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팝의 고고학 1960
한국 팝의 고고학 - 1960 10대의 어느 한 때, 오래된 트로트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난영, 고복수, 남인수, 현인, 김종구 같은 가수들의 노래를 하염없이 들으며 마음이 좀 슬펐던 기억이 있다. 그땐 몰랐지만 아마도 '자기 연민'이 아니었을까. 소년 노동자로 살면서 나는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무지렁이였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공장노동자, 건설노동자로 10대, 1970년대를 보냈고, 그때 라디오에서는 나훈아, 남진, 김추자, 최헌, 송창식, 어니언스, 패티김, 이은하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비록 몇 달이었지만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음악에 몰두했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국민학교 다닐 때 동무들과 유행가를 부르며 마을을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던 추억이 있다. 라디오, 텔레비전에서 ..
2022. 6. 26.
알피니스트 : 마크 앙드레 르클렉
알피니스트 : 마크 앙드레 르클렉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진정한 알피니스트 마크 앙드레 르클렉의 삶과 등반을 다룬 작품. 다른 산악인이 하지 못한, 놀라운 업적을 세운 산악인 마크 앙드레 르클렉은 기존 등산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무명의 산악인이다. 그는 8천 미터급 산에 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떤 단체, 조직, 팀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자기를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마크가 오른 산은 단독 산행이 가능한 곳이거나, 유명한 산악인들이 인정하는 어려운 산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최소의 장비만 갖추고 혼자 산을 올랐다. 혼자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 가운데 '프리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마크는 암벽 등반이 아닌, 본격 알피니스트 산악인이면서 혼합 등반(눈, 얼음, 바위)을 ..
2022. 6. 21.
데어 윌 비 블러드
데어 윌 비 블러드 10년 전,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어제 다시 보면서, 처음 보는 영화처럼 낯설었고, 세부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150분 넘는 긴 영화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주인공인 대니얼 플레인뷰를 연기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는 모든 장면에서 분위기를 압도했다. 거의 모든 영화는 한 번 보고 다시 볼 마음이 들지 않거나,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지만, 소수의 영화는 두 번 이상 보게 되거나, 볼 수밖에 없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도 한 번 봐서는 작품의 진가를 느끼기 어렵다. 이건 영화를 보고, 느끼고, 읽는 게 서툰 나 같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이번에 다시 보면서, 처음 봤을 때 몰랐던, 보이지 않던, 느끼지 못했던 ..
2022. 6. 6.
캐시 트럭
캐시 트럭 가이 리치 감독 작품인 걸 알고 봤어도 믿기 어려운 영화. 가이 리치 특유의 빠르고 복잡한 플롯은 보이지 않고, 누가 만들어도 비슷한 평범한 영화다. 그럴 것이, 이 영화는 2004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를 리메이크한 영화로, 시나리오를 가이 리치가 쓰지 않은 것이 핵심이다. 가이 리치 영화의 특징은 빠르고 현란한 편집, 복잡한 시나리오, 수 많은 등장인물, 등장인물의 복잡한 동선과 관련성, 복선과 반전의 탁월함, 심각한 폭력 상황에서 나오는 유머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가이 리치의 이런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어쩌면 그걸 의도한 연출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기 없는, 진지하고 심각한 하드보일드 분위기다. 단순한 서사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건 편집의 힘이다..
2022. 6. 3.
아치의 노래, 정태춘
아치의 노래, 정태춘 1 정태춘은 시인이다. 노래하는 시인이다. 그는 노래하기 전에 먼저 시를 쓴다. 그가 시인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건, 그의 정체성을 말할 때, 노래하는 사람이 우선인지, 시를 쓰는 사람이 우선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에게 있어 노래보다 시가 더 존재의 근본에 가까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류는 진화하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고, 언어가 발달하자 가장 먼저 노래를 불렀다. 씨족 단위의 인류는 날이 밝으면 수렵, 채집 생활을 하면서 생존을 영위했고, 해가 지면 동굴이나 움막에 모여 서로 끌어안고 맹수나 다른 씨족의 공격을 경계하며 깊은 잠을 들지 못했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불을 이용해 음식을 구워 먹거나 밤에 불을 밝히고, 추울 때 난방용으로 사용하면서 인류의 진화는 급격히 ..
2022. 5. 21.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 세번 봤다. 처음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감독판으로 한번, 어제 다시 넷플릭스에서 한번. 지금 다시 보니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었다. 영화는 환타지고, 현실은 시궁창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영화의 결말이지만,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다. 언론, 자본, 권력의 삼위일체가 어떻게 기득권을 유지하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는가를 보여주는데, 예전에는 이런 상황이 '환타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언론 권력을 가진 자가 깡패에게 상납받고, 언론 권력이 정치 권력을 만들고, 자본 권력은 돈으로 정치 권력을 후원하면서 자본의 이익을 최대로 만드는 법안을 만들도록 한다. 이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이며, 서로 '더럽..
2022. 4. 10.
만화로 보는 좌파의 역사
만화로 보는 좌파의 역사 이미 오래 전부터 '좌파'는 상품성이 없었다. 요즘 세상에 누가 '좌파' 따위에 관심이나 가질까. 한국에서는 80년대 후반을 절정으로 좌파는 사라지고, 약간의 학생운동과 약간의 노동운동, 약간의 '진보적' 정당만이 자신을 '좌파'라고 주장하거나, 수구 집단에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레토릭으로 '좌파'를 써먹을 뿐이다. '좌파'는 한국에서 '빨갱이', '공산당', '친북',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추종자', '노동조합', '노동운동'의 대명사로 쓰이며, 수구 집단의 공격 무기로 전지전능한 흉기로 작동하고 있다. 80년대 전두환 군부독재 체제에서 민주주의 운동을 할 때도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NL, PD 같은 그룹으로 나뉘어 사상투쟁을 벌였다. 그래서 좌파는 분열로 망하고, 우파는..
2022. 3. 11.