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3059

'한국인의 밥상'에서 발견하는 민중성 '한국인의 밥상'에서 발견하는 민중성 KBS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이 올해로 10주년, 방송 횟수로 510회를 기록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2011년 1월 6일 첫 방송을 시작하고 올해까지 꾸준히 방송한 것도 놀랍지만, 매 회마다 식재료, 음식, 지역, 절기 등 독특한 주제를 선정해 한 가지에 집중하는 기획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KBS는 공영방송답게 선정적 내용을 지양하고, 교양과 문화, 예술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이루기 바라는데, 그렇다고 프로그램이 재미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민영 방송과 직접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 가야 하는 지향점도 다르기 때문에, 공영방송 KBS가 추구해야 하는 방송의 방향은 국민 대수가 공감하는 내용이길 바라고, 그 목표를 이루는 형식으로 .. 2021. 5. 13.
그리고 내일은 온 세상이 그리고 내일은 온 세상이 모처럼 독일 현대영화. 독일영화는 뉴 저먼시네마 시기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다양한 독일영화를 보기 어렵다. 오래 전, '프리츠 랑'의 작품 'M'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지금도 '세계영화 100'에 반드시 꼽히는 영화들이 독일영화에는 여러 편 있다. 빔 벤더스의 작품 '파리, 텍사스'는 세 번쯤 봤는데, 처음 볼 때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받았다. 아무래도 젊었을 때, 영화언어를 잘 모르고 봤을 때와 시간이 흘러 나 역시 조금은 배운 게 있어서 영화를 다르게 본 영향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 영화는 현대 독일의 사회 상황을 그리고 있다. 독일은 현대사에서 알 수 있듯, 1차,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다. 두 번의 세계 전쟁을 일으켜 수천만 명의 .. 2021. 5. 9.
박준영 변호사가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 박준영 변호사가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 내가 왜 이 글을 쓰고 있어야 하는지 참 답답하지만, 그동안 박준영 변호사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막연하지만 답답했던 느낌을 방금 올라온 그의 글 '인간의 존엄성 3'을 읽고서야 뚜렷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왕이면 같은 변호사인 분이 박준영 변호사의 글을 논리적으로 비판해주면 좋겠는데, 우선 내가 참을 수 없는 부분만이라도 언급하려 한다. 박준영 변호사의 글 '인간의 존엄성 3'은 조금 긴 글인데, 말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만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김학의는 '형사 사법 분야'와 '인권 분야'에서 '약자'다. -피해 여성들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과장했음에도 변명도 못했다. -긴급 출금 자체가 불법이다. -김학의는 '검찰 개혁', '여성 운동', '권력을 비판하.. 2021. 5. 8.
한겨레신문의 천박하고 야비한 행태 한겨레신문의 천박하고 야비한 행태 어지간하면 그냥 못본 척하고 지나가려 했다. '한겨레신문'이 창간할 때의 정신을 완전히 잃고, 이제는 수많은 '기레기'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것처럼, '가난한 조중동'인 '한겨레'를 두고 쓴소리를 해봤자 내 입만 아프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우연히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한겨레' 논설위원 권혁철이 ['모병제는 진보' 도그마 경계해야]라는 논설을 읽고는 우선 한숨부터 나왔다. 한겨레 논설위원 수준이 이따위니까 그 밑에 기자들 수준은 말할 것도 없는 걸 알게 된다. 권혁철은 '모병제'가 진보진영이 찬성하고, 징병제는 보수 쪽에서 유지하기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우선 한국에 '보수'가 있는지부터 물어볼.. 2021. 5. 6.
힐빌리의 노래 힐빌리의 노래 성공한 사업가의 불우한 과거 이야기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영화의 원저인 회고록의 성공이 영화를 만든 것이고, 영화는 다시 책의 흥행에 도움을 주며, 이는 주인공의 존재를 돋보이게 만든다. J.D 밴스는 예일대 법대에 다니는 재원이다. 그는 지금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대형 로펌에서 면접을 봐야 하고, 장학금으로 부족해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그 면접 시간도 빠듯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J.D 밴스의 상황은 매우 힘들고 고통스럽다. 엄마는 약물중독으로 입원해야 하는데, 고집을 부리고, 가난한 누나는 밴스에게 의지한다. 백인 하층민의 가족인 밴스의 가족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대를 이어 가난하게 살아간다. 가난.. 2021. 5. 6.
찬실이는 복도 많지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 PD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찬실은 새로운 영화 제작을 앞두고 감독이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난감한 신세가 된다. 수입이 끊기자 산동네 단칸방으로 이사하고, 친하게 지내는 여배우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기도 한다. 여배우의 집으로 찾아오는 영어 과외 선생 김영을 만나면서 찬실은 그에게 이성의 끌림을 느끼지만, 김영은 찬실을 누나로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할머니 혼자 산다는 집에는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장국영이 있고, 그는 찬실이 눈에만 보이는 귀신인데, 엄청 착한 귀신이다. 왜 찬실의 눈에만 보이는 장국영 귀신이 나타날까. 장국영은 찬실에게 마음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전부 버리고,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한다. 찬실은 그동안 영화를 만드는 일에 자신을 내던지고 살아왔.. 2021. 5. 5.
젠틀맨 젠틀맨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그 신선한 연출과 감각적인 시나리오에 반했다. 그의 데뷔작인 '락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와 후속작 '스내치'를 보면서, '놀라운 감독'의 출현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가이 리치의 작품들은 기복이 심해졌고,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재능이 빛을 잃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초기 작품의 빛나는 연출을 보기 어려웠고, 그는 자기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작품들만 만들고 있었다. 가이 리치 영화의 특징은 복잡한 시나리오와 화려한 연출에 있는데, 초기작을 제외하고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영화가 드물다. 물론 '셜록 홈즈'로 흥행에 크게 성공하면서 다시 스타 감독으로 인정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작품에서 최고로 꼽을 수.. 2021. 5. 1.
낙원의 밤 낙원의 밤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방법 '너 혼자 있기 싫다며' 사람은 누구나 죽지만, 특별한 상황에 놓인 경우, 그 죽음의 의미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이 영화에서 '죽음'은 모두 시한부 삶으로 나타난다. 태구의 누나도 태구가 '이식'을 해주고 싶지만, 아버지가 다른 남매라서 가능하지 않았고, 그마져도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는다. 태구가 제주도에서 만난 재연도 시한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수술해도 살 수 있는 확률이 10%에 불과한 불치병을 앓고 있는 재연은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지금의 삶에 미련이 없다. 태구 역시 누나와 조카를 죽인 북성파 도회장을 살해하고 조직 두목인 양사장의 지시로 제주도로 몸을 숨기면서, 자신의 삶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한다. 줄거리.. 2021. 4. 10.
2021 보궐선거의 의미 2021 보궐 선거의 의미 투표가 끝나고, 결과는 참담했다. 반민족, 반민주, 매국정당의 후보가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시장으로 당선되었고, 지자체의 시군의원도 15군데에서 13군데를 국민의힘에서 차지했다. 이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이 좋거나, 처음부터 지지했던 사람들이 투표한 것보다는 현 정권을 심판한다는 의미가 더 큰 걸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관해 많은 사람들의 분석과 의미 부여가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정리해 보는 것이 필요해서 몇 가지 현상을 주목하며 이번 선거가 곧 있을 대통령 선거는 물론, 앞으로 한국사회에 끼칠 영향까지를 염두에 두고 정리했다. 1 민주당 민주당(열린민주당)의 초재선 의원 가운데는 꽤 훌륭한 재목이 있다. 당장 꼽아봐도 최강욱, 박주민, 고민정, 이재정, 김용민, .. 2021. 4. 9.
페르소나 페르소나 페르소나의 존재를 쉽게 알고 이해할 수 있는 분야는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는 송강호 배우, 마틴 스코시지 감독의 페르소나는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는 하정우, 박찬욱 감독의 페르소나는 최민식, 송강호, 스티븐 스필버그의 페르소나는 톰 행크스처럼 감독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감독의 분신처럼 표현하는 배우를 말한다. 페르소나의 본래 의미는 '가면'이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배우들은 가면에 극중 인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얼굴 표정을 그리고, 목소리의 확산을 위해 고깔을 붙였다. 가면은 썼다 벗을 수 있으므로, 실제 자신의 정체성과 드라마의 속의 인물을 연기할 때의 인물은 분명히 구분되지만, 어떤 경우에 이 분리가 실패하면서 개인의 실제 정체성과.. 2021. 4. 1.
고잉 인 스타일 고잉 인 스타일 세 명의 노인이 은행을 턴다는 이야기로, 코미디 영화다. 가볍게 볼 수 있고, 해피엔딩이어서 보는 내내 즐겁고 마음이 편하지만, 이 영화는 겉으로 드러난 코미디 서사의 이면에 무시무시한 미국 사회의 공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조, 윌리, 앨 세 노인은 오랜 친구다. 이들은 철강공장에서 40년을 노동자로 함께 일하며 우정을 쌓았고, 퇴직한 지금도 이웃에 살며 날마다 만나서 어울린다. 이들은 가족이 없거나(앨), 멀리 떨어져 있거나(윌리) 이혼한 딸과 손녀를 돌보며 살아야 하는(조) 노인이다. 사건의 발단은 조의 집과 관련한 모기지 대출 이자의 급등이다. 저금리 대출이자의 만기가 끝나자 곧바로 고금리 대출이자 상품으로 연동되면서 조의 모기지 대출 이자가 몇 배로 뛰자 조는 졸지에 앉아서 집.. 2021. 3. 20.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작품. 폴란드 유대인 슈필만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이면서 독일군이 유대인을 얼마나 잔인하게 학살했는가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있던 유대인의 수난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혹독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들 가운데 수십만 명이 독일군이 운영하는 수용소에서 학살당한 사건 또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다. 이 사실을 부인하는 자는 지금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일본의 이익을 위해 거짓 논문을 써내는 램지어 같은 인간과 같은 부류라고 할 수 있다. 유럽에서 유대인 학살 문제는 매우 신중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역사적 사건으로, 비유대인 유럽인들은 독일의 만행에 대한 공분과 함께 비유대인으로서의 도의적 책임감을 느끼는 태도를 보인다. 즉, 자기들(독일인이 아닌 비유대.. 2021. 3. 15.
에린 브로코비치 에린 브로코비치 몇 번을 본 영화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주인공인 에린 브로코비치의 삶과 개인적 매력을 발견하는 데 집중하다가 차츰 주변의 인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에린은 '미스 위치타' 출신으로 큰 키에 날씬한 몸매의 미인이다. 그는 자신의 미모를 돋보이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을 입고 다닌다. 애기를 돌봐야 하는 젊은 엄마로서 힘들지만 꿋꿋하게 일자리를 찾고, 자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줄 아는 자의식 강하고 똑똑한 여성이다. 그와 살던 남자는 떠났는데, 떠난 이유는 드러나지 않는다. 가난한 여성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살기에는 환경과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고, 더 이상 추락할 수 없을 정도로 밑바닥 삶을 살고 있었다. 그때 교통사고를 당하.. 2021. 3. 14.
다시, 미나리 다시, 미나리 '미나리'를 두 번 봤다. 처음 볼 때보다 감동이 더 크다. 처음에는 줄거리, 서사의 의미, 인물들의 관계와 생각, 풍경, 음악 등이 눈에 들어왔다면, 두 번째는 그 모든 요소들 가운데서 특히 상징적 의미를 지닌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은 세계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작으로 꼽힌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이 영화는 지루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난해하고 느린 영화지만, 한국에서는 의외로 흥행에 성공하는데, 이 난해한 영화를 본 관객이 10만 명이 넘었다는 것이 외국에서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 한국 관객의 수준이 꽤 높다는 걸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희생'에서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 안드레이는 자기의 집을 불태운다. 그가 자기의 집에 불을 지르는 .. 2021. 3. 14.
미나리 미나리 미국 영화계는 왜 '미나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걸까. '미나리'는 이미 수십 개의 영화상을 받았고,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미나리 현상'은 미국 영화계는 물론, 한국에서 미국의 한인 이민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잘 드러낸다. 말하자면, 낯익은 서사를 신선한 영화언어로 만들었기 때문에 미국 영화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들어 있는 영화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젊은 부부는 병아리 감별사 자격증을 갖고 미국으로 이민 온다. 캘리포니아에서 살던 가족은 중남부에 있는 아칸소주로 이주한다. 남편 제이콥이 이끈 땅은 비옥하고, 땅값이 싼 곳이어서 넓은 땅을 매입할 수 있었다. 아내 모니카는 이주가 달갑지 않지만, 아들 데이빗의 건강을 위해 동의한다. 캘리포니아의 대도시.. 2021. 3. 12.
죄 많은 소녀 죄 많은 소녀 충격적인 영화다. 주제, 배우의 연기, 감독의 연출 모두 예사롭지 않을 뿐 아니라 탁월하다. 저예산 독립영화의 작품 수준이 이 정도라면, 한국영화는 가능성과 희망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겠다. 여자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한 여학생의 자살 사건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기성세대가 새로운 세대를 어떻게 살해하는가'에 관한 핍진한 관찰 기록이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관객의 심리를 건드린다. 그것은 배우들의 연기 뿐 아니라 음악, 음향, 인물들이 놓여 있는 극단적 상황이 자연스럽게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도록 한다. 경민이 실종되고, 담임 선생과 형사들은 전날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영희를 불러 경민의 실종에 관해 묻는다. 학교에 오지 않은 경민의 부재.. 2021. 3. 7.
양평문화재단 직무수행계획서 양평문화재단 직무수행계획서 • 양평주민의 삶과 생활을 기록 - 양평토박이 구술 기록 - 양평 인재발굴 프로그램 추진 및 지원, 공모사업(문화예술 분야) - 인재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재능 있는 주민을 찾아 지원해 성장을 돕는 방식 - 양평주민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기록, 자료 확보(기증 및 구입) - 수집, 확보한 자료를 가공, 출판, 공개(온라인) • 지역문화 개발 및 활성화 지원 - 양평군 축제 활성화 방안 및 지원책 마련 - 축제의 개념 재정리 및 개선 방안 마련 - 축제의 상업화 지양,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축제로 - 용문산 영목제, 백운문화제, 양평의병의날 기념식 - 산나물축제, 고로쇠축제, 산수유축제, 물축제, 부추축제 - 마을 단위 축제는 주민의 참여 활성화 지원 - 축제의 협업(collabo.. 2021. 2. 21.
위로공단 위로공단 한국에서 노동자의 삶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예술 작품은 1990년대 이후로 찾아보기 어렵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독재정권이 폭력을 휘두르던 시기와 노동운동은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의 노동자는 1960년대 이후 박정희 독재정권이 만든 '산업화' 전략의 결과물이다. 그 전까지 농업국이던 한국이 경공업 제조를 시작으로 '수출입국'을 국가의 경제전략으로 채택한 이후, 독재정부와 자본가는 값싼 노동력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독재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정책은 구체적으로 개인의 삶에 직접 타격을 가한다. 박정권은 농민의 삶에 기본이 되는 쌀값을 '저곡가 정책'으로 유지하면서, 농촌의 청년들이 도시와 공업단지의 노동자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든다. '저곡가 정.. 2021. 2. 20.
뉴스 오브 더 월드 뉴스 오브 더 월드 남북 전쟁이 끝나고 5년이 지난 1870년, 키드 대위는 텍사스주 일대를 돌아다니며 마을 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신문을 읽어주는 일을 한다. 키드 대위는 남군 출신이어서 전쟁에 진 남부를 통제하고 있는 북군의 검문에 공손하게 대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군의 총에 맞아 죽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북군은 점령군으로 남부에 진출했고, 전쟁에 참여했다 패한 남부의 여러 주를 '미합중국'의 연방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당연히 남부의 인민들은 북부가 주도하는 연방제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었다. 키드 대위가 남부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신문을 읽어주며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당시 인민 대부분이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신문을 매번 사 볼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기.. 2021. 2. 20.
언니 언니 주제도, 내용도 훌륭한데 시나리오와 연출이 아쉽다. 이 정도 내용이라면 정통 액션 스릴러로 충분하겠다. 이시영의 액션도 좋고, 여성 주인공이 악한 짓을 저지른 남성들을 응징하는 내용이라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만든 작품 '데쓰프루프'의 여성 주인공들이 벌이는 멋진 활약이나 '킬 빌'에서 우마 서먼이 보여주는 뛰어난 액션 등을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인데, 어중간한 액션으로 끝난 것이 퍽 아쉽다. 인애는 무술로 단련된 경호원이다. 유일한 혈육인 여동생 은혜는 발달장애인이지만 일반 고등학교에 다닌다. 은혜는 학교에서 일진 양아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성매매 도구로 그들의 돈벌이에 쓰였으며, 동네에서 가게를 하는 중년의 남성들에게 성폭행당한뒤 인신매매 조직에 팔린다. 납치 당한 동생을 찾는 인애는 최초의.. 2021. 2. 5.
발칸 라인 발칸라인 전쟁 액션 영화로만 볼 수 없는 영화. 이 영화는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시각으로 만든 영화라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즉,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뜻이다. 어느 쪽으로 편향되었어도 충분히 정의롭고 올바른 시각인 경우도 많다. 우리의 경우, 독립운동을 하면서 일본놈들을 처단하는 내용은 그 자체로 옳기 때문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있다면 매국노들이겠지. 독립군이 일본군이나 정치가를 암살하고, 사살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리는 역사적으로 올바르고, 민족의 양심에 따라 당연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장면 그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없는 멍청이일 뿐이다. 즉,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는 자는 한국인의 피를 가졌어도 민족반역자인 것이다. 이.. 2021. 1. 31.
매들린 매캔 실종사건 매들린 매캔 실종사건 2007년 4월 말, 영국의 의사 부부가 세 아이를 데리고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난다. 휴양지 프라이아 다 루스에 도착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부부는 어느 날, 아이들을 재우고 숙소 근처의 야외 식당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다, 큰딸 매들린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부부는 곧바로 함께 있던 친구들과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고, 호텔에 숙박하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아이를 찾아나선다. 포르투갈의 오션 클럽은 영국인들의 여름 휴가지로 유명한 곳이어서 영국 휴양객이 많았고, 안전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잠을 자던 세 살 아이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은 지역 언론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고, 이 사건은 보통의 경우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사건으로 세계 언론이 관심을 갖게 된다. 포르투갈 경찰은 매들린 실.. 2021. 1. 29.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심각한 사회 문제를 코믹하고 유쾌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에린 브로코비치'와 비슷하다. 영화는 학벌, 여성, 성차별, 유리천정, 성평등, 기업범죄, 환경오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내부자 고발, 여성들의 우정 등 매우 많은 요소를 버무려 만들었다. 현재의 기준으로 이런 영화가 나올 수는 없으니까 - 그랬다가는 여성운동, 페미니스트들의 강력한 펀치를 맞게 될 것이 뻔하므로 - 영리하게 시간을 1990년대 중반으로 돌렸다. 한국의 한 재벌기업인 삼전기업에서 일하는 자영, 보람, 유나는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 회사에 취직했다. 첫 장면부터 학력이 낮은 여성이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보여준다. 직급이 높은 남성 노동자를 위해 커피를 타는 여성 노동자들은 특히 그들만 유니폼을 입었다. .. 2021. 1. 27.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작년에 돌아가신 미국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동과 흐믓한 기분이 들었다. 루스의 삶을 보면서, 역사에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인물이 나타나 역사의 진보를 이뤄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즉, '루스'는 특정한 개인이면서 역사발전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필연적 인물의 현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개인 '루스'이면서 동시에 역사적 존재로서의 '여성'이자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멋진 드라마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는 초기 공동체 - 모계사회 - 를 제외하고 줄곧 남성이 주류였던 사회였다. 즉, 같은 인간이면서도 단지 '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남성은 여성은 착취하고 억압하고 학대했다. 남성이 권력을 갖게 된 시기를 마르.. 2021. 1. 25.
스페이스 워커 스페이스 워커 러시아 우주과학 영화. 1963년, 쏘련은 미국과 냉전 체제를 유지하면서 우주 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우주과학에서는 러시아가 앞서고 있는 상황. 미국은 1965년 5월까지 유인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을 이미 발표했다. 러시아는 이미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12일, 지구인으로는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했으며 지구 궤도를 도는데도 성공했다. 유리 가가린은 1968년 일곱 번째 우주비행에 나섰다가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미국이 우주 경쟁에 뛰어든 직접적 사건은 쏘련의 스푸트니크호 때문이다. 쏘련은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한다. 여기에 곧바로 11월 3일에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올리면서 그 안에 개를 태웠다. 미국은 1958년 .. 2021. 1. 24.
붉은 거북 붉은 거북 미카엘 두독 두빗 감독 장편 애니메이션. 두빗 감독은 이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전에 몇 편의 단편을 발표했다. '청소부 톰', '수도승과 물고기', '아버지와 딸', '차의 향기'가 그것인데, 이 작품들은 모두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두빗 감독의 공통점은 모든 작품에 대사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그의 작품에서 '대사'는 오히려 작품을 이해하는데 방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대사가 필요한 작품이 있고, 대사 없이 인물의 행동과 반응만으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 과거 무성 영화에서 소리 없이 서사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대사보다는 인물의 행동과 반응이 더 직관적이거나 상징적이기 때문에 가능했.. 2021. 1. 24.
산하고인 산하고인 지아장커 감독 작품. 빠르게 변하는 중국의 현재를 세 개의 시간으로 나눠 보여주고 있다. 1999년 펜양.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는 같은 동네에서 자란 소꿉친구다. 20대 중반의 이들은 가깝게 지내지만, 서로 서 있는 위치는 다르다. 영화에서는 설명하지 않지만, 리앙즈는 부모도, 자신도 노동계급 출신의 노동자인 걸 알 수 있다. 진셩은 부모가 당 간부로 추측할 수 있다. 진셩이 20대에 탄광을 운영하는 자본가가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능력보다는 그의 부모 능력으로 가능했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오는 아버지가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 서로 다른 출신 성분이지만 세 사람은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다. 지아장커 감독이 직접 밝혔든, 중국에서 1999년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 중.. 2021. 1. 21.
지아장커의 다큐멘터리 지아장커의 다큐멘터리 요 며칠 지아장커 감독의 다큐멘터리 작품 몇 편을 봤다. '24시티', '동', '무용'이 그 작품인데, 여기서 '24시티'와 '동'은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요소를 거의 알 수 없게 결합한 작품이다. 형식은 다큐멘터리가 맞고, 실제 다큐멘터리로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 사이에 전문 배우를 넣어, 특정한 인물을 연기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것을 두고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큐멘터리는 연출자의 자의적 의도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편집을 통해 연출자는 자신의 의도를 관철한다. 편집 뿐 아니라, 카메라가 향하는 곳, 집중하는 대상, 카메라 시선이 머무는 공간과 시간의 길이 등 모든 것이 연출자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관객을 향해 목소리를 낸다. 하.. 2021. 1. 20.
천주정 천주정 중국6세대 감독인 지아장커 감독의 연출작품. 이 작품이 중국에서 살아남아 세계에 널리 공개되었다는 게 신기할 만큼, 이 작품은 중국 내부의 문제를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다. 힘 있는 영화의 공통점은 '보여주되 설명하지 않는다'로 특징할 수 있는데, 이 영화도 그렇다. 관객은 주인공들이 놓여 있는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주인공들이 하는 언행을 통해 그가 놓여 있는 사회적 위치와 사람들과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에서 밀려난 가장자리 인물이다. 그들은 빠르게 변화, 발전하는 중국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그럴 능력을 가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강요된 삶을 살아야 한다. 이들의 모습이 온전한 자본주의 체제에서라면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 2021. 1. 18.
나이트 스토커 나이트 스토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1984년 4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첫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1985년까지 짧은 시간에 무려 열세 명을 살해했으며, 수십 건의 폭행, 강도, 강간 범죄를 저지른 범죄가 발생했다. LA경찰은 처음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몇 건의 살인사건이 더 발생할 때까지 이들 살인 범죄가 연쇄살인이라고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완 형사 프랭크와 신참 형사 길버트가 이 사건을 맡아 수사를 시작했다. 범인이 미쳐 날뛸 때는 열흘 사이에 다섯 건의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범인은 매우 주도면밀해서 지문을 포함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지만, 발자국은 어쩔 수 없었다. 생존자가 증언한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몽타쥬를 그리고, 범행 장소에서 발견한 여러 개의 족적을 확인하면서 범인이 신은.. 2021. 1. 1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