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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서프러제트

by 똥이아빠 2016.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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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프러제트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여성참정권운동을 다룬 영화이니 '페미니즘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1900년대 초 영국에서 여성의 참정권을 놓고 지배집단인 남성과 피지배집단인 여성들이 직접 맞부닥친 사건으로, 페미니즘 운동의 시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늘 그렇지만, 여성의 존재는 가부장제 사회가 된 이후 지금까지 온전한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 남성 지배집단은 늘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고, 대상화하고, 소외시켰다. 한 사회에서 가장 천대를 받았던 계급은 늘 존재했지만, 여성은 이중, 삼중, 사중의 억압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의 참정권 역시, 근대 민주주의에서 투쟁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는 점, 그것도 여성들의 피와 눈물이 대지를 적시며 얻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남성 지배집단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여성 참정권을 위해 투쟁하는 여성들은 투쟁하는 영웅이라기보다는 안쓰럽고 안타까운 가련한 여성의 모습이다. 공장에서는 사장의 눈치를 봐야 하고, 집에서는 남편에게 쫓겨나며, 거리에서는 경찰에게 얻어 맞는다. 
여성들은 힘도 없고, 조직도 탄탄하지 않고, 자금도 부족하고, 시간도 많지 않다. 모든 것이 열악한 상황에서 오로지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대의명분만으로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의 시위를 비난하는 남성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이 가진 편견과 어리석음이 얼마나 견고한지 돌이켜봐야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불편한 면이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여성운동'의 시각이 부르주아적이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사실 여성참정권 운동은 이 당시의 여성에게 있어 중요하긴 했지만 근본적인 것은 아니었다.
근본적인 운동은 당연히 노동운동이었고, 노동자의 권리를 향상하고, 노동자가 그 사회의 주인이 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주인공 모드가 일하고 있는 세탁공장만 해도 그렇다. 거의 모두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이 공장의 환경은 매우 열악함에도 그것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모드가 공장에서 모욕당하고 성추행을 당하면서도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은 노동조합이 없고,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인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즉,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모르는 상황에서 여성참정권 운동을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참정권 운동을 노동운동과 떨어뜨려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부르주아적 발상이고, 운동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여성들의 활동이 열심인 것처럼 보이고 또 일정 부분 성과를 얻기도 하지만, 노동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노동자계급의 역량을 분산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나라인 만큼, 영국에서는 노동운동도 일찍 시작되었으며, 내용과 수준도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성장했다. 이 영화의 역사적 시기인 20세기 초반에도 이미 노동운동은 매우 활성화되어 있었고, 사회주의와 결합해 노동운동 내부에서는 남녀평등이 일찌감치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안타깝게도 주인공 모드는 노동운동에 대해서는 눈을 뜨지 못했고, 자신과 동료들이 당하는 노동자의 억압과 착취, 인권 유린에 대해 여성참정권 운동이라는 쪽으로 눈을 뜨게 되었다. 물론 그 자체도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당대의 노동운동과 비교한다면 역시 아쉬운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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