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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1980년대

1980년대-01 현충사

by 똥이아빠 201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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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무렵 현충사에서 찍은 사진.
나를 독서회로 이끌어 준 형과 함께 형의 고향인 온양으로 나들이를 했는데, 나중에 세월이 흘러 내가 결혼을 하고 이 형과 신기한 인연의 고리가 연결된다. 아내의 고향도 온양 근처인데, 장인어른이 당시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고 있을 때, 이 형이 장인어른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이 무렵, 그러니까 1980년 5월 18일 이후, 내가 살던 서울의 변두리에서도 광주에 관한 '유언비어'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당시 신문들은 검열에 걸려 일부분 백지로 나오곤 했는데, 입에서 입으로 떠다니는 소문이 오히려 정확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고, 아직 어렸던 나는 그 무서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군인이 그런 짓을 했을까 의심했다. 세상은 험악했지만, 겉으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80년인가 81년에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변두리 검정고시 학원에서 몇 달 다니고 시험을 봤는데, 시험은 쉬웠다. 이때 학원에서 만난 선생님과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제주도에 살고 계신 선생님은 그때 20대 중반을 막 넘긴, 미인이었고, 성격도 활달했다. 표범무늬의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고, 생물을 가르쳤는데, 우리반 담임이기도 했다. 좀 웃기긴 했지만 내가 학급이 반장이기도 했고.
우리는 학생이지만 노동자이기도 해서, 밤 늦게 수업이 끝나면 학원 앞 포장마차에서 선생님과 소주를 마시며 문학을 주제로 토론을 하기도 했다. 그때 처음으로 '이상의 날개'를 읽었는데, 처음에는 '이상의 날개'라는 감상적인 제목이어서 재미없을 줄 알았다. 나중에야 '이상'의 '날개'라는 것을 알았고, 당시에는 '쉬르 레알리즘'을 이해하기에는 지식이 한참 부족했다.
공부를 하기 위해 노가다 현장을 포기하고 작은 설비가게에 취직했는데, 월급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래도 이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 무엇을 배운다는 것,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 마음 속에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을 것이다. 낮에 일하고 밤에 배우는 나날이 계속 되었고,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나날이었다. 물론, 이런 시기가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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