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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주체적인가 성의 상품화인가 여성의 몸-주체적인가 성의 상품화인가 결론을 내리고 쓰는 글이 아니라 애매할 수도 있겠지만, 이 주제는 나의 개인적인 과제이기도 하고, 많은 남성들이 겪는 애매함에 대한 일종의 '질문'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먼저,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현상을 몇 가지 살펴보자. 여성 아이돌들의 의상은 거의 벌거벗은 상태다. 그들의 노출은 자발적인가? 아니라면 그런 노출에 대한 여성 아이돌의 생각은 어떨까? 가수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 동영상을 보면 노출이 심하다. 비욘세의 노출은 자발적인가? 아니라면 비욘세의 생각은 어떨까? 심하게 노출이 된 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여성 가수들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생각은 어떨까? 어린 여성 아이돌이든, 비욘세 같은 세계적인 가수든 바라보는 여성들은 노출에 대한 시선이 .. 2020. 2. 7.
그레이스의 몰락 그레이스의 몰락-폴 프롬 그레이스 이혼하고 혼자 사는 중년여성 그레이스는 이웃에 사는 친구 세라의 추천으로 사진전시회에 갔다가 사진작가인 한 남자(새년)를 만난다. 연하의 남자는 마치 천사처럼 다가와 그레이스의 마음을 녹이고 둘은 곧 결혼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레이스는 회사에서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해고되고, 집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담보대출로 거액이 빠져나갔다. 충격을 받은 그레이스는 범인이 누구인지 찾았고, 바로 얼마전 결혼한 남편의 짓임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던 새넌도 그레이스가 사진 증거를 들이대자 자기가 한 짓임을 인정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새넌은 외롭고 돈 있는 여자를 유혹해 재산을 빼돌리는 꽃뱀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새넌은 다른 여자를 데리고.. 2020. 1. 30.
더 라이트하우스 더 라이트하우스 영화를 보고 선뜻 글을 쓰지 못한 건, 이 영화가 보여 준 흑백의 강렬한 이미지와 인물의 격렬한 감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광기에 휩싸인 두 사람의 행동은 파멸을 예고하지만, 그들이 이 등대만 있는 외딴 섬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곱씹어봤다. 1881년 7월, 육지에서 떨어져 있는 작은 섬에 홀로 선 등대를 관리하는 두 명의 관리인이 들어오고, 4주 동안 등대를 관리했던 두 사람이 배를 타고 나간다. 등대 관리는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뤄 4주 동안 하는데, 등대관리인 토머스 웨이크와 처음으로 등대 관리 일을 하는 엘프라임 윈슬로는 이 등대로 들어오면서 처음 만났다. 영화는 두 개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나간다. 등대를 관리하기 위해 잡다한 노동을 하는 엘프라임의 상황과, 등대의 전등을.. 2020. 1. 30.
남산의 부장들-치졸한 권력자의 종말 남산의 부장들-치졸한 권력자의 종말 박정희를 암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을 중심으로 긴박했던 1979년 10월 26일까지의 약 40일간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건은 이미 널리 알려졌고, 한국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므로 지금도 가끔 이 사건은 언급되고 있다.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으로 이 사건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영화로 만나는 역사의 순간은 살아 있는 인물의 개성과 물성,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갈등을 감정적으로 느끼는데 의미가 있다. 영화 속 인물과 실제 인물은 분명 다르지만, 이들이 속한 집단-군사독재 권력-의 속성을 이루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큰틀에서는 영화 속 인물들의 행동이 개연성 있다고 본다. 박정희 암살 사건의 단초가 되는 사건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김형규 이전의 중앙정보부.. 2020. 1. 26.
블랙 매스 블랙 매스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혹하고 드라마틱하다. 영화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고, 원작 다큐멘터리는 딕 레어와 제럴드 오닐이 썼다. 1975년부터 약 10년 사이에 발생했던 사건이 중심이지만, 주범인 화이트 벌저가 잡힐 때까지는 2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남부 보스턴의 지역 깡패에 불과했던 화이트 벌저는 1970년대 중반부터 마피아 조직처럼 커지면서 범죄로 돈을 쓸어모은다. 이 시기에 벌저의 형은 상원의원이었고, 같은 동네에서 자란 동생뻘 되는 존 코널리는 FBI가 되어 나타난다. 거래는 존 코널리가 먼저 제안하는데, 이웃 지역의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을 깨기 위해 벌저에게 정보원이 되어 달라고 말한다. 벌저 역시 경쟁 조직을 없애고, 지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존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 2020. 1. 18.
누가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는가 누가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는가 문재인대통령은 지지하지만 민주당은 제한적으로 지지한다.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싶지만 한국에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없어서 역시 제한적으로 정의당을 지지한다. 정의당에서도 심상정 대표는 지지하지 않지만, 지역에 있는 정의당은 지지한다. 이런 전제로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는 것들의 정체를 들여다보면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자유당과 그 지지자. 이들을 보면, '다르다'가 아니라 '틀리다'가 어떤 뜻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자유당과 그 지지자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학살자를 지지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앞선 권력자의 범죄행위를 어떻게든 합리화하려 한다. 시대가 그랬기에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그래도 경제발전은 하지 않았냐'고 말한다. .. 2020. 1. 15.
미드웨이 미드웨이 전쟁(전투) 영화는 하나의 장르다. 역사적 사실에 기인했든, 창작으로 만들었든 전쟁(전투)은 사람(특히 남성)의 심장을 뛰게 한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고, 전쟁은 참혹한 학살과 반인륜범죄의 현장이기도 하다. 전쟁은 인류의 진화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인류의 진화 초기부터 서로를 죽이고, 노예로 부리고, 재산을 약탈했다. 씨족 단위에서 부족으로, 도시국가에서 민족 단위로 전쟁의 규모는 커졌고, 현대 전쟁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의 참상을 누구나 알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약 5년간 지속되었고, 900만 명 이상의 군인이 죽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약 7년간 지속되었고, 군인 사망자가 2,500만 명, 민간인이 약 3,000만 명이 죽은 대학살 전쟁이었다... 2020. 1. 9.
찰리 윌슨의 전쟁 찰리 윌슨의 전쟁 내용은 기대하지 않고, 멋진 배우들이 나와서 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좋은 영화다. 실제 있었던 사건이고, 실존 인물들도 생존한다. 원작은 미국 종군기자인 조지 크릴이 쓴 책이다. 이 영화의 장점은 미국 의회에서 기밀로 분류되는 정부 예산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돈'을 중심으로 놓고 따라가면 흥미롭다. 하원의원 찰리 윌슨(탐 행크스) 텍사스주가 지역구인 연방 하원의원이다. 그는 마약도 하고, 스트리퍼와 나체로 목욕도 하는 등 사생활이 지저분하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수완이 좋아서 지역구에서 인기 있는 의원이다. 그의 의원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젊은 여성들이고, 최측근 보좌관도 젊고 예쁜 여성(에이미 아담스)이다. 찰리는 속물이고 특.. 2020. 1. 7.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이건 그냥 게임일 뿐이야.' 아버지와 딸은 먼 길을 돌고 돌아 그렇게 만났다. 가장 훌륭한 타자라도 열 개의 투구에서 겨우 세 개를 맞힐 뿐이다. 우리는 평생을 살면서 실수와 실패를 한다. 지나간 시간은 후회해도 돌아오지 않고, 슬픔과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저마다 마음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감춘 채. 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은퇴를 3개월 남긴 프로야구 스카우터로, 재계약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지막 1지명 선수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가까운 곳에 사는 딸 미키(에이미 아담스)는 큰 로펌에서 일하는 실력 있는 변호사다. 거스는 자신이 늙었고, 곧 은퇴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뒷방 늙은이로 포치에 나와 앉아 맥주나 마시며 평생을 보내게 될 거라는 불안.. 2020. 1. 5.
미스 베네수엘라 미스 베네수엘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세계 미인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많은 미인들 가운데 국적이 베네수엘라인 경우가 여럿 있었다. 기록을 보면, 미스 유니버스, 미스 월드, 미스 인터내셔널 같은 국제 대회에서 1950년 이후 가장 많은 1위는 베네수엘라 국적의 여성이었으며, 이들은 미스 유니버스에서 6회, 미스 월드 5회, 미스 인터내셔널 5회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특이하게 1위가 많다. 베네수엘라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미인대회가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지만, 오늘날 베네수엘라 뿐 아니라 모든 '미인대회'는 반여성적이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도구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베네수엘라에는 여전히 미인대회와 관련한 경제시장이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유치원의 어린 여자아이부터 성인 여성까지 온.. 2019. 12. 31.
두 교황 두 교황 넷플릭스 오리지널. 현재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기까지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큰 줄기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알고 있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사이에 있었던 내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영화는 두 교황과 가톨릭 교회를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의 외피-종교-를 벗기면, 훨씬 멋진 이야기가 드러난다. 어느 집단이든 존경하는 어른은 존재한다. 우리는 존경할 만한 어른을 모시며 사는 사회인가 돌아보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안팎으로 들끓는 가톨릭에 대한 비난에 맞닥뜨렸고, 내부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던 상황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가톨릭 내부에서는 신부들에 의한 성추문이 고발되고 있었고, 가톨릭이 세계의 독재자와 보수 정부를 지.. 2019. 12. 22.
아이리시맨, 미국현대사의 한 장면 아이리시맨 마틴 스콜세즈 감독의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니 놀랍다. 그것도 스콜세지 감독의 페르소나인 로버트 드 니로와 조 페시는 물론 알 파치노까지 등장하는 역대 최고의 작품을 극장 개봉과 거의 동시에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영화산업의 공식을 깨뜨렸고,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배우들의 얼굴 모습을 분장이 아닌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통해 바꿨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배우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배우가 직접 분장을 하거나 대역 배우를 써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 영화 '대부' 1편에서 비토 콜리오네 역을 맡은 배우는 말론 브란도였지만, 2편에서 젊었을 때의 비토 콜리오네로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혀 다.. 2019. 12. 1.
강원도, 알찬 겨울여행 겨울이 깊어지기 전, '오적회(다섯 명의 적)에서 겨울 여행을 떠났다. 작년(2018)에 처음 시작한 '오적회' 여행은 2박 3일로, 변산, 전주, 목포를 다녀왔다. 그때도 변산에 있는 리조트를 예약해서 이틀을 묵으면서 자동차로 전주와 목포를 오갔는데, 다들 좋았다는 의견이었다. 올해도 여행 준비를 하면서, 지역은 강원도로 하고 양양에 있는 리조트를 예약했다. 양양을 중심으로 아래와 위쪽으로 하루씩 다녀보기로 대충 의논만 하고, 모든 일정은 즉흥 결정하기로 했다. 이 전략은 매우 훌륭하게 적중했고, 이번 여행은 우리 일행 모두 만족스럽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일부러 계획해도 어려울 정도의 멋진 일정이었다. 첫째 날. '오적회'는 옆집에 사는 이웃이고, 나이가 50대, 60대, 70대인 남성들이다. 각자 .. 2019. 11. 29.
송가인, 트로트의 부활과 스타 탄생 송가인, 트로트의 부활과 스타 탄생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었다. 수많은 경선 프로그램이 있고, 우승자도 많지만, '내일은 미스 트롯' 우승자 송가인의 탄생은 남다르고 특별하다. 기존의 경연 프로그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미스 트롯'은 한국가요에서도 이제 변방으로 밀려난 '트로트' 장르를 부르는 여성 가수를 뽑는 프로그램이어서 딱히 도드라지는 내용은 아니었다. 고등부, 대학부, 마미부, 걸그룹부, 현역부A, B, C그룹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여성 트로트 가수들이 경연을 통해 최종 결승까지 진출하는데, 첫 방송 시청률은 5.9%였다. 종편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으로는 높은 편이었고, 이후 시청률이 빠르게 상승했다. 모두 10회 경연 방송에서 결승전은 16.6%로 종편 최고였으며, 공중파에서도 보기 어려울.. 2019. 11. 25.
주택문제와 결혼, 출산을 생각하며 주택문제와 결혼, 출산을 생각하며 한국은 신자유주의 폭탄을 맞은 자본주의 국가다. 그 전에는 국가주도 경제성장 즉, 군부독재에 의한 일방적 경제정책으로 수출 위주의 정책을 설정했고, 그 기저에는 한국이 분단국가이자 미국의 주변국가로, 제국주의의 경제부문에 기여하는 제3세계 국가의 하나였으며, 저임금 노동력으로 원자재 수출, 제품임가공, 조립 같은 단순노동으로 시작해 점자 경공업, 중공업으로 이행하는 경제 단계를 거쳐왔다. 이 과정에서 자본은 군부독재권력과 결탁해 특혜를 받으며 성장했다. 자본은 금융과 노동 양쪽에서 엄청난 특혜를 받았으며, 반대로 노동자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으로 착취당했다. 물적 토대가 취약했던 한국의 경제는 노동자를 착취해 경제를 일으켰으나, 그 열매는 오로지 자본과 권력이 가져갔고,.. 2019. 11. 19.
블랙머니 블랙머니 한국의 금융범죄를 다룬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으며, 영화의 재미를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설정했다. 초반 두 명의 핵심관계자가 타살되고, 담당 검사가 피의자 성추행범으로 지목되며, 펀드투자사의 자문변호사가 한국여성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모두 극적 장치를 위해 설정했으며, 본질은 영화의 마지막에 검사 양민혁의 고발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론스타 펀드 대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투자분쟁'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요약하면, 론스타 펀드는 이미 70조 가치의 외환은행을 2조에 매입해 순이익 5조원 이상을 남기고 팔았다. 론스타 펀드는 외환은행 말고도 부실채권 매입, 동양증권 빌딩, SNC사옥, 스타타워, 극동건설 등을 헐값에 매입해서 되팔아 5천억 이.. 2019. 11. 18.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멋진 영화'.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기려면, 터미네이터 1, 2편을 마치 금방 본 것처럼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터미네이터는 1984년 처음 개봉되었고, 영화사상 가장 뛰어난 영화에 속하는 '터미네이터2'는 1991년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들었다. 이후 영화저작권이 팔리면서 제목만 같은 시리즈가 나오는데, 전부 쓰레기같은 영화들이다. 터미네이터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2009),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가 그 시리즈인데, 이 영화들은 이름만 같을 뿐, 같은 영화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에 나온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가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의 뒤를 잇는 진짜 속편이고, 영화는 매우 훌륭하다. 영.. 2019. 11. 2.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칠레에 살고 있는 두 청년이 오토바이 한 대를 타고 남미 여행을 떠난다. 의학을 전공한 두 청년은 넓은 세상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고민한다. 두 사람은 무려 2만5천km를 여행하면서 중간에 오토바이도 망가져 집으로 돌려보내고, 걸어서 여행을 한다. 폭설이 쏟아지는 산을 넘고, 사막을 건너며, 가난한 삶을 사는 남미의 민중을 보고, 쫓기는 공산주의자 부부도 만난다. 1950년대 남미는 가난하고, 착취는 극심했으며, 공산주의자들은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중산층의 부모를 두고,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할 정도라면 두 청년은 큰 어려움 없이 살았을 것이고, 그들이 20여년을 살면서 보고 느낀 것은 그들의 세계에서 그리 넓지 않았으리라.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는 생각.. 2019. 11. 2.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이 영화는 유쾌하다. 흑인이 가진 흥과 유쾌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분출하는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 흑인 코미디언, 가수, 영화배우, 영화제작자로 활동한 루디 레이 무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루디 레이 무어의 본명은 루돌프 프랭크 무어. 루디는 1927년 아칸소주 포르스미스에서 태어났고, 2008년 오하이오주 애크런에서 사망했다.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당하다 15살에 집을 뛰쳐나와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 이모와 가까이 지내며 이모의 도움을 받는다. 루디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봐주길 바라는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었다. 재능이 많은지 알 수 없지만, 동네 클럽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도 하고, 자기 돈을 들여 싱글 앨범도 만들지만 그는 무명의 예술가일 뿐.. 2019. 11. 1.
와킨 피닉스의 두 영화 와킨 피닉스의 두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와 ‘조커’ 와킨 피닉스가 주연한 ‘조커’가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는 처음 영화제 대상(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이 영화가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고, 한국에서 개봉과 함께 관객이 몰렸으며, 관객들의 관람평도 대개 칭찬이었다. 와킨 피닉스의 변신-몸무게를 23kg이나 줄인 것-과 그의 연기가 돋보인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여러 편의 조커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도 매우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와킨 피닉스 이전에 ‘다크나이트’에서 조커로 연기한 히스 레저의 연기는 조커 원조에 해당하는 배우 잭 니컬슨도 인정할 정도로-잭 니컬슨은 그동안 조커 역할에서 자신을 능가할 배우가 나오지 않았다고 조금 시건방진, 그러나 옳은 소리를 했었다-히스 레저의 연기.. 2019. 10. 20.
시크릿 세탁소 시크릿 세탁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명성에 걸맞는 멋진 작품을 내놨다.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 전에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였고, 가장 최근의 작품은 '사이드 이펙트'였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꽤 오래 전부터 작품을 만들어서 나이가 많은 줄 알았더니 63년생으로, 나보다 나이가 어려서 조금 충격이었다. 특히 '사이드 이펙트'는 여러 번 다시 볼만큼 영화가 훌륭했는데, 소더버그의 깔끔한 연출은 그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 작품 '시크릿 세탁소'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이 미국의 기업, 금융 시스템을 정면으로 '까는' 영화를 만들기가 쉽지 않을텐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면면이 엄청나게 화려한 것을 보면, 헐.. 2019. 10. 20.
피학의 체제에 안주한 사람들 피학의 체제에 안주한 사람들 -소노 시온의 영화 '사랑 없는 숲'과 '차가운 열대어' 일본 영화는 세계의 어느 나라와 분명하게 다른 특징이 있다. 문학에서도 '사소설'이라는 장르가 따로 있을 만큼, 일본에서 '개인'의 삶과 기록은 의미를 갖는다. 일본이 '개인'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서구에서 '개인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봉건적 체제에 길들여진 '계급으로서의 개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귀족, 사무라이, 평민으로 굳어진 계급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곧 죽음을 당한다는 엄혹한 질서 속에서 '개인'은 살아남기 위해 체제를 인정하고, 가장 안전한 삶을 위해 자기보다 강한 자에게 절대 복종하며 살아왔다. 일본은 전쟁에서 패한 이후 대의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그들은 천황.. 2019. 10. 15.
높은 풀 속에서 넷플릭스. 높은 풀 속에서 스티븐 킹과 그의 아들이 쓴 단편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 출산을 앞둔 베키와 그의 오빠는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선 곳에서 소년의 목소리를 듣는다. 키 큰 풀이 무성한 풀밭의 안쪽이었고, 소년은 절박하게 도와달라고 외친다. 베키와 오빠는 소년을 찾으러 들어가고, 밖으로 나오는 길을 찾지 못한다. 살아 있는 사람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악령이 깃든 풀숲에서 이들은 생을 거듭하며 죽임을 당하고, 살아나길 반복한다. 베키와 오빠가 풀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소년의 가족이 들어오고, 소년은 베키의 남자친구 목소리를 듣는다. 베키의 남자친구는 실종된 베키를 찾으러 왔다 베키의 차를 발견하고, 베키의 목소리를 듣고 들어오는데, 이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시공간의 뒤틀림 속에서 죽기도 하고, .. 2019. 10. 10.
[영화] 악인전 [영화] 악인전 이 영화가 이미 무수히 제작되어 관객들이 싫증을 낼 정도가 된버린 ‘조폭' 영화와 다른 점은, 버디 무비라는 것과 조폭 두목과 형사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버디 무비라면 주로 형사 둘이 주인공이거나, 조폭 둘이 주인공이 많은데, 이 영화에서는 조폭 두목과 형사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협력은 하지만, 서로 끝까지 경계하고 자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를 경계한다. 영화 ‘신세계'처럼 비장함이 흐르지도 않고, 캐릭터의 행동에 중의적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는다. 제목이 적확하게 말하듯, 이 영화의 주인공 세 명은 모두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이다. 조폭 두목인 장동수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인물이고, 범죄로 번 돈으로 호사한 생활을 누리며, 부하들을 엄격하게 다스리고, 자기 사업에 걸림.. 2019. 10. 8.
자아의 각성, 조커 자아의 각성, 조커 1 소심하고 선량한 한 남자, 아서가 사악한 범죄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은 우울하고 괴롭다. 그 남자가 극빈자로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살아가고, 많이 배우지도 못해서 도움을 얻을 곳도 찾지 못하고, 뇌질환을 앓고 있어서 자기의 의지와 다른 행동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인물로 보이거나, 멸시, 조롱당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면, 이웃은,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있지만, 누구도 나서서 이 남자를 도우려 하지 않는다. 국가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립병원 운영을 폐쇄하고, 가난한 사람을 지원하는 복지 프로그램 예산을 삭감하고, 의료보험을 중단한다. 빈민과 서민은 분노하고, 고담시의 정책에 항의한다. 이제 조커가 될, 가난하고 뇌질환을 앓고 있는 아서는 가난에 허.. 2019. 10. 4.
[영화] 똑바로 살아라 [영화] 똑바로 살아라 스파이크 리 감독 작품. 미국 할렘 지역에서 일어나는 여러 인종들 사이의 갈등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인종 갈등과 차별에 관한 내용을 다루지만 다른 모든 요소를 떠나서 무척 재미있다. 흑인 특유의 말투와 수다가 영화 내내 이어지면서, 이들의 유머 코드를 조금씩 이해하는 즐거움이 있다. 주인공 무키는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기했는데, 감독이 연기도 훌륭하게 잘 한다. 이 영화에는 멋진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고 있어 이들의 활약을 눈여겨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한국인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흑인 동네에서 돈을 벌면서도 흑인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고, 영어도 잘 못한다. 결정적으로 '살'의 피자가게가 습격당하고 불태워질 때, 맞은 편에.. 2019. 7. 7.
[영화] 로드 투 퍼디션 [영화] 로드 투 퍼디션 느와르 형식으로 만든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1930년대 미국. 금주령이 내려진 사회에는 밀주를 판매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마피아 조직이 있다. 보스에게는 친아들 코너가 있고, 고아였던 아이를 자식처럼 데려다 키운, 지금은 자신의 오른팔이 된 훌륭한 해결사가 있다. 이 해결사, 마이클은 결혼해서 아내와 두 아이를 가진, 평범한 가정을 이룬 중년의 남성이다. 코너와 마이클은 상대 조직의 중간 보스에게 경고를 하러 갔다가, 코너가 화를 참지 못하고 중간 보스를 살해한다. 그것도 심각한 문제였지만, 마이클이 운전한 차에 그의 큰 아들이 몰래 타고 있었고, 그 현장을 몰래 훔쳐보다 들킨다. 코너는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리지만, 아버지이지 조직 보스는 아들 코너의 무능함을 탓한다... 2019. 7. 7.
[영화] 더 보이 [영화] 더 보이 영화를 보면서 아들이 사이코패스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케빈에 대하여'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아들이 외계에서 온 존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영화는 명백하게 '수퍼맨'의 패러디가 확실해졌다. '수퍼맨'도 외계에서 왔고, 양부모가 키웠고, 자신이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고, 그 힘을 정의롭고 선한 일에 쓴다. 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소년은, 자신이 외계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고,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사악한 존재로 바뀐다. 우주에서 온 미지의 존재는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수퍼맨'처럼 인간을 위해 초능력을 발휘하거나, 반대로 인간을 멸종시키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분명 '수퍼맨'의 패러디이긴 해도, 사춘기를 둔 부.. 2019. 6. 23.
'주민자치회'가 지역을 바꾼다 2019. 4. 22.
[영화] 하이웨이맨 [영화] 하이웨이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늘(3월 29일) 개봉. 미국에서 1930년대 초반, 은행강도를 하면서 경찰을 살해하는 커플 보니와 클라이드는 대공황 이후의 영향으로 실직과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힘들어 하는 노동자, 서민의 지지를 받으며 전국적으로 유명한 범죄자로 알려진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 커플 범죄자를 잡기 위해 많은 경찰과 FBI를 동원하지만 2년 동안 범인의 뒤만 쫓고, 언론에서는 경찰이 무능하고, 범죄자들이 대중에게 마치 연예인처럼 인기를 얻고 있다고 쓴다. 주지사가 참석한 회의에서 경찰 간부가 제안한대로, 은퇴한 텍사스 레인저스 출신의 늙은 경찰 두 명에게 보니와 클라이드를 잡는 임무를 부여한다. 영화는 극적이지도 않고, 화려한 액션도 없으며,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도 거의 없다... 2019.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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