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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한국영화

보호자

by 똥이아빠 2023. 11. 26.
보호자
 
정우성 배우의 감독 데뷔 작품.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정우성 배우가 감독을 맡게 된 것도 신인감독이 어떤 이유로 연출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감독을 겸업하게 되었는데, 애당초 시나리오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은 작품인 걸로 보인다. 짧은 시간에 주인공 수혁에게 서사를 부여하려니 그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고, 감옥에서 10년 복역하는 동안 자기의 딸을 낳아 키웠다는 설정을 했다.
딸은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있고, 수혁이 나타났을 때, '아저씨'라고 부른다. 영화 '아저씨'에서 소미가 이웃집 전당포 아저씨를 마치 '아버지'처럼 여기는 것과 다른 장면이다.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아저씨'와 비교하게 된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어린 아이를 보호하려 하고, 아이의 생명이 위험해지자 목숨을 걸고 범죄 조직과 맞서 싸운다.
'보호자'와 '아저씨'가 갈리는 부분은 연민과 감상을 얼마나 배제하고, 액션과 복수에 집중하느냐에 있다. '아저씨'에서는 태식 혼자 범죄 조직 전체를 박살내면서, 태식이 하는 행위에 당위와 정당성을 부여한다. 액션 느와르에서 가장 위험한 건 감상적 태도다. 물론 약한 자에 대한 연민과 동정 또는 사랑이 오히려 액션 느와르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데, 'LA 컨피덴셜', '레옹'에서 여성은 강한 남성이 보호해야 할 의미를 부여하면서, 더 강력한 적과 맞서 싸우는 동력으로 작동한다.
'보호자'에서 수혁은 자신이 조직의 일원으로 있던 범죄 집단에게 애인이 살해당하고, 딸까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면서, 원하지 않는 싸움을 시작한다. 이때 감옥에서 10년을 억울하게(?) 복역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 수혁은 과거 조직폭력배의 삶을 후회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관객은 수혁의 과거를 알지 못하고, 수혁이 조직폭력배에서 평범한 삶을 살기로 한 계기를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수혁의 마음이 변하게 되는 변곡점이 보여지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에서 주된 갈등 관계는 수혁과 성준(김준한)이다. 최고 두목인 응국(박성웅)은 오히려 뒤로 빠져 있고, 응국이 시키지 않은 일을 성준이 벌이는데, 그 계기가 수혁이 성준을 우습게 본다는 이유였다. 성준은 응국에 이은 조직의 2인자로 보이는데, 과거 수혁이 조직에 있을 때는 수혁의 부하였고, 수혁이 2인자로 활동하는 걸 보면서 부러움과 열등감을 동시에 느꼈던 걸로 보인다.
성준이 수혁을 해코지할 의도로 고용한 킬러가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인데, 이 두 사람의 존재가 비현실적이고, 장난스럽게 보여서 관객이 영화 서사에 몰입하는 걸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폭탄을 직접 만들어 터뜨리는 두 사람의 '킬러'는 못이 나가는 총도 개조해서 사용하는데, 폭탄이나 사제 총을 사용하는 방식이 '프로페셔널'하지 않고 장난스러워 보이는 건 연출의 문제라기 보다는, '킬러'를 사용하는 방식에서 진지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는 장면이 거의 없는, 진지한 영화인데 정작 '킬러'인 두 사람은 우스꽝스러운 말과 행동을 보여서,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는 걸 방해한다. 수혁의 입장에서, 두목 응국은 수혁이 10년 동안 감옥에 갇혔다 나오자 조직을 위한 희생을 보상하는 의미로 커다란 가방에 돈을 가득 담아 준다. 다만, 조직에서 이탈하지 않고, 시키는 일을 해주는 조건이었지만, 수혁은 완전히 손을 씻고, 평범한 개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어서 두 사람의 갈등이 시작한다.
결국 주 갈등은 조직의 2인자 성준과 수혁의 싸움으로 귀결되고, 이야기의 흐름도 성준과 두 명의 킬러의 싸움에서 멈춘다. 서사의 스케일이 크지 않은 건 아마 제작비가 적어서 그런 걸로 보이는데, 적은 제작비로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려면 시나리오가 핍진해야 한다. 시나리오 완성도가 뛰어나고, 저예산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영화로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좋은 영화는 두 가지로 나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마음에서 계속 울림이 있고, 무언가 할 말이 떠오르는 영화는 명작이다. 다른 면에서 좋은 영화는 영화만 보여줄 수 있는 뛰어난 액션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영화를 포함한 모든 예술에서 가장 좋지 않은 작품은 '아무 느낌 없는' 작품이다. 예술 작품에 '미학'이 없다면 예술은 존재 의미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감정을 격동하는' 울림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으로 봐서, '보호자'는 큰 울림이 없는 영화다. 정우성이라는 멋진 배우가 주연과 감독을 한 영화지만, 영화 완성도는 미흡하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제외하고, 대부분 액션 영화에서 여성은 대상화, 소외되는 존재로 나온다. 액션 영화에서도 여성 주인공이 드물게 있지만 - 길복순, 발레리나, 라라 크로포트 등 - 일반적이지 않다. '액션'은 남성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도 작용하고 있지만, 육체를 거칠게 다루고, 동물적 감각과 행동을 하는 건 여성에게 썩 어울리지 않는다. 여성은 남성보다 생물학적으로 우성이고, 평화를 지향하며, 수평적 관계를 좋아하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어, 폭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여성은 수혁의 서사에 필요한 장식 또는 소모품으로 쓰인다. 수혁의 애인 민서와 딸 인비는 잠깐 나오고, 여성 킬러 진아도 악당이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극적 긴장을 높이지 못한다. '테이큰'처럼 딸의 납치범을 찾아 처치하는 전직 특수요원의 행동이나, 이웃 사는 소녀를 살리려고 자기 목숨을 내놓는 '레옹'처럼 주인공이 진정 절실한 마음을 보여주어야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데, '보호자'에 등장하는 악당들은 좋게 말하면 인간적이고, 온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인물들 모두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 긴장이 이완된 모습처럼 보였다.
 
액션 영화에 어린아이와 여성이 등장할 때, 극적 장치를 높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처럼, 20대의 치기로 깡패의 세계에 뛰어들었다가 비참하게 몰락하는 '양아치'의 삶을 냉정하게 그린 작품처럼, '액션' 영화는 비정한 세계의 차가움을 드러낼 때 장점이 있다. 성룡 영화처럼 유쾌하고 재미있는 액션 영화가 없지 않지만, 코미디 영화로 만들지 않는 한, '액션' 영화는 기본적으로 진지하고 현실 세계에 뿌리 내리고 있으므로, 현실의 냉혹함을 드러내는 상징으로써 폭력을 쓴다.
주인공 수혁이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만으로 난관에 부닥치지만, 수혁의 서사가 약한 것도 드라마의 극적 구성을 방해하는 요소다. 수혁이 더 많은 고난을 겪을수록, 수혁이 하는 모든 행동에 당위가 성립하고, 분노와 폭력의 반사작용이 합리화 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도 서사의 핍진함이 부족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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