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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영화> 이민자

by 똥이아빠 2016.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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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민자

1920년대 뉴욕항. 유럽에서 실려 온 이민자들이 세관을 통과해야 한다. 어지간하면 모두들 통과하지만 병이 있는 사람들은 감호소에 격리되었다가 건강이 좋아지지 않으면 출발한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에바와 여동생은 불안하다. 여동생이 긴 항해 와중에 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결국 여동생은 감호소로 가고, 에바도 외숙모가 있는 곳으로 갈 계획이었지만 어쩐 일인지 주소도 다르고, 외숙모의 존재를 증명할 서류도 갖고 있지 못했다. 에바까지 추방당할 처지에 놓여 있을 때, 한 남자가 나타나 에바를 구해준다. 그 남자는 부르노.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에바는 부두 노동자들이 모이는 주점에서 춤을 추고, 나중에는 몸을 팔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부르노의 농간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여동생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치심을 참는다. 에바는 미국에서의 삶이 이렇게 비참하게 될 것임을 상상하지 못했다가 큰 충격을 받는다.
여기에 또 한 남자 올란도가 나타나고 두 남자는 에바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부르노는 결국 올란도를 죽이고, 에바를 데리고 여동생이 있는 감호소로 가서 여동생을 구출해 에바와 함께 떠나도록 돕는다. 그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은 에바였다는 말을 남기고.

영화에서 주인공인 여성의 삶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바는 살아남기 위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오는 배 안에서도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난다. 그것 때문에 외숙모와의 관계도 끊기고,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게 되는데, 에바는 생존을 위해 자신을 올가미에 가둔 남자 부르노에게 어쩔 수 없이 의탁하게 된다. 
에바는 미국에 오기 전에는 간호사로 일을 했지만, 미국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밑바닥으로 전락하게 된다. 만약 남성이었다면 어땠을까. 남자라면 막노동을 할 망정 에바가 당하는 것 같은 모멸감과 비참한 상황에까지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성의 삶은 나라와 인종, 시대를 막론하고 남성에 종속되고, 타율적인 존재로 억압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농업을 통해 잉여농산물이 나오면서 모계사회에서 가부장사회로 이행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성은 사회의 약자로 살아왔다. 여성은 가족, 가정, 사회, 국가체제 속에서 항상 약자의 위치에 놓였고, 남성의 지배를 받았으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 에바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지만, 그것을 단호하게 떨치고 일어서지 못한다. 감호소에 있는 동생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수동적이고 포용성이 강한 것이 여성의 특징이라고도 하지만, 이런 특성이 반드시 단점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수동적이고 포용적이며,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고 생각하는데, 남성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성은 마치 성긴 틈새를 막아주는 접착제처럼 사회의 얼개를 촘촘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남성들이 폭력적이고 전쟁과 파괴를 일삼는 존재라면, 여성은 평등, 평화, 우애, 화합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도 에바는 끝까지 참고 견디며, 자신을 이용한 부르노를 용서하고 자신의 길을 떠난다.
그 길 역시 앞길을 알 수 없는 두려운 길이지만, 그럼에도 에바는 주어진 운명을 회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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