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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1980년대

1980년대-12

by 똥이아빠 2011.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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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을 하고, 우리는 계속 만났을 뿐 아니라, 가장 가까운 동무가 되었다.
어리석지만 내가 가진 장점 가운데 하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있다.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인데,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여러번의 선택이 있었지만 그리 잘못되거나 후회하지 않은 걸 보면,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 하다.
군대 있을 때, 나는 몇 명의 선배와 동기를 마음으로 선택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그들과 계속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희망이 다 이뤄진 건 아니다. 친하게 지내던 선배는 전역하고 몇 년 살지 못하고 급성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주 만나던 동기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만남이 뜸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진 속 동무들과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가깝다. 우리는 날마다 만나는 것도 부족해서 친구의 집에서 먹고 자며 함께 살기도 했다. 행당동, 왕십리에서, 양평에서 늘 붙어다녔다. 함께 장사도 해보고, 농사를 짓는 동무 집에서 농사도 지어보고, 각자의 삶으로 갈라지기 전까지의 20대 중반을 행복하게 보냈다.
가운데 동무는 지금 잠시 연락이 끊긴 상태지만, 머지않아 다시 만나게 되리라 믿는다. 그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었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갈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변함없이 동무를 마음으로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는 나에게 빛이었다.
오른쪽 동무는 지금 양평에서 함께 살고 있다. 작년에는 그의 집에서 김장을 함께 담그고 김치를 가져와 겨우내 맛있게 먹었다. 올해도 함께 김장하기로 했다. 동무들과의 만남이 30년이 되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 치기어린 20대부터 지천명이 될 때까지, 각자의 인생을 지켜보고, 행과 불행을 함께 겪으며 서로 위로하고 기뻐하는 가족과 다름없는 사이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각자의 삶에 충실하면서 함께 남은 시간을 채워가는 동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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