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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 Serbian Film 세르비안 필름 [영화] A Serbian Film 세르비안 필름 절대 19금. 심약한 사람은 절대 보면 안 됨. 강력하게 경고함. 왕년의 포르노 배우 밀로스는 나이도 먹고, 일도 없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에게 옛날의 친구가 찾아와 제안을 한다. 큰 돈을 받을 수 있는 포르노 배우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밀로스는 더 이상 포르노 배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영화제작자를 찾아가 계약한다. 영화를 찍기는 하지만, 어떤 단서도, 시나리오도, 줄거리도 알려주지 않고, 점점 엽기적으로 변해가는 촬영 현장에서 밀로스는 반발하고, 영화 찍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더욱 자극적이고 스너프 필름을 찍는 영화제작자는 밀로스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 2018. 11. 20.
[영화] 뫼비우스 [영화] 뫼비우스 김기덕 감독 19번째 작품. '강력한 19금'. '세르비안 필름' 만큼은 안 되어도, 꽤 충격적인 영화다. 영화의 일부 장면에서도 충격을 받았지만,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와 그 의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서 충격을 받았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가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충격이다. 90분짜리 영화를 만들면서, 대사 한 마디 없이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럼에도 모든 상황이 완벽하게 이해되고,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보여지는 '현실'은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현실'과는 완전히 다르다. 김기덕 감독의 '현실'은 그 자체로 상징이며 은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극중에서 벌어지는 어떤 '행위'는, 그 행위를 .. 2018. 11. 20.
[영화] Martyrs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 [영화] Martyrs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 철저히 19금. 어른이라도 심장 약한 사람은 절대 보면 안 됨. 어지간한 사람도 이 영화는 추천하지 않음. 가능한 안 보는 게 좋다는 걸 강력하게 경고함. 어린 소녀 루시가 참담한 상태로 어떤 곳을 탈출한다. 온몸에는 상처투성이. 다행이 사람들이 발견해 목숨은 건지지만, 그에게는 강력한 트라우마가 남는다. 루시의 옆에는 친구 안나가 함께 있어 준다. 15년이 지나고, 단란한 한 가족의 집에 루시가 쳐들어가 일가족을 몰살한다. 안나는 루시를 돕지만, 루시가 정말 자신을 괴롭힌 사람을 찾았는지 의심한다. 루시는 자신을 믿지 못하는 안나 때문에 트라우마가 살아나고, 자신을 쫓아다니는 괴물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 괴물은 바로 자해. 안나는 루시가 죽고 나서 집안에서.. 2018. 11. 20.
[영화] 서울의 휴일 [영화] 서울의 휴일 1956년 개봉. 제목을 보면 3년 전 개봉한 '로마의 휴일'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오드리 헵번을 기억하게 만든 그 유명한 영화 '로마의 휴일'이 전후(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다) 이탈리아 로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지만 미국영화다. '서울의 휴일'은 '로마의 휴일'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남자 주인공이 기자라는 점이다. '로마의 휴일'에서 그레고리 펙은 미국기자로 등장한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불과 3년이 지난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인공 부부가 사는 집은 이제 새로 지은 깨끗한 2층 양옥집이다. 여주인공 희원은 산부인과 의사, 남주인공 재관은 조선일보 기자다. 신혼부부인 두 사람은 모처럼 휴일을 맞아 둘만의 시간을 갖기로 하.. 2018. 11. 15.
[영화] 어느 여대생의 고백 [영화] 어느 여대생의 고백 1958년. 신상옥 감독 작품. 최은희, 김승호, 황정순 등 최고 배우들이 나온다. 최은희는 외모가 상당히 도회적이다. 키도 크고 얼굴도 현대적 미인형이다. 전쟁이 끝나고 불과 5년이 지난 서울 거리를 볼 수 있는데, 문안(사대문)의 거리는 사람들이 많고, 자동차도 여러대 다닌다. 전쟁이 끝나고 복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사람들은 바쁘게 거리를 오간다. 이 시기에 거리에는 상이군인과 넝마주이, 구두닦이들이 많았는데, 국가는 이들을 보호하지 않았고, 부랑자, 불량인으로 취급했다. 주인공 소영은 법대를 다니는 학생인데, 집안이 어려워 더 이상 학업을 계속할 수 없어 취직을 하려한다. 하숙집에는 하숙비가 3개월치 밀렸고, 하숙집 주인남자는 소영에게 치근거리고, 취업면접을 보러 .. 2018. 11. 15.
[영화] 로맨스 그레이 [영화] 로맨스 그레이 1963년 개봉. 신상옥 감독 작품. 배우들이 굉장하다. 김승호, 최은희, 한은진, 신영균, 김희갑 등이 등장한다. 오래된 영화를 보는 이유는, 당대의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려는 생각에서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10년의 시간이 지난 서울은 여전히 황폐하다. 도심에 빌딩이 몇 채 보이긴 하지만 도로는 문안(사대문)의 중심가 일부일 뿐이고 차는 드물게 다닌다. 도로에 차선이나 횡단보도, 신호등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등장하는 교수의 집과 사장의 집은 퍽 고급해서, 그 시기의 부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볼 수 있다. 기혼 여성들의 다수는 여전히 한복을 입고 다니는데, 한복 위에 모피코트를 입는 모습을 보면, 부자들은 외래 문물-이래봐야 거의 미국의 문화겠지만-을 .. 2018. 11. 15.
[영화] 맨발의 청춘 [영화] 맨발의 청춘김기덕 감독 작품. 1964년 개봉. 누벨바그 느낌이 강한 영화로, 60년대 초반 청춘의 삶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결코 어울릴 수 없는 남녀는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하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지키며 세상을 버린다는 내용이다.신파와 순정 로맨스, 누벨바그의 영향을 받은 듯한 시대에 반항하는 인물의 등장, 극단적이고 비극적 결말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린다.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과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눈물이 난다.이 이야기를 좀 비틀어보면 어떨까. 깡패 두수는 전쟁 고아로 자랐다. 그는 어려서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늘 배고픔과 애정결핍으로 반항적인 소년이었다. 고아원 원장은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과 물품을 빼돌려 사욕을 채우고, 원생들은 늘 낡고 더러운 옷을 입고, 싸.. 2018. 11. 13.
[영화] 살인마 [영화] 살인마한국 호러영화의 초기 작품. 시나리오도 좋고, 영화의 만듦새도 뛰어나다. 1965년 발표작이니 당시로는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영화다. 그 시기 최고의 배우였던 도금봉, 이예춘, 남궁원, 이애란, 추석양 등이 출연했고, 특수효과까지 써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영화는 독일 표현주의의 영향을 받은 느낌으로, 영화의 초반부는 프리츠 랑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가 보인다. 삭막하고, 낯선 공간, 텅 비어 있는 공간에 긴 그림자가 드리우는 장면은 지금은 낯익은 표현이지만, 당시로는 꽤 진보적 표현방식이었다.시나리오와 연출도 세련됐다. 낯선 공간, 뜻밖의 인물, 죽은 아내의 초상화로 시작하는 발단은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아내의 초상화를 벽에 걸고부터 집에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 2018. 11. 13.
[영화] 루스에게 생긴 일 [영화] 루스에게 생긴 일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루스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의 일상은 단조롭지만 평화롭고, 혼자 살아가는 삶이 썩 나쁜 것도 아니다. 그녀는 마음도 여리고 착해서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못하고, 부당한 대접을 받아도 참고 넘기는 편이다. 루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악착같고, 사람들은 이기적이며 서로 깔아뭉개려고 용을 쓰는 이상하고 견디기 힘든 곳이다. 자기집 마당에 누군가 개똥을 버리고 가거나, 마트에서 새치기를 하거나, 물건을 떨어뜨리고 원래대로 줍지 않거나 하는 사소한 일(?)을 아무렇게나 저지르는 사람을 보면서 루스는 사람들의 무례하고 이기적인 태도에 질린다. 그런 어느날, 루스의 집에 도둑이 들어 그가 아끼던 노트북컴퓨터와 할머니가 주신 은식기세트를 훔쳐간다. 루스는 경찰에 신고.. 2018. 11. 12.
[영화] 휴일 [영화] 휴일 한국의 누벨바그 영화로 불릴만한 이만희 감독의 작품. 1950-6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한 누벨바그 경향은 기성 영화에 대한 비판적 사조로, 새로운 감독, 새로운 작품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 시기 대표적 감독으로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 에릴 로메르 등인데, 이들이 거의 1920년대에서 30년 초반에 출생한 30대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만희 감독도 매우 유사한 환경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한국이 놓여 있던 특수한 상황-1968년,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군국주의, 독재주도의 경제발전이 이제 막 시작되려하던 시기, 전쟁의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던 시기, 국민의 절대다수가 빈곤으로 고생하던 시기 등등-에서 가난한 여인의 하루를 그리고 있다. 두.. 2018. 11. 4.
[영화] 라디오 [영화] 라디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실제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 풋볼팀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소소한 삶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풋볼팀 감독 해럴드 존스는 지역에서 명망 있고 실력 있는 감독으로 인정받는 사람입니다. 백인이고요. 그의 팀도 꽤 열심히 하지만 실력은 주에서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되겠네요. 특별한 사건도 없고, 충격적인 사건은 더더욱 없는 심심한 영화일 수 있지만, 잔잔하면서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라는데 동의합니다. 이 마을에 한 흑인 청년이 혼자 거리를 돌아다닙니다. 괴롭히는 사람도 없지만, 그를 살뜰하게 챙기는 사람도 없죠. 그 아이는 누군가와 말을 한 적도 없는 것처럼, 마치 벙어리처럼 하루를 보냅니다. 엄마는 .. 2018. 11. 2.
[영화] 굿 메리지 안녕하세요. 두번째 글쓰기 방송입니다. 어제 테스트로 글쓰기를 했는데, 화면이 너무 커서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글씨가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아무래도 글쓰기는 생방송으로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수단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데스크탑 모니터에서는 잘 보입니다. 스트리밍의 약 80% 이상이 스마트폰으로 본다는 통계가 있는데, 그분들 절대 다수에게 보이지 않는다니, 퍽 안타깝습니다만, 나중에 제 블로그에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화 리뷰를 쓰겠습니다. [영화] 굿 메리지 넷플릭스에서 보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로, 이 영화의 원작과 시나리오를 스티븐 킹이 했습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국내 번역된 작품은 거의 다 찾아 읽은 저로서는 이 영화의 원작을 읽은 기억이 없더군요. 이 영화가 소설 원.. 2018. 10. 30.
[영화] 프라이즈 위너 안녕하세요. 온라인으로 실시간 글을 쓰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창작 단편소설, 영화 리뷰, 책 읽고 리뷰하기, 짧은 에세이를 쓰는 정도의 글쓰기를 미리 준비하지 않고, 곧바로 실시간으로 해볼 계획입니다.멘트는 들어가지 않고, 배경음악만으로 대신합니다. 그럼, 오늘은 처음 시작하는 날이니 간단하게 영화 리뷰를 쓰겠습니다.여기서 쓴 리뷰는 제 블로그에 올리게 됩니다. 여기서 읽기 불편한 분은 나중에 완성된 원고를 블로그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 프라이즈 위너넷플릭스에서 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감독은 제인 앤더슨, 주연 줄리안 무어, 우디 해럴슨. 두 배우의 연기가 훌륭하다.영화는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디파이언스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에버린은 .. 2018. 10. 30.
[영화] 써스펙트 [영화] 써스펙트 원제는 The Pledge. 제목의 의미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알 수 있다. 숀 펜 감독의 영화는 긴 여운을 남기는 특징이 있다. 그가 연출에서 주목하는 것은 영화의 줄거리나 이야기의 구성, 스릴러 같은 미장센 보다는-물론 그것도 잘 하지만-사람의 심리 특히 주인공의 심리를 깊게 들여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제리 역으로 잭 니콜슨을 선택한 것은 탁월하다. 다 늙어서 한물 간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잭 니콜슨은 그러나 그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사람'에서 보여준 놀라운 연기만큼은 아니어도 젊었을 때의 감각과는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영화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퇴직을 6시간 남겨둔 형사 제리는 자신의 은퇴 축하파티가 열리는 시간에 어린이가 살해당했다.. 2018. 10. 29.
수준 낮은 인간들이 있다 수준 낮은 인간들이 있다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을 설명할 때, 과학에서는 '차원'을 말한다. 1차원은 점, 2차원은 선, 3차원은 면, 4차원은 3차원에 시간을 더한 것이다. 인간은 분명 4차원을 살아가고 있지만, 4차원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3차원을 이해한다. 아주 어린아이도 3차원의 삶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즉 바닥을 걷고, 벽을 구분하며, 공간을 입체로 인지하는 능력이 있다. 이런 능력은 태어나서 배운 것이 아니라, 이미 유전자로 물려받은 공감각 능력이고 본능으로 알고 있다.반면, 작은 곤충을 보면 3차원 공간에 살고 있지만 인간이 보기에 매우 단순하고 의미 없는 행동을 할 뿐이다. 곤충류는 사람이 얼마든지 쉽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움직임이 뻔히 .. 2018. 10. 28.
옥상 방수공사를 하다 옥상 방수공사를 하다길고 험난했던 옥상 방수공사를 끝냈다. 아직 폐기물 처리가 남아 있으니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옥상 방수공사는 마무리를 했으니 그 과정을 좀 자세히 써서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의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70%가 아파트다. 한국에서 주거형태로 아파트는 절대 위치에 있으며,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옥상방수'에 관해 전혀 알 이유나 필요가 없다. 그러니 이 글은 30%의 소수와 그 가운데서도 나처럼 시골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사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극히 제한적인 정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수백만 명이 옥상방수 문제로 고민하고 있고, 단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옥상방수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알아두면 좋은 정보가 이 글.. 2018. 10. 27.
이재명은 개혁의 리트머스 시험지 이재명은 개혁의 리트머스 시험지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러 방향에서 날아오는 날카로운 화살을 막아내고 있다. '점'으로 대표되는 점부선, 점지영, 점용석 등의 합동 공격으로, 이것은 점부선이 '나는 이재명과 불륜을 저질렀다'고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떠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보통의 사람은 자신이 불륜을 저질렀다면, 그것을 숨기려고 노력한다. 자발적이고 의도적으로 자기의 불륜 사실을 드러내지 않을 뿐 아니라, 적극 숨기려고 할 것이다. 그런 사실을 드러내서 자기에게 특별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그렇다면 점부선은 자신이 이재명과 불륜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것이 현재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간통죄가 사라졌으므로 간통으로 인한 형사처벌은 불가능하지만, 현직 경기도지사.. 2018. 10. 17.
비루한 인간 비루한 인간점심을 먹고, 문호리에 있는 단골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 각자 자기가 알고 있는 기이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평소 내가 생각했던 인간 유형이 떠올랐고, 그건 지금 사회에서 하나의 전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 정리했다.한 인간이 있다. 50대 초반의 남성이다. 실업률이 높고 비정규직, 임시직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중견 기업의 정규직 사원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연봉은 1억원 정도로 높은 편이고,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가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서 어느 지방도시에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상위 5%이내에 들어갈 만큼 꽤 부유한 사람이라고 인정할만하다. 여기에, 좋은 대학을 나왔고, 외모도 멀쩡해서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다고.. 2018. 10. 13.
꽁뜨-꼰대의 최후 꽁뜨-꼰대의 최후출근시간이 지난 2호선 전철에는 서 있는 사람이 드물고,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보고 있었고, 젊은 사람들은 이어폰을 연결해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했다. 덜컹거리는 전철의 흔들림과 정차하고 출발하는 전철역에서의 안내방송이 규칙적으로 들릴 뿐, 전철 안은 조용했다. 전철이 사당역에 멈추고,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리고, 사람들이 전철에 올라타고, 문이 닫히고, 다시 전철이 움직였다. 조용한 공기가 찢어지듯 파열한 것은 전철이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나이도 어린 게 어른을 보면 일어나야지!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눈길이 한꺼번에 쏠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서 있는 남자였고, 나이는 60대로 보였다. 그는 등산복 바지와 조끼를 입었고, 손에 작은 태극기를 .. 2018. 10. 9.
[영화] 암수살인 [영화] 암수살인 태풍이 지나가면서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미친듯이 허공을 할퀴는 오전, 여전히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2층의 방수 상태를 보면서, 아내와 둘이 하남 별마당으로 갔다. 비바람이 거센 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다. 모두들 집안에서 태풍이 지나가길 숨죽이며 기다리는 듯 했다. 토요일 오전이면 도시에서 내려오는 차들로 길이 막히곤 했는데, 오늘은 예외였다. 하남 별마당 주차장도 마찬가지였다. 주차장이 한산했다. 덕분에 우리는 느긋하게 좋은 자리에 차를 세우고, 팝콘과 콜라를 산 다음, 극장 앞 테이블에 앉아 팝콘을 먹고, 콜라를 마시며 우리집의 관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에 옥상 방수를 하면서, 태양광 패널을 해체해야 하는데, 뜯는 김에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정집 전기.. 2018. 10. 6.
무제 무제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내 성격을 두고 아내가 걱정 담긴 얼굴을 할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런 나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한다. 거절하지 못하는 대상은 주로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다. 즉,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관계에서 나는 주로 상대방에게 실망 시키지 않으려는 마음이 본능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런 나의 심리적 태도는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과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챌 수 있다. 그런 태도는 자존감이 낮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고, 나는 원인을 찾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어려서 우리집에는 세 마리의 소가 살고 있었다. 1913년의 아버지, 1925년의 어머니, 1961년의 나까지 모두 세 명이었다. 실향민 아버지는 전처와 성장한.. 2018. 9. 19.
프레임을 주도하라 프레임을 주도하라우리의 일상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는 주로 정치 쪽이다. 사람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정치가들의 말에 대해 비판, 비난하면서도 정치가 우리의 삶을 규정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직간접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특히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대의정치가 이제는 거의 직접정치로 진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온라인으로 정책을 곧바로 발표하고, 공무원과 회의하는 것도 생중계로 내보낸다. 이것은 경기도민에 대한 직접정치에 다름아니다.미국대통령 트럼프도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정책을 발표한다. 이제는 정치가 소수의 정치가들이 주무르는 전유물이 아님은 분명하다. 물론 시민이 국회의원처럼 입법을 할 수는 없으니 한계는 있지만, 적어도 온라인에서 특.. 2018. 9. 7.
우아함은 부르주아의 전유물인가 우아함은 부르주아의 전유물인가이 문장이 뜬금없이 머리에서 떠올랐다. '우아하다'와 '부르주아'가 동시에 떠올랐다는 건, 내 잠재의식 속에 부르주아의 세계는 우아하다고 입력되었기 때문이다. 부르주아는 봉건사회를 뒤엎고 자본주의 사회를 열어재낀 시대의 선구자였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주인이자 지배계급이다. 부르주아 내부에 자본가가 있으며, 자본가는 필연적으로 부르주아에 속한다.봉건 왕조를 폐기할 때의 부르주아는 진보적 집단이었으나, 자신이 사회의 주인, 지배계급으로 등극한 이후로는 급격히 보수화되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되었다.부르주아의 '우아함'은 경제적 풍요로움에서 나온다. 부르주아가 지배하는 경제는 노동자를 착취해서 잉여 생산물을 이윤으로 만드는 구조적 기술에서 나온다. 즉, 부르.. 2018. 9. 7.
[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영화]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스포일러 있음다시 봤다. 다시 보니 감동이 더 크다. '과학하고 앉아 있네'에서 예전에 했던 이 영화의 해설을 듣고 나서, 천체물리학에 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하고 영화를 보니, 시공간에 관한 장면들이 훨씬 설득력 있었다. 지구 환경이 변하면서 인류가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게 된다는 배경이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주인공이 우주로 떠나게 되는 것도 인류가 새롭게 정착할 행성을 찾기 위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시간 여행-정확히는 중력 작용에 의한 시공간의 비틀림-을 통해 과거의 지구 시공간으로 돌아가 모르스 부호로 딸과 통신을 한다는 내용이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감동 있게 그려지고 있다.영화에서 천문학, 물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만든 공간이 아름답게 펼쳐.. 2018. 8. 31.
[영화] 공작 [영화] 공작 잘 만든 영화. 재미있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고, 실제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데, 이 시기를 살아온 우리는 정작 이 이야기를 처음 보고 듣는다. 총풍 사건은 나중에 알려졌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박채서가 군인 신분으로 대북 공작을 벌이다 안기부에 사업 전체가 이관되면서 안기부와 함께 대북 공작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그의 증언으로 드러난 것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흥미진진하다. 보통의 첩보 스릴러 영화라면 액션도 있고, 총도 쏘겠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로만 진행되고, 그 대화가 관객의 몸을 떨리게 할 만큼 긴박하고, 스릴 넘치며 감동을 준다. 북한의 핵 개발 진행 상황을 캐내려는 안기부의 공작은 상당히 성공하지만, 그 정보가 당시 대통령이던 김영삼에게 보고되지는 않았.. 2018. 8. 15.
[영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영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넷플릭스.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소설을 읽지 않고 봐도 재미있고, 소설을 읽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소설은 서간체 형식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소재가 '북클럽'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롭게 다가올 내용이다. 소설과 영화는 다르다. 소설과 영화의 재미가 서로 다른 것도 좋은 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영국. 전쟁 중에 신문에 에세이를 써서 이름을 얻은 줄리엣은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다. 그때 우연히 자신의 책을 읽은 독자에게 편지를 받는다. 보낸 사람은 건지섬에 사는 독자였고, 그 편지가 인연이 되어 줄리엣은 건지섬에서 활동하고 있는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대해 알게 된다. 건지섬은 영국보다 프랑스에서 더 .. 2018. 8. 15.
[영화] 제인 도 [영화] 제인 도 '제인 도'는 보통명사로,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성'을 뜻한다. 이 영화는 분명 공포영화지만, 보고 나면 그다지 무섭지 않을 뿐 아니라 조금 슬퍼진다. 어느 범죄 현장-주택의 마당-에서 범죄와 직접 관련은 없어보이는 사체를 발견한 경찰은 검시관에게 부검을 의뢰한다. 검시관은 아들과 함께 신원을 알 수 없는 젊은 여성의 시신을 부검한다. 시신의 특징은 외관으로는 아무런 상처가 보이지 않고, 땅속에 묻혔지만 피부는 깨끗하고 부패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눈동자는 회색으로 변했고, 손목과 발목은 부러졌다. 입을 열어보니 혀가 잘렸고, 목구멍에서는 실이 발견되었다. 시신의 몸을 갈라 위장을 검사하니 흰독말풀이 발견되었고, 여성의 어금니를 싼 천조각이 들어 있었는데, 그 천조각에는 글씨와 숫자.. 2018. 7. 29.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줄거리가 중요하지는 않다. 이야기의 당위와 기승전결, 반전 등은 드라마의 기본 요소이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절대 조건은 아니라고 본다. 벌써 여섯 편을 만들어 오면서, 제작비가 무려 1억3천만 달러짜리 영화라면, 갖춰야 할 것들은 이미 다 갖췄다고 보면 되겠다. 이번 영화도 톰 크루즈의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는, 눈이 호강하는 액션 장면들이 꽤 많았다. 자동차와 오토바이 추격 장면, 헬리콥터 장면, 파리와 런던의 도시 풍경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돈을 들인만큼 액션 장면들은 밀도가 있고, 표현의 수준이 높았다. 전편에서 이어지는 드라마의 내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CIA와 IMF의 내부 갈등을 증폭하고, 무정부주의자 그룹과 플루토늄의 행방을 쫓.. 2018. 7. 29.
화성 뜨겁고 후텁지근하고, 후끈거리는 낮시간이 지나고, 이글거리는 태양을 피해, 마치 고양이를 피해 쥐구멍으로 달아나는 생쥐처럼, 날카롭게 박히는 햇살을 피해 집안에서도 그늘진 곳을 골라 낮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조금 쉴 수 있었다. 달궈진 공기는 숨을 쉴 때마다 폐를 녹일 듯 후끈거렸고, 한증막에 들어앉은 듯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하루에도 몇번씩 화장실에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해야 겨우 뜨거운 하루를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찬물을 머리부터 쏟아붓는 샤워기 아래에서, 이렇게라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밤이 깊어지면서 열기가 식고,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도시에서는 밤이 깊어도 열기가 계속 뿜어져 나와 열대야로 이어지겠지만, 다행히 내가 사는 시골 마을은.. 2018. 7. 28.
마인드 헌터 마인드 헌터 넷플릭스 영화. 마인드 헌터. 이 미니시리즈는 데이빗 핀처 감독과 배우 샤를리즈 테론이 공동 제작한 영화인데, 샤를리즈 테론이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몬스터'를 준비하면서 연쇄살인범에 관한 책들을 찾아보다 이 드라마의 원작이 되는 책을 발견하고는 데이빗 핀처 감독에게 제작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한 영화 '몬스터'도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살인범을 다루고 있는 내용인데, 그 여성은 실존 인물이고, 지금도 감옥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다.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온 여성은 거리에서 성매매를 하다 만난 남자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샤를리즈 테론은 거의 완벽하게 실존여성의 외모와 똑같이 분장하고-매우 못생겼다-불행한 한 인간으로서의 분노를 폭발하는 역.. 2018.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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