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를 보다/미국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by 똥이아빠 2021. 12. 26.
돈 룩 업(Don,t look up)
 
인류가 맞닥뜨린 어쩔 수 없는 절멸 상황을 다룬 영화는 여러 편이다. 특히 우주에서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다가오면서, 충돌하기까지 지구에 사는 인류의 대응을 담은 내용은 액션, 공포, 코미디 등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가설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개연성 높은 이론이며, 낮은 확률이긴 해도 혜성이 실제 지구와 충돌하면, 지구가 상당 부분 파괴되거나 거의 대부분의 생물종이 멸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류의 멸종을 두고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인류가 초래한 심각한 환경문제와 핵전쟁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혜성 충돌이다. 어느 쪽이 더 빠르게 다가올 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변수가 없어도 인류의 멸종은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필연적으로 멸종하게 되어 있다.
 
'딥 임펙트'와 '아마겟돈'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을 향해 인류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영화다. 혜성에 핵폭탄을 실은 우주선을 올려보내 혜성의 내부 깊숙이 굴을 파고, 그 안에 핵폭탄을 넣어 터뜨리면 혜성이 부서지면서 규모가 작아지고, 항로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과학자들은 실제 판단한다.
두 영화 모두 인류애와 가족의 사랑을 바탕에 깔고 있는 액션영화로, '미국이 지구를 구한다'는 영웅 서사물이다. 
반면, '멜랑꼴리아'는 다가오는 지구의 종말을 알고 있는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비극적으로 보여주는 진지한 드라마다. '멜랑꼴리아'와 같은 상황이지만, 사람들의 행동은 오히려 희극적인 영화가 '돈 룩 업'이다.
변하지 않는 절대 상황을 전제한 다음, 그 상황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은 작게는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 세계관의 반영이면서, 군중 심리, 집단 행동과 같은 사회행동학, 사회심리학의 좋은 본보기가 된다.
스티븐 킹의 소설 '언더 더 돔'에서 한 지역이 갑자기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거대한 투명 돔에 덮히면서, 고립된 사람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는 것처럼, 지구 종말이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편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거나, 아주 조금씩 발전하고 있음에도 자신들이 만든 세계에 빠져 스스로 세상의 종말을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절대자', 전지전능', '신'이라는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이미 지구의 객관적 상황과는 별개로, 인간 세상은 멸망한다고 굳게 믿는다.
종교적 이유로 인류가 멸망한다고 믿는 허황된 믿음보다는, 혜성 충돌로 6개월 14일만에 지구가 사라진다는 과학적 이유가 훨씬 안심이 되는 건 왜일까. 그리고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거나 패닉에 빠지지 않고, 평범한 나날을 보내는 건 왜일까.
 
인류가 똑같은 날 사라진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면, 갑자기 온갖 범죄가 급증하고, 살인, 강도, 강간 같은 중범죄가 급격하게 늘어날까. 어떤 짓을 해도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 거리낌 없이 막장으로 내달리게 될까. 아마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구 종말이 가깝다고 말하는 과학자 랜들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는, 대통령(메릴 스트립)에게 보고하고, 방송국에서 진지하게 말해도 언론이, 대중이 그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충격 받는다. 연예인의 가십보다 가볍게 취급당하는 지구 종말 소식은 언론이 여론을 다루는 방식을 조롱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하는 말 - 혜성이 다가와 지구와 충돌한다는 사실 - 보다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태도와 스타일이 더 중요하고, 진지하게 말하다 결국 화를 내는 케이트의 얼굴은 밈이 되어 인터넷에서 조롱의 대상이 된다.
대통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구 충돌'을 전략적으로 써먹을 뿐, 심각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 게다가 사이비 교주이자 IT 기업의 경영자의 말에 따라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에서 희귀한 자원을 추출하자는 계획에 동의한다.
그 와중에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탈출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충돌한 혜성으로 박살이 난 지구에서 모두 죽는다. 돈과 권력이 있으면 지구가 파괴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풍자한다.
 
이 영화는 '지구 혜성 충돌'이라는 상황에서 미국 사회의 정치, 언론, 대중 여론, 미디어, 종교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대통령은 대법관 후보와 불륜 관계라는 게 들통나고, 선거에서 질 것 같으니 '혜성 충돌'을 선거용 이미지로 써먹는다. 심지어 랜들 교수도 방송국 진행자와 불륜을 저지르고 아내에게 들켜서 후회한다. 
6개월 뒤에 인류가 멸망할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즉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아무리 돈이 많아도, 권력이 강해도, 가난해도, 홈리스도, 세계적 스타도, 악행을 저지른 범죄자도 모두 죽는다면, 극단의 행동과 상식(일상)이 공존하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기독교의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아마게돈처럼, 종말을 맞이하는 인류의 파멸적 행위를 예상할 수 있다. 
근본적인 상황 앞에서 인류는 딜레마에 놓인다. 이 딜레마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극적이고, 드라마틱하며, 비극적이지만, 그 상황이 곧 코미디다.
 
 
 

 

'영화를 보다 > 미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하우스  (0) 2022.02.08
올리버 색스, 그의 생애  (0) 2022.01.29
컨테이젼 - 스티븐 소더버그  (0) 2022.01.09
트래픽 - 스티븐 소더버그  (0) 2022.01.08
사이드 이펙트  (0) 2022.01.06
로스트 인 더스트  (0) 2021.10.28
위대한 레보스키  (0) 2021.10.25
파이트 클럽  (0) 2021.10.13
코미디의 왕  (0) 2021.09.30
파고 Fargo  (0) 202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