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나와서 들른 씨앗글방에서 동무들을 만나다. 1982년 12월.
휴가를 나와도, 부대에 있어도 20대 때는 삶이 무거웠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 생각해도 삶이 무겁고, 우울하고, 나를 둘러싼 상황이 암울했다. 게다가 어리석기까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건 책읽기였다. 하숙집에서도, 집에서도, 부대에서도 늘 책을 읽었다. 새책을 살 여유가 없었기에, 헌책방에서 가져오거나 구입한 책들을 쌓아두고 닥치는대로 읽었다.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현실을 잠시 떠날 수 있고,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의 거의 모든 것은 책에서 배웠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겠다.
이 당시-70,80년대-가장 대중적인 책은 '문고본'이었다. 삼중당 문고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을유문고며, 심지어 사상계문고까지. 문고본은 판형이 작아 가지고 다니기 쉽고, 가격도 싸서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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