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블루 재스민

by 똥이아빠 2016. 10. 26.
728x90


<영화> 블루 재스민

우디 알렌 감독. 주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걸로 알고 있던 우디 알렌이 이렇게 우울한, 하지만 감동이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사실 이 영화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는 유명한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으로 연극으로도 크게 성공했으며, 엘리아 카잔 감독이 말론 브랜도-세계적인 걸작 '대부'에서 대부로 나오는 바로 그 말론 브랜도-와 비비안 리-'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바로 그 비비안 리-를 주연으로 1951년에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 연극과 뒤이어 나온 영화가 매우 뛰어난 걸작들이니 그걸 리메이크한다는 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우디 알렌은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살려 우디 알렌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가 훌륭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영화는 단연 주연배우인 케이트 블란챗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오로지 케이트 블란챗의 영화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의 1인극처럼 보인다.
'영화는 시나리오'라고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강조했고, 당연히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 영화처럼 기본을 깔고 가는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살리거나 죽이기도 한다.
케이트 블란챗이 연기를 잘 하는 배우-연기를 못하는 배우도 있다-라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 영화에 어울리는 다른 여배우들을 섭외할 수도 있겠고, 또 그 다른 배우의 연기도 감탄을 하면서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케이트 블란챗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감탄을 하게 된다.
영화로 돌아가서, 재스민이라는 여자를 진지하게 들여다 보자. 재스민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걷어찬 한심하고 멍청한 여자라는 인상이 강하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남편이었떤 핼을 만났고, 그 뒤로 줄곧 상류층 생활을 해왔으니 그의 사고방식이 어떨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파티, 쇼핑, 파티, 여행, 파티... 뉴욕의 파크 애비뉴 45번가에서 부러울 것 없이 살던 상류층 여성이 어느날 몰락해서 무일푼의 빈민으로 전락한다면 그 충격은 어떨까.

하지만 재스민이 멍청한 여자는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재스민은 남편 핼의 외도로 인한 충격과 분노로 남편이 그동안 사기를 치면서 여러 사람에게 돈을 끌어들여 그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기로 인해 그 자신도 상류층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 재스민이 핼의 범죄에 동조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재스민은 탐욕과 욕망의 충족을 범죄와 맞바꾼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몰락한 이후, 재스민은 여동생-피가 섞이지 않은 입양 여동생-에게 신세를 지게 된다. 여동생은 가난하게 살고 있고, 많이 배우지도 못해서 변변한 일자리도 없는 처지지만 언니를 위해 기꺼이 함께 지내기로 한다.
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재스민은 여동생의 남자친구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자신이 독립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치과 병원에서 일하고, 컴퓨터를 배우며,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게다가 몰락한 이후에도, 뉴욕에 있을 때 신발가게에서 일하는 등 그녀가 상류층의 위치만 고수하려는 한심한 여자는 아니라는 흔적들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재스민은 과거의 좋았던 때를 반추하며 화려했던 옛날의 기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재스민이 완전히 몰락한 다음에도 비행기 일등석을 타거나 루이비통 가방에 집착하는 것은 그가 과거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가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는 것은 그의 우울증이 심각하는 것을 보여준다. 재스민은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고, 자신의 정신건강이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운명을 되돌릴만한 남자를 만나게 되지만, 그것도 과거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무산되고, 모든 것이 자신이 과거에 했던 행위로 인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 절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재스민의 미래는 알 수 없다. 다시 슬픔을 털고 일어나 일상을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비참한 삶을 포기할 것인지. 그것은 또한 우리의 운명을 보는 듯 하다.


반응형

'영화를 보다 > 미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디시에르토  (0) 2016.11.07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0) 2016.11.04
<영화> Under the Skin  (0) 2016.11.01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0) 2016.10.28
<영화> 블러드 파더  (0) 2016.10.27
<영화> Mr. Smith Goes To Washington  (0) 2016.10.23
<영화> zero dark thirty  (0) 2016.10.23
<영화> Twinsters  (0) 2016.10.22
<영화> Misconduct  (0) 2016.10.22
<영화> 인필트레이터  (0) 201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