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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미국영화

사이드 이펙트

by 똥이아빠 2022. 1. 6.
사이드 이펙트
 
스티븐 소더버그 작품. 네번 째 보다.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 기분을 좀 바꾸고 싶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을 때, 시원하고 통쾌한 결말을 즐기고 싶을 때면 이 영화가 떠오른다. 화려하고 통쾌한 액션도 아니고,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 영화도 아닌, 평범한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일 뿐인데, 그래서 오히려 감정이 쉽게 전이되고, 마치 내게 벌어진 일처럼 실감한다.
[복수는 나의 것]의 결말처럼 허무하지도 않고, [친절한 금자씨]처럼 잔혹함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해피엔드]의 서민기처럼, 정신과 의사 뱅크스는 자신에게 닥치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보기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카메라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작은 창문이 많은 단조로운 빌딩으로 다가간다. 음악은 어둡고 우울하다. 카메라가 창문으로 가까이 가자 낮게 흐느끼는 여성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 울음소리는 아주 작아서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그리고 피가 낭자한 어느 집의 거실 풍경이 보이고, '3개월 전'이라는 자막과 함께 주인공이 등장한다. 에밀리는 교도소로 가서 복역하고 있는 남편 마틴을 면회한다. 3개월이 지나 에밀리의 남편이 출소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에밀리는 지하주차장에서 차에 탄 채 벽을 들이받는다. 에밀리의 남편은 교도소에서 4년을 복역했다.
 
뱅크스는 정신과 의사로 성실하고 실력 있는 의사다.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 에밀리가 부상으로 입원한다. 뱅크스는 의사로서 순수한 호의로 에밀리에게 도움을 주려한다. 에밀리가 자살 시도를 했다고 생각한 뱅크스는 더 입원하라고 하지만, 에밀리는 나중에 뱅크스에게 상담하겠다고 말한다. 에밀리는 우울증약을 처방받는다.
에밀리는 뱅크스의 진료실을 찾아 상담을 받기 시작하고,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뱅크스에게 말한다. 남편을 만나게 된 과정과 자신이 시골에서 뉴욕 대도시로 올라와 어렵게 일하며 공부한 이야기, 청혼을 받고 결혼한 이야기 등등. 그러면서 과거에도 다른 정신과 의사인 빅토리아 시버트에게 상담 받았다는 말을 한다. 뱅크스는 학회에서 빅토리아 시버트를 만나 에밀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빅토리아는 우울증약으로 신제품 '아브락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에밀리는 우울증약으로 '졸로프트'를 먹고 있다. 에밀리와 마틴은 부자들의 파티에 참석하고, 에밀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며 힘들어한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에밀리. 출근하는 지하철역에서 다시 자살시도를 하다 경비원의 제지로 멈춘다.
뱅크스와 그의 아내가 함께 있는 자리에 에밀리가 불쑥 찾아와 자신이 지하철에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말하며 당장 상담을 해달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가까운 호텔 로비에 낮아 대화를 나눈다. 에밀리는 '졸로토프'가 아닌, 다른 약을 처방해 달라고 부탁한다. 뱅크스는 '아브릭사'를 처방해준다.
 
제약회사가 주최하는 학회에 참석한 의사-정신과 의사-들은 제약회사가 얼마나 큰 소송에 휘말려 있으며, 의사들에게 엄청난 로비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뱅크스도 제약회사의 로비를 받아들여 월급보다 더 많은 '연구비'를 받는 계약을 한다.
'아브릭사'를 먹은 에밀리는 좋은 점도 있지만, 부작용을 겪으며 마틴과 함께 뱅크스를 찾아와 상담한다. '아브릭사'와 함께 다른 약을 처방해주는 뱅크스. 퇴근한 남편에게 아무런 망설임없이 칼을 찌른다. 마틴은 사망하고, 에밀리는 남편의 사체를 보면서 침대로 향한다.
다음 날, 에밀리는 구급차와 경찰을 부르고, 경찰에게 뱅크스를 불러달라고 말한다. 뱅크스는 경찰에게 몽유 상태에서 벌어진 사고라고 말한다. 경찰은 에밀리가 살인범이거나 약물 중독의 피해자 둘 중 하나이고, 약물 중독의 피해자라면 뱅크스도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뱅크스는 의사 빅토리아와 마틴의 어머니가 고용한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뱅크스는 자신이 사면초가에 놓이게 되었다고 느낀다. 시어머니를 만난 에밀리는 성명서를 건네 대신 방송에서 발표하게 한다. 방송에서는 '아브릭사'의 부작용과 에밀리의 담당의사인 뱅크스의 책임에 관해 언급한다. 뱅크스는 경찰의 조사를 받고, 에밀리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다.
 
에밀리는 '살인은 무죄'지만 '정신이상'의 소견을 받아들여 일정 기간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걸로 검찰과 변호사가 합의한다. 하지만 뱅크스의 병원 임원들은 뱅크스에게 책임을 지우려한다. 뱅크스는 예전에 상담했던 여성 환자의 딸이 보낸 편지로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그 편지를 보면, 뱅크스는 직업적 지위를 활용해 환자에게 가해한 것으로 되어 있다.
뱅크스는 우울증약 '아브릭사'에 관해 더 알아보고, 빅토리아 시버트 의사를 찾아간다. '아브릭사'의 부작용인 몽유 증세에 관해 미리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 빅토리아가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뱅크스는 에밀리와 관련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에밀리에 관해 조사를 시작한다.
지하주차장에 있던 정비사를 만나고, 에밀리의 회사 상관을 만나고, 에밀리가 자동차 사고부터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했다는 의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아내와 아이에게 소홀해지자 아내는 뱅크스를 비난한다.
 
뱅크스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에밀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상담한다. 제약회사 직원이 찾아와 더 이상 연구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말하고, 아브락스를 만드는 제약회사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한다. 그 말에 무언가 깨달은 뱅크스는 에밀리의 행위와 제약회사의 주가 사이에 모종의 관련이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뱅크스는 에밀리를 찾아가 영상을 찍으며, 약물을 주사한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득한다. 뱅크스는 영상을 가지고 담당 검사를 찾아간다. 뱅크스의 실험은 가짜였고, 실험이었고 에밀리는 연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검사는 이중처벌 금지법 때문에 다시 기소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병원 임원을 찾아가 사실을 말하지만 역시 무시당한다. 에밀리가 계획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밝혔지만, 자신의 명예는 되찾을 수 없게 된 뱅크스.
빅토리아가 에밀리를 면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뱅크스는 빅토리아를 찾아가지만, 빅토리아는 에밀리와 뱅크스가 함께 있는 사진을 뱅크스의 아내에게 보내 두 사람의 관계를 파탄낸다. 빅토리아는 뱅크스를 만나 사진 이야기를 하며, 인생 망치고 싶지 않으면 에밀리를 퇴원시키라고 협박한다. 뱅크스는 빅토리아에게 돈 이야기를 한다.
 
에밀리는 담당 의사를 바꾸겠다고 뱅크스에게 말하지만, 뱅크스는 빅토리아에게 이미 돈을 많이 받았고, 전기충격 요법을 사용하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에밀리에게 말한다. 뱅크스는 빅토리아에게 정신병원에서 만나자고 하고, 에밀리가 볼 수 있는 바깥에서 만나 상황이 좋지 않을 거라 말한다. 이 장면을 에밀리가 지켜본다.
에밀리는 뱅크스에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펀드매니저인 남편 마틴과 함께 최상류층의 삶을 살던 에밀리는 어느 날, 마틴이 내부자 거래로 감옥에 들어가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빅토리아 시버트 박사를 찾아가 상담하는데,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에밀리는 마틴에게 들은 주식 정보를 빅토리아에게 알려주고, 빅토리아는 그 정보를 가지고 주식투자를 한다.
이후 우울증을 이유로 남편 마틴을 살해하고 우울증 처방을 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뱅크스를 만나게 된 것이다. 뱅크스는 처음부터 계획에 없던 사람이었는데,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에밀리는 빅토리아보다 더 좋은 제안을 하겠다고 말한다. 뱅크스는 에밀리가 정신적으로 양호한 상태라고 증언하고 판사에게 석방을 요청한다. 퇴원한 에밀리는 빅토리아를 찾아간다. 빅토리아는 두 사람만 아는 비밀을 말하고, 그 내용은 에밀리가 찬 녹음기에 녹음된다. 밖에서 기다리던 검사와 경찰은 빅토리아를 체포한다. 뱅크스를 찾아간 에밀리. 뱅크스는 에밀리에게 다시 약을 처방하고, 계속 치료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에밀리는 화를 내고 밖으로 도망하지만 경찰이 그를 체포한다. 에밀리는 정신병원에 갇힌다. 카메라가 거대한 정신병원 건물의 창문에서 서서히 왼쪽으로 움직이며 멀어진다.
 
뱅크스는 두 사람의 계획 범죄로 인해 한순간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놓이지만, 우연히 의심의 발단을 발견하고, 실험을 통해 에밀리가 거짓말 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그 다음부터는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에밀리와 빅토리아가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을 거라고 의심하면서 두 사람을 떠보자, 두 사람의 반응이 정상이지 않았고, 뱅크스는 에밀리와 빅토리아 사이를 오가며 반간계를 펼친다.
뱅크스는 완벽하게 복수하는데, 빅토리아는 감옥으로 가지만, 에밀리는 멀쩡한 정신으로 평생 정신병원에 갇혀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 에밀리의 입장에서는 남편을 죽이고, 뱅크스를 속인 천벌을 받는 것이지만, 에밀리의 지금 상황은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하고 절망적인 상황이다.
영화는 심리스릴러와 복수극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제약회사의 로비와 내부자거래, 주가조작이라는 자본주의의 가장 핵심 범죄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뱅크스가 추락하게 된 것도 두 사람의 경제범죄 때문이었고, 이런 범죄는 거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은밀한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고 무서운 지능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에밀리가 범인이지만, 반대로 정신과 의사인 뱅크스가 범인이고, 에밀리가 무고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상황은 더욱 끔찍하다. 현실에서도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몰아 정신병원에 가두는 일이 드물게 발생하는데, 이런 일의 원인은 대부분 돈과 관련이 있다. 
이 영화에서도 에밀리와 빅토리아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만들었고, 에밀리가 남편을 살해한 것도 그 시나리오의 한 부분이다. 에밀리에게는 증오하는 남편도 없애고, 새로운 연인 빅토리아와 함께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이 범행 동기가 될 것이다.  
에밀리에게 주식 정보를 들은 빅토리아는 자신이 잘 아는 제약분야에서 특히 항우울증 약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상대로 '공매도' 전술을 펼친다. 에밀리가 범행을 하기 직전, 대량의 주식을 공매도, 리버스 펀딩으로 구입하고, 에밀리가 감옥에서 시어머니에게 준 성명서에 항우울증 치료제 '아브릭사'를 노출시킨다.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아브릭사'를 만든 제약회사의 주가는 30% 하락하고, 빅토리아는 큰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다.
'항우울증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비고의적 살인'으로 에밀리는 '몽유 상태에서 의식 없이 저지른 행위'라는 점을 부각하도록 정신과 의사 뱅크스의 진술을 유도하고, 모든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뱅크스에게 닥친 위기가 에밀리아 빅토리아 두 사람에게도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비중 있는 여성들은 모두 남성(뱅크스)에게 적대적이다. 에밀리와 빅토리아는 말할 것도 없고, 뱅크스가 일하는 병원의 여성 임원, 뱅크스의 아내도 뱅크스를 비난하고, 일방적으로 몰아부친다. 뱅크스를 이해하려고 하거나, 그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누군지 찾아봤더니 '스캇 번즈'라는 남성이었다. 영화제작자,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 헐리우드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 작가인데, 이 영화에서는 시나리오를 썼다. '본 얼티메이텀'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한 작가 겸 감독이다. 전염병을 다룬 '컨테이젼'도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과 함께 만든 작품이다.
뱅크스에게 우호적인 여성을 등장시키지 않은 이유는, 여성과 남성을 극적으로 대비시켜 선악의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러다보니 여성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비춰질 수 있는 염려가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심리스릴러의 뛰어난 시나리오와 연출이 돋보이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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