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산 속의 세 여자
당대의 유명 작가인 조선작, 조해일, 김주영이 릴레이 방식으로 쓴 소설이다. <여성중앙>에 연재한 것이 1978년 1월 25일 출판되었는데, 이후 영화로 만들어져 1980년 3월 8일 개봉했다.
이두용 감독, 남자배우 하명중이라면 당대 최고의 조합이었는데,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그 이유가 작품성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전에 이미 '여자 시리즈' 영화가 한국영화계를 휩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여자'로 끝나는 영화에 대한 식상함이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1980년이라니. 1979년 10월에 대통령 박정희가 가장 가까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당하고, 12월에 전두환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켰으니, 세상이 몹시 어수선한 상태였다.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 영화에는 아주 젊은 여자 배우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정애리', '김미숙', '이문희' 씨가 그들이다. 정애리 씨는 이미 당시 KBS에서 주최한 여자 탤런트 모집에서 상금 5백만원을 받으며 당선한 주목받는 배우였고, 이 영화는 첫 출연이자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이후 '들개'에 한번 더 출연하고는 영화 쪽과 인연을 끊고 말았다.
김미숙 씨 역시 KBS 탤런트로 1979년 데뷔하면서 이 영화에 처음 출연이자 주연배우로 나왔고, 이후 몇 편의 영화에 더 출연하고, TV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문희 씨 역시 신인배우로 1978년 T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으며 영화로는 오직 이 영화 한 편에만 출연했다.
이 영화는 19세 이상의 성인영화로 제작되었고, 영화 속에서 당시로서는 수위 높은 베드신이 나온다. 물론 1980년대가 군부독재 체제로 굳어지면서 3S(스포츠, 섹스, 스크린)를 권장해 사회를 음란하고 부패하게 만드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있었고, 이미 1970년대 말부터 만화를 통해 '섹스'와 관련한 음란한 내용의 만화들이 판을 치고 있었으니 영화에서 이 정도 수위는 아주 점잖은 쪽에 속한다고 봐야한다.
영화의 주제는 당시로서도 파격적인 내용인데, 한 남자와 세 여자의 관계를 둘러싸고 도덕적,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는, 사회가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다소 충격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미영은 온전한 중산층에서 자란 여성이지만, 남편 정명재와 민신애는 고아 출신이고, 고수미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여성으로 술집에 나가고 있다. 이것만 봐도 당시의 서민들의 삶이란 '정상적'일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시기의 여성관이나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는 다분히 가부장적이고 마초적인 면이 노골적이고, 여성은 순종적, 소극적,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꽤 스릴러 형식을 빌었지만 신파로 끝나는 것이 아쉽다. 별 두 개 반.
------------
미영은 남편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죽은 후 문상 온 두 여자를 보고 직감적으로 남편의 배신을 눈치 챈다. 남편의 죽음을 두 여인 탓으로 돌리던 미영은 남편의 일기장을 보고 복수를 계획하며 두 여인을 추적한다. 세 여성은 직업도 계급도 다르다. 미영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곱게 자란 중산층 가족의 가정주부이고, 남편의 고아원 친구였던 민신애는 파리 유학파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이며, 순진무구 그 자체인 고수미는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다. 미영과 다른 두 여자와의 관계는 모호한데, 자신과는 매우 다른 두 여자를 몰래 관찰하면서 미영은 자신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공간과 세계들을 경험하고 남편의 새로운 면들을 알아가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미영의 남편, 정명재는 우유부단하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죽은 후 개성 강한 세 여자들을 통해 퍼즐을 맞추듯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퍼즐이 다 맞추어진 후 어느 정도 정명재라는 남자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세 여자는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러나 미영이 갑작스럽게 남편의 죽음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장면은 남편의 외도를 여자의 탓으로 돌리면서 남자를 순수하게 보관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조혜영)
'영화를 보다 > 한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돼지같은 여자 (0) | 2015.11.03 |
---|---|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0) | 2015.10.30 |
<영화> 오빠가 돌아왔다 (0) | 2015.10.22 |
<영화> 친절한 가정부 (0) | 2015.10.22 |
<영화> 피해자들 (0) | 2015.10.22 |
<영화> 영도 (0) | 2015.10.12 |
<영화> 성난 변호사 (0) | 2015.10.11 |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0) | 2015.10.07 |
<영화> 함정 (0) | 2015.10.07 |
<영화> 소원 (0) | 2015.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