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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1980년대

1980년대-04

by 똥이아빠 2011.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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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보면 어디 멋진 곳에 놀러간 걸로 알만하겠다.
날짜는 선명한데, 내 기억과는 맞지 않는다. 내 기억이 잘못된 거겠지...
(친형같은) 형과 함께 소록도에 갔다. 단 둘이.
무슨 목적으로 갔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형의 뒤만 따라다녔는데,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소록도에서 내려 걸어들어갔다. 한센병 환자들도 양성환자와 음성환자는 따로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음성환자의 집과 교회를 방문했다.
작고 낡은 스레트 지붕의 그 집은 여느 가정집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집앞에 펼쳐진 파랗게 아름다운 남해 바다가 있어, 마치 별장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당시의 내 마음이 그렇게 편하고 느긋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마음이 좀 불편했고, 솔직히 말하면 조금 께름칙하기도 했다. 그런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잘 참았다고 생각했다.
'나'라는 인간은 그렇다. 사람을 대할 때, 특히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대할 때, 나는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 서질 못한다는 것이다. 온몸을 바쳐 헌신하는 형을 보면, 놀랍고 신기하게 보였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특히 봉사하는 분들 가운데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봉사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들의 유전자는 나같은 사람하고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다.
나는 상당히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런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런 마음을 배우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서 처음 소록도에 갔고, 그곳에서 한센병 환자의 모습을 보았다. 예전에 육영수 씨가 그곳을 방문해서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는데, 그 이후 대통령의 부인으로는 누가 갔는지 보도 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무도 찾아가지 않았나 보다.
소록도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참혹한 역사부터 오늘날까지 '인권'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다. 그들이 얼마나 심하게 차별받고 학대에 시달렸는가를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부터 그들의 '인권'을 알아가는 단초가 될 것이다.
살면서 좋은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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