이후, 어떠한 사과나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고.. 2022. 11. 28.
엉클어진 기억 제목 : 엉클어진 기억 작가 : 사라 레빗 출판 : 우리나비 가족 가운데 누군가 치매(알츠하이머)를 앓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많은 사람들은 부모가 치매를 앓아도 그 고통과 괴로움을 기록으로 남기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 점에서 사라 레빗은 조금 특별하다. 그는 그림과 글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래픽노블에서 작가가 자기와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건 흔하다. 작가는 개인적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지만, 그 경험은 재해석되고, 보편화한다. 작가는 엄마가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기록을 시작한다. 작가의 엄마는 불과 52세에 치매가 진행되는데, 모든 검사를 하고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보통 알츠하이머는 뇌 속에 이상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 2022. 11. 28.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제목 :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작가 : 김금숙 출판 : 서해문집 이 작품은 정철훈이 쓴 '소설 김알렉산드라'를 바탕으로 김금숙 작가가 창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성남문화재단'과 '성남시'에서 지원하는 웹툰 작업의 하나였으며, 한국의 독립운동가 시리즈를 '다음 웹툰'에 여러 작가가 연재하고 있다. 이 작품도 '다음 웹툰'에서 연재한 내용을 모두 볼 수 있다. 원작자인 정철훈은 1996년에 '김알렉산드라 평전(필담)'을 먼저 펴냈고, 이후 2009년 실천문학사에서 장편소설로도 발간했다. 러시아의 하바롭스크에서 김알렉산드라는 특별한 존재로 알려졌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하바롭스크 마르크스가 24번지에 있는 그의 기념비에 새겨진 내용은 아래와 같다. 1917~1918년 이 건물.. 2022. 11. 28.
괴물들 제목 : 괴물들 작가 : 박건웅 출판 : 보리 박건웅 작가의 신작이다. 그가 오랜 시간 그렸던 단편을 모았다. 한국의 그래픽노블 작가들은 외국의 작가들보다 일반적으로 사회성이 강한 작품을 창작하는 경향이 높다. 그건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데, 한국현대사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격동적이고, 드라마틱하며, 격렬한 과정을 겪었던 것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그래픽노블 작가들은 대개 70년대, 80년대에 태어나 민주주의를 학습할 기회가 있었으며,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부패, 권력자의 오만과 폭력을 눈으로 보며 자랐다. 여기에 대학시절의 학생운동, 사회에 나와 시민운동을 경험하면서 정치의식이 발달하고, 민주주의 학습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작가의 작품에 스며들었다. 작가의 경험은 작품세계에 직접 영향을 준다. 특.. 2022. 11. 28.
아버지가 목소리를 잃었을 때 제목 : 아버지가 목소리를 잃었을 때 작가 : 유디트 바니스텐달 출판 : 미메시스 가족이 겪는 아픔과 슬픔을 잔잔하면서도 감동 있게 그려낸 그래픽노블. 한 가족의 구성원이 아버지의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가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품이 시작하기 전에 가족 관계도를 보여준다. 이 관계도를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는, 이 가족이 어떻게 맺어졌는가를 독자가 미리 알기를 바라는 것이고,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작품에는 모두 다섯 명의 가족 구성원이 나오지만, 작품에서 자기의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은 네 명이다. 루이즈는 너무 어려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귀여운 아기로만 등장한다. 주인공 다비드는 1946년생으로, 여행서적 전문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 2022. 11. 28.
바늘땀 제목 : 바늘땀 작가 : 데이비드 스몰 출판 : 미메시스 작가의 자전적 성장 이야기. 여섯 살부터 고등학생이 되어 집을 나올 때까지의 시간에서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 소년과 가족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사는 여섯 살 아이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데이비드는 방사선과 의사인 아버지 에드와 전업주부 엄마 베티, 형 테드, 넷이 한 식구로 살아가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막내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난한 중산층 가족으로 보이지만, 소년의 눈에 보이는 부모의 모습은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엄마는 웃는 모습이 드물고, 한번 화가 나면 일주일, 한달씩 집안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곤 했다. 아버지는 병원에서 퇴근하면 지하실에 매달아 놓은 샌드백을 두드리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고, 형.. 2022. 11. 27.
세 개의 그림자 제목 : 세 개의 그림자 작가 : 시릴 페드로사 출판 : 미메시스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맞닥뜨렸으나, 그 운명을 거부해야 하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 작품은 형식적으로는 한 가족의 이야기지만, 신화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평화롭게 살아가는 가족-루이, 리즈, 조아킴-에게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명이 나타난다. 이들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그저 멀리서 가족을 지켜볼 뿐이다. 루이는 성실한 농부로 부지런히 농사 짓고 가족을 지키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 평범한 사람이다. 아내 리즈도 남편과 아이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집을 돌보고, 살림을 맡아 하는 살뜰한 여성이다. 좋은 부모를 둔 조아킴은 구김살 없이 나날이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을 보낸다. 평화로운 풍경, 아름다운 자연이 집을 둘러.. 2022. 11. 27.
포르투갈 제목 : 포르투갈 작가 : 시릴 페드로사 출판 : 미메시스 잘 만든 양장본에 두툼한 두께의 이 그래픽 노블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그림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하다. 그래픽 노블의 특징이자 장점인 그림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가 그래픽 노블을 선택하는 가장 큰 요소는 그림이다.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림이 수준 이하라면 보고 싶지 않다. 반대로 내용은 별로인데 그림이 훌륭하다면 그것은 보게 된다. 그렇다면, 그래픽 노블에서 최우선 요소는 역시 그림이다. 지은이는 월트디즈니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했고, 이후 만화가로 전업하면서 유명한 만화상을 받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책만 봐도 말할 필요 없이 최고의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은 모두 삼부작으로 구성되었고, 주인공 시몽 뮈샤는 작가의 분신처럼 보.. 2022. 11. 27.
중동, 만들어진 역사 제목 : 중동, 만들어진 역사 작가 : 장 피에르 필리유/디비드 베 출판 : 다른 한국(사람)은 미국과 유럽의 역사는 비교적 잘 알고 있지만, 중동,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의 역사는 잘 모르거나 배우려 하지 않는 지적(知的)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과 유럽이 강대국이고, 정치, 경제 분야에서도 세계의 흐름을 좌우하는 막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과도 정치, 경제에서 긴밀한 관련이 있기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에 정치,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한편으로 치우쳐 있으며,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미국의 시각'으로 편중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의 약 80%는 중동에서 오고 있다. 한국은 70년대 중동의 건설현장에 진출해 많은 기업과 노동자가 뜨거운 .. 2022. 11. 27.
홍이 이야기 제목 : 홍이 이야기 작가 : 박건웅 출판 : 새만화책 박건웅의 만화는 무겁다. 아니, 무거운 주제를 선택한다. 그 무게는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박건웅의 그림은 형식과 내용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그림이다. 마치 박수근의 그림을 보는 듯한, 무채색의 굵은 선은 언듯 판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의 그림이 모두 어두운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다루는 작품에서는 늘 무겁고, 어둡고, 무채색으로 낮게 가라앉았다. 그것은, 그가 천착하고 있는 주제들 - 제주 4.3 항쟁, 한국 전쟁, 이념적 인간형 등 - 이 모두 무겁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도 만화의 한 컷, 한 컷이 마치 작품처럼 완성도를 높였고, 짧지만 강렬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짧은 이야기로, 본문이 불과 36쪽에 불과하.. 2022. 11. 27.
경성을 쏘다 제목 : 경성을 쏘다 작가 : 박건웅 출판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은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진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였다. 올해는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정부에서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독립만세운동과 독립운동가의 삶을 널리 알렸다. 극히 일부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의 일대기를 교육하고, 강조하는 것을 지겨워한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일제강점기 시기에 일본놈들에게 억압, 차별, 수난, 모욕을 당한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 유대인을 보라. 그들은 아우슈비츠로 상징하는 대학살의 기억을 수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유대인은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영화, 소설, 만화 등 대중이 쉽게 .. 2022. 11. 27.
자꾸 생각나 제목 : 자꾸 생각나 작가 : 송아람 출판 : 미메시스 미메시스의 그래픽 노블. 만화책을 '그래픽 노블'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만화가 예전과는 다른 갈래가 나왔다는 것을 말한다. 만화는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며 창작물이지만, 그동안은 수준이 낮은 장르로 여겨왔다. 이것은 만화에만 국한한 것은 아니다. 소설도 흔히 삼류소설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준이 낮은 모든 창작물은 비주류로 묶여 천대받아왔다. 그러던 만화가 언젠가부터 '그래픽 노블'로 분류되면서 당당하게 고급한 예술작품으로 팔리고 있다. 같은 만화임에 분명하지만 소위 말하는 '대본소 만화'나 '공장 만화'가 아니라 '작가주의' 만화를 지향하기 때문이고, 그만큼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있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래픽 노블은 특히 유럽에서 창작이 활발하다.. 2022. 11. 27.
평등은 개뿔 제목 : 평등은 개뿔 작가 : 신혜원, 이은홍 출판 : 사계절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은, 이 '만화책'이 페미니즘 교과서로 채택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이 '만화책'으로 기초, 기본수업하고,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은 요즘 페미니즘 책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교재가 부족할 걱정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리뷰하기 위해서 책을 따로 인용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 책에 얼마나 공감하는가를 잘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작가 두 사람은 나와 같은 세대-몇 살 적다-를 살아온 사람이어서 내가 페미니즘을 배운 경로와 경험이 두 사람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봐도 좋겠다. 작가 부부는 결혼하기 전부터 이미 진보적 삶을 살고 있었고, 한국사회에서는 .. 2022. 11. 27.
와이 아트? 제목 : 와이 아트? 작가 : 엘리너 데이비스 출판 : 밝은세상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보여주는 그래픽노블이다. 제목부터 독자에게 질문한다. '왜 예술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도 아니고, '왜 예술인가?'라고 묻는데, 독자는 당연히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미셀 푸코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두고 작은 제목으로 작은 책 한 권 분량의 비평을 썼다.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는 파이프 그림 아래 필기체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써 있는데, 그림보다 이 글씨가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푸코도 그림으로의 '파이프'보다는 텍스트로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서 텍스트는 이미지 기호로 작동하는가.. 2022. 11. 27.
정신병동 이야기 정신병동 이야기 작가는 정신병동에서 간호조무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만화를 그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종류의 정신병이 비슷하지만 다 다르고, 복잡한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정신병'의 공통점은 모두 '뇌'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뇌에 관한 생물학, 유전학적 분석은 깊지 않지만, 상식으로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꽤 도움이 되겠다. 인간의 뇌는 수백만 년(약 700만년)에 걸쳐 느리게 진화하다 지금부터 약 20만년 전부터 급격하게 발달하기 시작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공생하던 시기에 인류는 서서히 수렵 채취에서 정착, 농경 단계로 진입하게 되는데, 육식의 비율이 높아지고, 불을 이용한 화식이 늘면서 인류의 육체는 커지고 뇌 발달도 빠.. 2022. 11. 27.
소년의 마음 소년의 마음 소복이의 그림과 글을 퍽 좋아하는 나는, 소복이가 그린 책을 찾아 읽는다. 이 그래픽노블을 보면서, 소년의 마음에 감정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면서 나도 소년처럼 울었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행복하지 않았던 시절, 부모의 불화 속에서 늘 우울하고 외롭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때로는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더 많이 혼자 철둑길의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이 난다. 어린이에게 집과 부모는 세계의 모든 것이고, 절대적이었는데, 그 세계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온 존재가 불행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복이는 이런 어린 소년의 마음을 잘 읽고 그려내고 있다. 소년은 슬프고, 외로운 시간을 견디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자신을 귀여워하고 사랑한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할머니를 그리.. 2022. 11. 27.
풀 - 김금숙 제목 : 풀 작가 : 김금숙 출판 : 보리 김금숙 작가 작품. 그래픽노블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렇게 과거의 기록을 남길 때다. 구술사의 경우,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구술자의 말을 글로 기록하게 되는데, 기록의 생생함을 글로만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글은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복원되지만, 독자의 상상은 독자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로 인해 제한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래픽노블처럼 글과 그림이 동시에 독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은 독자의 상상력을 확대하고, 고증의 완벽성이 관건이긴 하지만 독자의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글만 읽을 때의 어려움을 그림과 함께 보여줌으로써 가독성을 높이고, 내용의 이해를 도우며, 책읽기의 즐거움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픽노블을 단순히 만화라고만 생각하면 .. 2022. 11. 27.
아버지의 노래 아버지의 노래 김금숙 작가 작품.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가 태어난 1970년의 농촌 마을은 박정희 정권의 독재가 지배하던 시기였지만 전통적으로 조선의 농업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시골이다. 농촌 마을은 일본에 의한 식민지를 겪고, 곧 이어 전쟁까지 겪으면서 격렬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도 농업의 근간을 잃지 않은 뿌리깊은 전통을 유지하는 곳이다. 그런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작가는 농사를 하는 부모님과 아홉 형제의 막내로 자란다. 기본적으로 건강한 가족 사이에서 자란 것을 작가 스스로도 알고 있다. 하지만 농사를 짓던 부모가 농사를 포기하고 서울로 이주하기로 작정한 것은, 70년대의 커다란 흐름과 관계가 있다. 박정희 정권은 쿠데타 이후 경공업의 활성화와 수출 위주의 산업구조 개편을.. 2022. 11. 27.
홀리랜드 홀리랜드 코우지 모리의 데뷔작이자 출세작. 한국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열여덟 권으로 완간했다.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건 아니지만 개성이 있고, 일본 주류 만화와 다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 이 만화는 일본에서 히트작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은 걸로 안다. 이 만화를 그린 코우지 모리가 한동안 방황하면서 겪었던 사건을 바탕에 깔고 있어서 꽤 생생한 느낌이 드는 '거리의 싸움꾼' 만화다. 주인공은 카미시로 유우라는 고등학생이다. 그는 중학교 때 심하게 따돌림을 당하고, 학교에서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학교도 자주 가지 않고, 집에서도 가족과 대화하지 않으며 방안에서만 지내던 히키코모리였다. 그러던 그가 '아프지 않게 맞기 위해' 공부를 시작한 것이 복싱 교본을 보고 따라하기를 하면서였다. 그.. 2022. 11. 27.
자살도 자살도 '홀리랜드'의 작가 코우지 모리의 작품. 열일곱 권으로 완간. 한국에서는 '아일랜드'로 번역 출판. 전작인 '홀리랜드'도 주인공을 비롯해 등장인물과 배경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사회에서 일탈된 '비정상'의 인간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들 개개인이 비정상이라는 뜻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 발생하고, '홀리랜드'나 이 만화의 주인공들도 사회의 경쟁과 구조 속에서 발생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홀리랜드'에서는 주로 학교의 불량배들과 따돌림과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등장했다. 기존의 시스템에서 '불량배'들은 도태된 인간들을 말한다. 학교는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을 만드는 곳이고, 그곳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은 '불량품'이라고 낙인찍힌다. 즉, 청소년들 각.. 2022. 11. 27.
3그램 3그램 미메시스 그래픽 노블. 작가가 경험한 암 투병기를 그리고 있다. 20대 여성으로 난소암을 발견하고 투병 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말한다. 물론 정작 작가는 그 시기를 결코 담담하게 보낼 수는 없었겠지만, 지금은 완치되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으니 만화를 보는 독자는 안심하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 암투병과 관련해 감동적인 만화는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를 들 수 있다. 그에 비해 이 만화는 상대적으로 담담하고 편안하다. 작가가 자신의 암 투병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희망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암이라는 병은 여전히 비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이미지다. 주인공은 퍽 운이 좋아서 암이 3기였지만 전이가 안 된 상태로 수술을 할 수 있었고, 현대의학이 암을 불치병이 아닌, 난치병 수준으로 낮추는.. 2022. 11. 27.
스트리트 페인터 스트리트 페인터 [3그램]의 작가인 수신지 작가의 작품. 작가의 자전적 작품으로,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림체가 동글동글 귀엽다. [3그램]도 그렇고 이 만화도 표지만 봤을 때는 외국 작가의 작품인 줄 알았다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한국 작가라는 걸 알았다. 거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초상화나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 만화에도 그런 천태만상이 드러나지만, 사람은 많은 경우 상식적이고 좋은 사람들이지만 소수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말과 행동 때문에 사회는 흙탕물이 된다. 옛말처럼,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을 흐린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사람들은 대개 이기적이고, 자신의 안위를 가장 먼저 살핀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인간들이.. 202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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