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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영화> 약장수

by 똥이아빠 2015. 7. 24.



<영화> 약장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신용불량자 일범이 아픈 딸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산다는 것? 아니면 검사 아들을 둔 할머니가 아파트에서 쓸쓸히 고독사를 했다는 것? 아니면 소위 '떳다방'이 고독한 노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있지만, 사실은 사기꾼이라는 것?
그 모든 것을 다 말하려 하다보니 내용의 핵심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글을 쓰기 위해 무언가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영화의 감동이다. 이 영화가 감동적이었냐고? 다 아는 이야기인데? 우리 사회에서 늘 벌어지고 있는 흔하디 흔한 이야기인데 감동할 리가.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은 감동적이다. 전후 이탈리아의 사회를 있는 그대로 그렸다는 점에서, 이른바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전형으로 꼽는다. 그렇다면 당대의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 역시 상당히 '네오 리얼리즘'에 가까운 영화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이 영화는 '자전거 도둑'과 다른 느낌일까. 너무 도식적이기 때문이다. 일범이 놓여 있는 상황은 끊임없이 궁지에 몰리는 것이고, 결국 마지 못해 '약장사'가 된다. 상황이 그를 몰고 가는 것이다.
또한 고독사를 하는 옥님 할머니의 모습도, 출세한 검사 아들과 똑똑하고 능력 있는 며느리를 둔 어머니지만 자식을 위해 끝없이 참고 견디가 결국 고독하게 죽어가는 우리 부모 세대의 안타까움을 묘사하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그것도 도식적이다.

즉, 이 영화가 '네오 리얼리즘'과 다른 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되야 하는' 당위를 보여주기 때문에 감동이 없는 것이다. 영화에서, '있는 그대로'와 '그렇게 되어야 하는' 모습을 감독이 연출하는 것은 매우 다를 뿐 아니라,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의 연출이 중요한 것이고, 시나리오가 좋아야 하는 것이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야 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라는 관점은 말하기는 쉬워도 그것을 영화로 구현하기는 어렵다. 이 영화의 경우를 들어보면 이렇다.

일범은 이 사회의 극빈층에 속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고, 그나마 살고 있던 월세집에서도 쫓겨날 판이다. 게다가 딸아이까지 아파서 병원비가 많이 들어간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칼을 들고 남의 집에 뛰어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데, 일범은 이상하게도 점잖은 일자리만 구하려고 하고, 항상 여유가 있다.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떳다방', '약장수'가 노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일이라서 싫다? 그렇게 양심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아내와 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자전거 도둑'에서 안토니오가 자기 자전거를 도둑 맞은 다음 다시 찾았을 때, 자기 자전거를 가져간 청년의 집이 자기의 처지보다 더 혹독한 것을 보고는 자전거를 포기하고 만다. 그리고는 다른 자전거를 훔치다 잡힌다. 소박하지만 자기 처지에서는 가장 절실한 행동을 한 것이다. 

일범이 '약장수'로 변신하는 과정 역시 그가 놓여 있는 처지에서 보면 당연한데, 그가 '약장수'가 되기 전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게다가 일범이 약장수로 변신한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보여주는 분장과 눈물은 감독의 의도가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인데, 그것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삐에로의 눈물'이다. 삐에로는 슬퍼도 웃어야 하는 인물이다. 자신의 처지와 감정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을 웃기고 기쁘게 해야 하는 삐에로는 영화에서나 일상에서 '중의적'인 해석을 하는 것이 정석이다.
따라서 일범의 변신은 '원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이 일범의 고뇌이며, 일범이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슬픈 현실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별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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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일용직 등을 전전하던 일범에게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는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다. 아픈 딸의 치료비를 위해 어머니들에게 각종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홍보관 ‘떴다방’에 취직한 일범은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다. 그런 그에게 홍보관 점장 철중은 “우리가 자식보다 낫다”며 당장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목숨 걸고 팔라 한다. 그의 말처럼 오히려 즐거워하는 어머니들을 보며 일범 역시 보람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러던 중, 자랑스런 검사 아들을 뒀지만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홀로 외로이 노년을 보내던 옥님이 홍보관을 찾아와 일범을 만나게 되는데... ('다음 영화'에서 가져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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