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Jodaeiye Nader az Simin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영화 제목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지만, 실제로는 진실과 거짓을 다루는 내용이고, 빈부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슬람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놓인 여성의 삶이라는 데까지 이르면 이 영화는 매우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영화다.
이슬람 국가가 아닌,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자고 주장하는 씨민.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나데르. 두 사람은 지식인이고 중산층이다. 둘 다 합리적인 사람들이고, 양심적인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별거를 시작하면서,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문제로 간병인을 쓰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진실은 마지막에 밝혀지지만, 진실과는 관계 없이, 인간에 대한 믿음은 이미 완전히 사라진다. 불신과 원망만 남는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그쯤에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어느쪽이든 양보하거나 포기하면서 함께 살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이 그것을 거부하고, 각자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두 사람의 인연은 거기까지가 아닐까.
게다가 간병인 라지에는 임신한 상태에서 돈 때문에 어린 딸을 데리고 버스를 다섯 번이나 갈아타면서까지 나데르의 집으로 일을 하러 온다. 임신한 몸으로 일을 해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나데르의 처지는 안타깝다. 여기에 적은 임금으로 간병인을 쓰려는 나데르의 입장도 있었지만, 그것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먼저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 속 상황은 복잡하고, 골치 아프게 진행된다. 결국 개개인의 잘못을 논하기 전에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안전하고 편하게 모실 수 있는 노인치매 전문병원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가난한 임산부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작동하는 사회였다면 어땠을까.
일하는 엄마를 따라다녀야 하는 어린 딸을 위한 돌보미가 있는 어린이집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것들이 갖춰지지 않은 사회는 후진국이다. 결국, 이 영화는 인간의 삶을 중심에 두지 못하는 많은 '국가'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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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문제에 대한 의견 차이로 별거를 선택한 씨민과 나데르 부부. 씨민이 떠나자 나데르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간병인 라지에를 고용한다. 하지만 라지에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화가 난 나데르는 라지에를 해고해 버린다. 그리고 얼마 뒤, 라지에가 뱃속의 아이를 유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나데르는 살인죄로 기소되고야 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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